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로다주의 의식주 <2>

2013.06.18GQ

<아이언맨 3>의 토니 스타크보다 더 단단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말리부에 있는 그의 집으로 쳐들어가 구석구석을 살폈다.

재킷과 타이는 돌체 & 가바나, 스웨트셔츠는 토드 스나이더, 셔츠는 마이클 바스티안, 청바지는 A.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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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블록버스터 영화 시리즈에 캐스팅된 것은 여러모로 행운이었다.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던 금전적인 압박은 <어벤져스>의 성공으로 한층 더 나아졌다. 다우니는 아이언맨이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어벤져스>에서는 감독인 조스 웨던의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 “나도 확실히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조스는 각본을 쓰고, 나는 그대로 따랐죠. 그건 쉬운 일이에요. 너무 쉬워서 그게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다우니가 다른 영화에서도 아이언맨 캐릭터로 출연하겠다는 계약이 사전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벤져스>를 통해 그가 받아간 금액은 상당하다는 소문이 많았다. <할리우드 리포터> 신문은 그 금액이 대략 5천만 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건 대부분의 배우들이 쉽게 입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의 금액이어서 나는 솔직하게 물어봤다. 그는 난처한 기색없이 웃으며 답했다.

그 금액이 사실인가요?
네.
정말 대단하네요.
미친 것 같지 않아요? 다들 정신 나간 것 같아. 믿을 수가 없어요.
당신이 예전에 감옥에 있았던 자신과 동일 인물이라고 보세요?
그럼요.
그게 스스로 납득이 가나요?
그 무엇도 완전히 이해되는 건 없어요. 그저 항상 생각하고 분석하며, 이제야 비로소 편안하게 과거를 돌아보는 거죠. 과거는 지금의 나의 성격을, 나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일부였구나, 하고요.
그건 좀 번지르르한 해명 아닌가요?
내가 전쟁터를 다녀온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만약 당신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도 이걸 물었다면, 그들도 분명 번지르르한 말을 했을 거예요. 내가 알아서 나를 조절했고,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말할 이유가 되죠. 왜냐하면 계속 감옥에 있는 것과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다르니까요.

이전의 삶에서, 이전의 자신의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죠? 내가 사랑에 빠져서 그렇다고 말해야 되나?” 그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런 질문엔 한마디로 대답할 수 없지 않나?’ 대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에요. 지금 내 앞의 일을 하나씩 해나가고, 그때그때 지금 이 순간의 공을 튕기면 되니까요. 운 좋게도 나는 충분히 경험을 쌓아왔어요. 난 준비되어 있어요. 그리고 난 변화를 사랑해요. 운명이라는 번개가 내리치는 것도 좋아해요. 이제 이건 단순한 번개가 아니라, 몰려오는 폭풍의 전조가 될 거예요.” 폭풍의 전조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느냐고 묻자, 그는 대답으로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몇 주 동안 일어났던 정전 사고와 그 사이 <아이언맨 3>를 찍으면서 입은 상처에 대해 길게 이야기했다. 수년간 몇백 번씩 와이어 점프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다 보니, 약해진 발목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 크게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나에게 얼마나 큰 메시지를 보내야 내가 그 뜻을 알아들을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어요. 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영화를 찍을 수 있겠어요? 후속작들은 몇 개나 찍을 수 있을 것이며, 그것들이 과연 다 재미는 있을까요? 난 혁신적인 작가, 감독, 배우들로 구성된 가족 속에서 자라왔고, 비슷한 가정에서 자라온 친구들이 늘 주변에 있었고, 그런 사람들이 수다를 떨면서 새벽 두 시까지 포커 게임을 하는 상황이 가장 안정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난 이런 특별한 오락 시간 같은 정신적 유산이 있다는 거고, 요즘은 그쪽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요. 그게 나와 수잔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죠. 이를테면, 이런 것과 다르지 않아요.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가 뉴 잉글랜드와 3년 이상 일하기로 계약했고, 쿼터백을 그만둘 거라는 이야기 같은 거요. 브래디는 이제 마흔 살이에요. 나는 마흔일곱 살이고, 그때쯤 쉰 살이 되겠죠.”

