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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못생긴 운동화

2018.08.20황혜인

이중에는 6만9천원에 살 수 있는 아주 못생긴 운동화도 있다.

아식스 젤 벤처 6, 6만9천원 아식스의 대표적인 중저가 트레일 슈즈다. 물론 이 운동화를 신고 산길을 달릴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내구성과 접지력이 좋다. 실리콘 타입의 젤이 신발 뒤축에 장착되어 있어 충격 흡수력이 뛰어난 것도 아식스 젤 벤처 6의 장점 중 하나다. 이렇게 튼튼한 운동화라면 아껴 신지 않아도 되겠다. 너무 깨끗하게 신는 것보다 트레일 슈즈답게 조금 지저분하게 신는 게 더 멋스럽다.

 

엄브로 범피, 12만9천원 베트멍과의 협업 이후 엄브로는 영국 유스컬처를 표방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기존의 축구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롭게 선보인 이 스니커즈의 이름은 범피다. 울퉁불퉁한 아웃솔 디자인에서 이름을 따왔다. 크고 단단해 보이는 아웃솔은, 발을 더 뭉툭하고 커 보이게 한다. 가장 전형적인 디자인의 못생긴 운동화다. 질리지 않고 매일 신을 수 있는 못생긴 운동화를 찾는다면 흰색 엄브로 범피를 추천한다.

 

퓨마 X 한 코펜하겐, 17만9천원 한 코펜하겐은 덴마크 기반의 남성 브랜드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실험정신을 더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든다. 퓨마와 한 코펜하겐의 협업 운동화는 패치워크가 특징이다. 박음질 선이 겉으로 드러나도록 다양한 소재를 이어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마구잡이로 끈을 달았다. 서툴고 투박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매끈하고 날렵하다. 세련된 못생긴 운동화란 바로 이 운동화를 말하는 게 아닐까.

 

나이키 모나크 4, 7만9천원 아빠의 신발장을 뒤져보자. 이렇게 생긴 운동화가 한 켤레 정도 있을지도 모른다. 투박하고 수수한 디자인의 나이키 모나크 4는 마치 아빠가 신던 운동화처럼 생겼다. 이 운동화를 가장 잘 신는 방법은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흰색 양말과 함께 신는 거다.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이왕이면 몸에 비해 큰 정장 재킷이나 등산 점퍼를 걸치자. 요즘 유행하는 못생긴 패션이 완성될 거다.

 

자라 맥시 볼륨 스니커즈, 9만9천원 이제는 SPA 브랜드에서도 못생긴 운동화를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자라의 맥시 볼륨 스니커즈는 근사한 외관이 명품 스니커즈 못지않다. 군데군데 섞인 스웨이드 소재가 고급스럽고, 검은색과 빨간색 조합의 아웃솔이 뻔한 운동화에 특별함을 더했다. 무엇보다 신발 밑창이 인상적이다. 걸을 때마다 살짝 보이는 한 폭의 추상화 같은 밑창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휠라 베놈, 6만9천원 인기를 끌었던 휠라의 디스럽터 시리즈에 이어 휠라가 새롭게 선보이는 못생긴 운동화다. 못생긴 운동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이유는, 필요 이상으로 투박하고 거칠게 만들어진 아웃솔과 운동화와 어울리지 않는 높은 굽 때문일 거다. 1994년 최초 출시되었던 베놈의 복각버전으로, 디스럽터와는 다르게 정돈된 아웃솔과 특유의 색감이 못생긴 운동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거다.

    에디터
    글 / 황혜인 (컨트리뷰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