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셰프 닮은 요리

2011.01.31GQ

큰 키에 묵직한 부피로 저벅저벅 걷는 셰프가 가게를 냈다. 요리가 그를 닮았다.

만두를 잘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 하고, 표정이 온화한 소는 살도 연하다. 음식과 생김새가 무슨 대단한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 들어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모습과 접시 위의 요리는 확실히 닮아 있다는 걸 자주 발견한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북미식 레스토랑‘ 시리얼 구어메’를 연 레이먼 김 셰프도 그랬다. “저 많이 먹을 것 같죠? 우리 집은 제 기준으로 1인분을 만들어요. 가로수길 근처에서 남자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집 별로 없을걸요?” 기교 부리지 않고 접시를 그득하게 채워 나오는 열린 주방을 꽉 채우는 존재감으로 화통하게 외친다. 그가 스테이크를 굽는 사이 가격을 슬쩍 보니 티본 스테이크가 300그램에 3만6천원이다. “강남치고 가격이 저렴하죠? 사실 그거 서귀포에 갖다 놔도 괜찮은 가격일걸요.” 그가 성큼성큼 걸어와 서빙해 준 스테이크는 적당히 기름지고 불맛이 화끈한 게 맥주가 잔뜩 당기는 맛이었다. 양으로 승부하는 걸까, 하는 의심은 고깃덩이와 함께 씹어 삼켰다. 대신 메뉴판을 보며 다시 찾아와 먹어보고 싶은 요리를 잔뜩 꼽아놨다. 캐나다 퀘백 지방의 전통 감자튀김 1만1천원, 조지아식 닭고기 2만4천원, 보스턴 전통 스튜 2만6천원. 02-542-0880.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한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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