그게 대략 당신이 생각하는 계획인가요?
네. 대략.
그럼 쉰 살이 되면 슈퍼 히어로는 끝나나요?
몰라요, 모르겠어요. 당장 나는 뭘 하겠다는 아무런 계약도 맺은 게 없고, 그냥 지난 5년간 열심히 해왔을 뿐이죠.
만약 <아이언맨 4>에 대한 제안이 들어온다면 계속할 생각인가요?
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약 아이언맨을 그만두게 되면, 그건 인생의 위기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아직까지 이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나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제대로 다 곱씹어보지 못했거든요. 내 만족은 마블 세계관에서의 2군 캐릭터처럼 상대적으로 무명을 맡았을 때 나오는 것 같고, 난 이걸 좀 더 끌어올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물론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좋았고요.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면서 ‟이봐요, 어떻게 그렇게 한 거죠? 어떻게 그런 옷을 입고 연기를…” 이렇게 묻는 것도 재밌어요. 그리고 나중에 사람들이 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배우가 데이비드 오 러셀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한다는 식으로 말해도 난 이럴 거예요. ‘당신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당신에게 이 영화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고.’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아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화가, 극장에 앉아 참고 봐야 하는 별로인 영화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요.

재킷과 바지는 프라다, 셔츠는 발맹, 벨트와 부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재킷과 바지는 프라다, 셔츠는 발맹, 벨트와 부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동안 다우니는 <아이언맨 3> 제작에 깊게 관여했다. 최근 그는, 보통 주연 배우라면 잘 초대받지 못하는 편집실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했다. 나는 다우니에게 그의 조언이 영화에 충분히 반영되었는지 물었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무엇을 하고 싶어 했을까? “진행 속도, 스토리, 급료, 구성, 순간, 기습, 모든 걸 했죠.. 언젠가 내가 그랬죠, ‘여러분, 제발 좀 내가 바보 같은 짓도 안 하고 소리도 지르지 않는 장면을 좀 보여줘요.’” 그 이후 그는 새로운 문제점들을 찾아냈다. “나는 내가 잘 모르는 이 장소로 다시 돌아와 있더라구요.” 그가 말했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길들을 다 놔두고 말이죠.” 그의 아내는 다우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미 성공한 감독이었다. “이런 말을 했죠. ‘여보, 우리가 뭘 해야 할 것 같아?’ <어벤져스>의 성공이 우리의 재정 상황을 근사하게 만들어줬잖아.” 그래서 부부는 회사를 차렸고, 프로덕션 이름을 ‘팀 다우니’라고 지었다. “나는 그녀랑 함께 일하는 것이 좋아요. 나는 그녀와 뭔가 함께 하고 싶어요.” 그는 ‘팀 다우니’에서 만든 첫 영화 <더 저지>가 6월에 개봉되길 원하고 있다. 그 영화 속에서 그는 상급법원 판사의 변호사 아들 역을 맡았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영화는 <웨딩 크래셔>를 감독한, 데이비드 돕킨의 작품으로 자신의 생애에서 영감을 얻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재밌고 감성적인 대사가 많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영화는 나와 로버트 듀발, 아빠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예요.” 다우니는 다음 프로젝트로 ‘워너브라더스’가 포기한 피노키오 이야기에 눈독을 들였다. “그거 알아요? 이게 내 첫 시도예요!” 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작품은 볼수록 진짜 흥미로워요. 나는 제페토가 제이크 라모타와 치코 막스 사이의 십자가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무생물의 개체에게 그의 모든 재능을 끌어 모아 쏟아 부은 한 노동자의 괴짜스러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요. 나에게 이 나무로 만든 소년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진짜 소년 같아요.” 몇 년 동안 그는 아방가르드 영화 제작자이자 아버지인 로버트 다우니 시니어의 이름과 항상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신문에 다우니 주니어에 대한 두 개의 일화가 실린 적이 있다. 