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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뒤처진 것 같을 때 읽는 책 5

2026.01.24.송민우

비교를 멈추고 자기 속도로 돌아오는 독서가 필요할 때가 있다. 때로는 모두가 읽는 책에 가볍게 편승하는 독서도 필요하다. 그 모든 순간에 어울리는 책을 골랐다.

디지털 팩토리 (숨쉬는책공장, 모리츠 알텐리트 지음)

‘나만 뒤처진 것 같다’는 감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일 때가 많다.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이 노동의 형태와 속도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차분하게 짚는다. 성취의 기준이 왜 이렇게 빠르게 이동하는지, 왜 쉬지 않고 비교하게 되는지를 알고 나면 불안은 조금 덜 개인적인 것이 된다. ‘디지털 팩토리’를 읽으며 현실을 이해하고나면, 이해는 때로 가장 현실적인 위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프, 스즈키 유이 지음)

스물세 살의 젊은 작가 스즈키 유이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작가를 최초의 2000년대생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로 만들어준 작품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게다가 요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소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도 추천했으며 평론가 신형철도 추천했다. 문장 하나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재미도 재미이지만 ‘요즘 책’을 읽는다는 감각에 완벽히 부합한다.

역지사지 (난다, 김민정 지음)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쓴 산문 50편에, 부록으로 리뷰 ‘시인의 서재’ 14편을 더한 김민정의 산문집. 남과 자신의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사자성어 역지사지. 김민정 시인에게는 한문 배울 때 가장 쉽다고 맨 처음 배운 사자성어임에도 여태 실천이 안 되어 아직껏 붙들고 사는 말이라고 한다. 후련하고, 아련하고, 결국엔 시인의 마음에 ‘역지사지’ 되어 보는 산문집.

날마다 만우절 (문학동네, 윤성희 지음)

윤성희의 소설 속 인물들은 대단하지 않다. 대신 매일을 살아갈 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삶은 특별한 날보다 반복되는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 다시 체감된다. 뒤처졌다는 감각은 종종 ‘남들만 중요한 순간을 살고 있다’는 착각에서 온다. ‘날마다 만우절’에 실린 소설들은 그 착각을 조용히 해체한다.

겨울 연습 (스위밍꿀, 김화진 외 지음)

겨울은 누구에게나 있다. ‘겨울 연습―빛, 볕, 흐름, 소리’는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앤솔러지로, 겨울을 빠르게 벗어나는 법을 알려주지 않고, 그 시간을 통과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소설가 김화진과 정기현의 단편소설, 영화 평론가 정지혜와 번역가 황은주의 에세이를 통해 환한 빛과 따뜻한 볕, 또 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는 흐름과 소리에 대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