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직이, 얼굴이 아니라 공기에 말하듯이, 바람을 향하듯이, 한영애는 그렇게 말했다.
![원피스는 잔드로, 액세서리는 엠주.](https://img.gqkorea.co.kr/gq/2012/10/style_55ee8d80ae4f4.jpg)
원피스는 잔드로, 액세서리는 엠주.
가을입니다.
맞아요, 저는 계절이 바뀌는 시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바라보고 있어요. 지쳤구나, 쉬고 싶구나, 그런 것들. 민감하게 바라보죠. 자연에 대해서. 집에서 늘 보는 창밖으로 나무가 많아요. 가까이도 있고, 멀리도 있고. 늘 좋은 거 같아요, 나무는. 나무가 흔들릴 때, 인생의 비밀이 다 있는 거 같아요.
가수와 계절도 어떤 인연이 있겠지요?
가수는 사계절 다 어울리고 싶을 텐데, 아무래도 사람들이 택하는 계절이 있나 봐요. 추억대로, 마음에 새긴 이미지대로 다르지만, 많은 분들이 가을과 겨울 얘기를 하시죠. 저는 무지개와 삼한사온, 다 생각하면서 부릅니다.
가수 한영애에게 지난여름은 좀 유별났죠?
맞아요. 뉴스거리네요. <나는 가수다>에 나가기로 결심한 건, 나를 모르는 세대와 사람들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음악 시작할 때도 활발하게 TV에 나가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요. 단순히 그 마음 하나였는데, 갔더니 여기저기 많은 작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작전을 좀 짤 걸 그랬나, 생각을 했죠. 내가 내 노래를 하겠다는 것도 쉽지는 않더라고요. 지금은, 이 시간 만큼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분다’를 부르기 직전에 이런 말을 했죠. “이틀 전에 이 노래를 알게 되었는데, 어젯밤에 생각해보니 이 노래가 참 좋았다.” 뭐랄까, 그건 가수가 하는 말 같았어요. 그렇지 않은 말이 유난히 많은 프로그램에서.
하루 편곡하고 하루 연습했죠. 모르는 노래를 세포 속속들이 막 껴안으려니까, 빨리 내 것이 안 되더라고요. 근데 밤에 가만히 들어보니 참 좋더라고요. 그냥 가볍게 보세요. TV 쇼예요. “예능이잖아” 그러잖아요.
한영애가 다른 노래를 부른다는 반가움은 있습니다. 한영애는 너무 한영애이기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부터요.
네, 즐거움이 있어요. 조금 옆에 있는 세상을 아는 기쁨 같은 게 있어요.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을 확장하진 않아요. 거기까지죠.
여기 오기 전에 한영애의 옛날 노래와 요즘 노래를 두서없이 들었는데, ‘목련’도 들었습니다. 가사에 “언젠가 4월이면 핀다는 얘기만 들었지”라는 구절이 있어요. 그 가사를 듣는데, 한영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도 안 했을 때 불렀던 노래네요. 작년엔 그 앨범에 있는 ‘나무는 알고 있네’를 공연에서 했어요. 스타일은 올드할 수 있지만, 노랫말이 예뻐서 불렀는데, 무슨 노랜지 물어보는 관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앨범 노래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서 때로는 올드하게, 때로는 새롭게, 지금 이 나이에 한 곡씩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근데 ‘목련’도 그렇고, 사실은 지금 불러야 될 노랫말들이에요. ‘잎 피면 다들 찾아오고 잎 지면 다들 떠나가는 사정을 나무는 알고 있다’는 말, 20대 때 어떻게 그 노래를 불렀는지. 아마 그때도 슬픔이 있었을 거예요. 그걸 바라보는 슬픔이 있었겠죠.
그때 뭘 알았을까 싶지만, 그때 다 알았을 수도 있죠. 어쩌면 그때 알았던 것을 지금은 모를 지도요.
사실, 열일곱 살이면 다 알죠. 제일 심오할 때가 열일곱 살 때 같애. 맞아요, 그럴 수 있어요. 삶이 좋으네요. 젊음이 홀린 걸 다시 꺼내볼 수 있고. 갑자기 (유)재하 노래가 생각나네. 무슨 노래지 그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지난날.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한영애에겐 한영애라는 가수가 어때요?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열심이었던 거 같아요. 나쁘지 않아요. 솔직했던 거 같아요. 솔직했고, 최선이었고.
수많은 이름이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잖아요. 와중 한영애는 여전히 한영애 같다면, 뭔가 견디거나 보존했기 때문일까요?
글쎄요, 분명 노력하는 게 있긴 있어요. 딱 꼬집는 건 아니어도, 노래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그런 거. 다른 많은 가수들처럼요. 시대가 변해도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건 있어요. 유행을 따라간다는 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어떤 문화들에 대해 마음을 열고자 하는 그런 노력은 하는 거 같아요.
금욕적인가요?
금욕도 있죠. 무대에 오르려면. 하다못해, 밥을 제 시간에 먹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금욕이에요. 저는 그냥 일상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느 날 방이 청소가 잘되어 있으면 희망이 막 솟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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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목나정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메이크업 / 이가빈(스와브 17), 헤어/ 지석(스와브17), 어시스턴트 / 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