첫 번째 기사는 다우니 시니어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파운드>라는 영화에 그의 아들이 처음 출연한 것과 관련이 있었다. 그 영화에서 다섯 살배기 다우니 주니어는 개처럼 행동하고, “네 불알에 털은 났냐?” 같은 야만적인 대사를 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사는 다우니 주니어가 그의 아버지의 가호에 힘입어, 어떻게 약을 시작하고 여덟아홉 살에 처음으로 담배를 피웠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아버지와 아들의 연대는 점점 더 강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전, 마약 중독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다우니 주니어는 코카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내가 맛본 코카인 중 가장 좋았던 건 내 아버지와 잭 니콜슨과 함께 했던 콜라(코카인의 속어와 발음이 같다) 였죠”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해석되든, 다우니 주니어가 일으켰던 문제들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거나, 어느 정도는 물려받았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변명을 하든, 그의 아버지에게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요즘도 여전히, 아들은 그의 아버지에 대해 자주 애정을 담아 언급한다. 특히 그의 남은 인생 내내 이어갈 생업인 ‘영화 제작’이라는 유산을 물려준 자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다우니는 아버지를 통해 폴 토마스 앤더슨과도 가까워졌다. “그는 아버지와 먼저 친구가 되었죠. 그리고 우리 셋이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구요. 그때 우리는 좀 친해져서 서로를 공격하며 놀기 시작했죠. 그가 먼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슈퍼 스타가 되는 건 어떤 느낌일까?’ 같은 질문을 던졌어요. 그러면 내가 대답하죠, ‘대단하네요.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버린 뒤엔 나머지 영화를 찍을 사람을 어디서구해오죠? 영화는 거기서 끝나야겠네요. 맞죠?’ 그러면 그는 웃어요. 우린 살면서 서로 계속 그런 농담을 해왔죠. 우리는 같이 있는 게 즐거워요. 다른 사람들은 항상 우리가 그리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말예요.” 그들은 다우니가 토마스 핀천의 <인히런트 바이스>를 각색한 앤더슨의 다음 영화에 출연할 가능성에 대해 토론했고, 다우니는 함께 일하겠다고 했지만 앤더슨은 결국 호아킨 피닉스를 캐스팅하길 원했다. “그는 내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우니는 익살스럽게 말했다. “믿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늙었다고 말하는 게 나는 정말 좋아요.” “참,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소개하지 않는 건 무례한 일이죠?” 그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그리고 그의 집에 있는 모든 방을 하나씩 공개했다. 함께 커다란 욕실을 걸으면서는, 아들 엑스턴의 침실 위쪽에 있기 때문에 밤늦게 샤워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침실은 침대가 바다를 마주 보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볼 때마다 정말 행복해요.” 그가 말했다. 노을이 질 무렵, 우리는 다우니의 사유지를 걸었다. 나는 그의 두 마리 고양이, 몬티(필드 마셜 몽고메리에서 따온 이름) 와 다트(달타냥), 그의 네 마리 알파카인, 퍼지, 베이비, 마드르, 댄디, 그리고 그의 두 마리 피그미 염소인 트리거와 메모를 만났다. 게스트하우스를 지나칠 때 그가 말했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주드 로조차도 저기서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주드 로가 그렇게 까다로운지 묻자 그가 대답했다. “그는 3일짜리 여행에도 옷을 엄청나게 짊어지고 온다니까요.” 좀 더 안으로 들어가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음악을 작곡하거나 가사를 쓰는 걸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영화를 제작하고 싶구요. 난 감독일을 꽤 잘할 것 같아요.” 그의 계획이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영화 <할로윈> 이후엔 아무도 할로윈 시장을 장악하고 싶어 하진 않아요.” 그는 연기도 직접 할 생각이다. “그냥 이 말만 해둘게요. 난 <빌리지 보이스>의 리포터로 나올 거예요.” 이 말은 단순히 예술가적인 기교를 부리기 위해서라거나, 개인적인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가 어떤 종류의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진심이 있었다. “웃긴 게 뭐냐면 아무리 내가 예술을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나 역시 돈이 되길 바랄 거고, 내가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더 인기를 얻길 바랄 거라는 점이에요.” 