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빙그르 제자리를 돌았다. 탑은 눈썹을 움직이며 접힌 거울을 연다. 대성이 어깨를 펴고 고쳐 앉는다. 지드래곤이 이쪽을 똑바로 쳐다본다. 빅뱅과의 여덟 시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두 시가 넘었네요. 아침이죠.
저한텐. 거의 밤 10시쯤 일어나서 생활을 시작하니까 지금은 제일 피크일 때예요.
창밖의 날씨라든가 풍경이라든가, 그런 걸 보면서 시작하는 하루와는 퍽 다르겠어요. 밤 10시에 일어나 “잘 잤다” 이런 느낌은 아닐 테고.
다른 사람이랑 생각하는 게 달라진 것 같아요. 날씨 같은 거 생각하면서 살고 싶은데 볼 수가 없게 되니까 이제는. 글쎄요, 저는 일단 일어나면 무조건 작업실로 가니까, 거기서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햇빛이 안 들어오잖아요. 시간을 거의 잊고 살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냥 잘 맞는 것 같아요.
미니 4집이 나왔고, ‘투나잇’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죠. 기대나 걱정과 비교해서 반응은 어떤가요?
솔직히, 처음 나왔을 때도 중요하지만 그 후가 중요하죠. 처음에야 빅뱅이라는 이름값도 있고, 아무래도 주목을 안 할 수가 없는 그룹이니까요. 이번엔 그게 사그러들지 않고 어딜 가나 계속 빅뱅을 말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반응은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반응이라는 건 항상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칭찬 백 마디보다 비판 한마디가 남기도 하고.
워낙 초반부터 욕을 많이 먹은 그룹이고, 저 또한 욕을 많이 먹은 뮤지션에 가깝기 때문에, 이제는 칭찬 한마디가 너무 고맙게 느껴져요. 대중들도 YG, 빅뱅, 지드래곤 하면 색안경 끼는 게 있다 보니까, 요즘은 칭찬이 배고픈 시기인 것 같아요.
지드래곤에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 그걸로 됐어’ 그런 느낌도 있거든요? 반응과는 상관없이. 네, 그쪽이 좀 더 맞는 것 같아요. 반응이라는 게, 개인적으로는 안 쓰려고 더 노력해요. 그걸 신경 썼더라면 빅뱅이나 저나 완성이 안 됐겠죠. 여러 말에 휘둘렸다면요. 주관을 갖고 계속하다 보니까, 뭐 패션도 마찬가지예요. 초반에 제가 굉장히 웃겨 보이는 의상을 입었을 때도 저희가 맞다고 생각하고 가다 보니, 일이 년 후엔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런 걸 몸소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 같아요.
그건 지드래곤이 뭔가 이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서 아닐까. 이번에 치마 입은 무대를 보고, 어떤 콘셉트를 붙이는 건 차라리 불필요해 보였어요.
빅뱅이나 저에 대해서는 패션도 많이 주목하니까 솔직히 부담이 되긴 되더라고요. 지디&탑 앨범까지만 해도 그냥 하고 싶은 거 했는데, 빅뱅은 약간 다른 것 같아요. 솔로와도 다르고. 빅뱅은 대중 그룹이기 때문에. 나름 아이돌계에서 뭔가 옷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다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이번 컨셉트는 치마야, 이렇게 보여주기보다는 그냥 한 무대 한 무대 옷도 무대도 스타일도 퍼포먼스도 노래에 맞춰 생각했더니 잘 풀린 경우인 것 같아요.
‘투나잇’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일단 만든 지는 1년 반 정도 된 노래고요. 저희끼리는 불후의 명곡이라고 해요(웃음). 어느 날 쿠시(E.knock) 형 집에서 놀다가, 집에 오기 전에 잠깐 형이 피아노 건반을 짚었는데, 이거 괜찮네? 장난으로 흥얼거린 멜로디가 결국 ‘투나잇’의 후렴구가 됐어요. 그날 밤에 틀을 다 잡았어요.
그러고는 1년 반 동안 사연이 쌓인 건가요?
듣는 분들은 그저 빅뱅의 타이틀로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희 앨범이나 태양 앨범이나 계속 밀린 곡이었어요. 여럿이 시도를 했거든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어요. 처음 만들 때 빅뱅을 생각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추세라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됐죠. 그런데 제 곡이다 보니까 자식 같잖아요. 근데 반장선거에 올라가서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까 안타까운 느낌? 저조차 ‘투나잇’이라는 노래를 싫어했어요. 너무 왔다 갔다 맘고생을 시키니까. 안 듣기도 하고 버리려고도 하고, 그러다 결국 이렇게 풀렸죠.
‘투나잇’ 처음 들었을 때, 지드래곤이 운전하는 걸 제대로 즐기는구나 생각했는데.
맞아요, 맞아요. 잘나가는 남자가 혼자 운전하는 느낌. 뭐랄까, 지금 빅뱅의 모습을 말하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지만, 한 여자에게만 사랑을 줄 수 없는 위치고, 팬 여러분이나 많은 대중이 원하는 가수기 때문에. 근데 외로운 건 싫으니까 헤매는 거죠. 혼자 누군가를 찾아 떠나는. 노래도 달려가잖아요. 뭔가 도심 속의 외로운….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홍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