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역시 맹렬하게 달릴 때 가장 멋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신은 그 중 백미다.

#1 도망가는 차는 흙을 사방에 뿌리며‘드리프트’라는 걸 해야 했다. 엉덩이를 바깥쪽으로 밀어내면서 핸들을 반대로 돌려 방향을 꺾는 어려운 기교다. 영화 속에 나오는 긴박한 추격신에는 꼭 이 기술이 들어간다. 이전보다 마흔여덟 배 날렵해진 뉴 7시리즈는 이 장면을 단번에 소화했다. 프로펠러 달린 복엽전투기는 물론, 음속전투기도 우습게 따돌릴 수 있겠다.



#2 카메라가 바닥에 붙을 수록, 맹렬하게 굴러가는 타이어와 가까워질수록, 긴장된 추격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차가 움직일 때 돌이 앞으로 튈 줄은 몰랐다. 특제 사륜구동 콰트로가 달린 A4라서 그런 걸까? 아무튼 비싼 카메라에 돌멩이가 튀었고, 사진가 권태헌은 돌아오는 내내 혀를 약간 내밀고‘팻팻’거렸다. 뭔가 많이 들어갔나 보다. 닛산 무라노에는 있는 선루프는 생각보다 활짝 열렸다.

#3 추격신을 멀리서 찍는 건 동영상이 아닌 이상 잘 나오지 않는다. 아스라한 절벽 사이로 바닥을 긁으며 달려도 이런 식의 가족 나들이 사진만 나왔다. 이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은 에디터와 어시스턴트의 임무는 오직 빨리 달리는 것. 그래야 먼지라도 많이 생길 테니까. 하지만 그게 쉽지않았다. 절벽 아래로 구를 뻔했다.

#4 에디터는 편평하게 찍을 것을 권유했지만, 사진가는 이렇게 기울여 찍어야 맛이 산다고 했다. 도망자 역할의 모델 최호진도, 쫓는 320d와 제네시스 쿠페도, 어시스턴트로 왔다가 깜짝 모델이 된 신동빈조차도 기울여 찍기를 바랐다. 그들이 옳았다. 똑바로 찍었으면 물을 많이 넣은 라면처럼 싱거워질 뻔했다.

- 에디터
- 장진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