만약 이 ‘팀 다우니’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다른 이상한 영화에 덜 출연하게 된다는 뜻이라면, 그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안 돼’라고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는 스스로 가치 있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현명한 심판이 되길 바란다. “나는 만드는 것보다는 해체하는 데 능숙하죠.” 그가 말했다. “난 어떤 일이 왜 하기 싫은지에 대한 분쟁을 잘 조절해요. 거의 대부분의 일이 하기 싫지만요.”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의 초반 20년 정도 그의 연기 커리어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제까지의 그의 영화 선택이 그리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지적을 했다. 그러나 그 지적을 받고도, 다우니는 침착하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맞아요!” 그는 멋지게 말했다. “난 누구보다 잘 안 되는 영화에 많이 출연했어요. 난 그 분야에선 전문가예요. 오두막이라도 만들어서 왜 당신의 영화가 안 되는지, 쓰레기 같은지 가르칠 수 있을 정도라고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10대부터 여든세 살의 채플린까지 놀라운 솜씨로 연기해낸 찰리 채플린 역으로 1993년 오스카상 후보에 처음 올랐고, 그해 <여인의 향기>의 알 파치노에게 상을 넘겨주었다. “난 그가 그럴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만, 그때 그는 확실히 실망했다. “당신은 지금 다우니 버전 마이너스 2.0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군요.” 그가 말했다, “맞아요. 난 그때 오늘은 나의 밤이라고 생각했죠.” 어쨌든, 다우니는 오랫동안 그 일에 대해 자신이 좀 더 확실히 참여했다면, 상을 탔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는 최고의 운동선수였으며, 학교의 레이스에서 더 빠른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1등으로 들어오는 방법에 대해 내게 이야기해줬다. 그건 미리 확고하게 결정을 내려버리는 것이었다. 그가 열일곱 살에 광고 오디션을 볼 때도, 그는 대기실에 들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 모두 집에 돌아가. 내가 방금 이 일을 땄어.” 그는 <아이언맨> 바로 다음에 찍은 2009년 작<트로픽 썬더>로 다시 한 번 오스카상 후보에 올 다. “<아이언맨>의 상업성과 완전한 균형을 이룬 작품이었죠.” 이때 다우니가 상을 탈 수 있을지 없을지 맞히는 일은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다크 나이트>에 출연한 히스 레저의 수상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수상 확률과 상관없이, 터무니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다우니의 연기는(영화는 호주의 메소드 연기 배우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아프리칸-아메리칸 혈통의 주인공 역할을 맡는다는 내용이다) 오히려 평범한 연기 자체가 가질 수 있는 절묘한 역작이 되었다. 오스카상을 대하는 다우니의 태도는, 아래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여러 번 말한 것처럼, 다우니는 확실하게 오스카상의 효과를 인지하고 있지만, 상 앞에선 그저 단순하고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았다.

오스카상을 타고 싶어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정말요?
뭐, 언젠가는 타게 되겠죠.
그건 당신의 본심인가요 아니면 사람들이 하는 말인가요?
그냥 단순한 진실이에요.
확신하는 건가요?
난 개인적으로 내가 상을 하나도 타지 못하고 인생을 끝내게 된다면, 그게 정말 충격적일 거라고생각해요.
왜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걸 타도, 그걸 보기 위해 영화제에 참석하는 것도 신경 쓰이지 않아요.
왜 그게 말도 안 되는 거죠?
왜냐면 난 충분히 젊고, 이런 장르 영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있으니까요. 만약 다음 작품이 내 아내와 함께 작업하는 영화라 하더라도, 나는 충분히 자신할 수 있어요. 그 작품은 스튜디오의 최고의 각본이거든요. 내가 몇 년간 읽은 각본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어요. 알다시피, 오스카상에 대한 내 솔직한 대답은 이거예요. 난 신경 안 써요. 가끔은 신경 쓰고, 가끔은 전혀 신경 안 써요. 그렇다고 만약 상을 받는다면 전혀 흐느끼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객석의 사람들이 감격에 겨워 기립박수를 치는 걸 바라보는 건 정말 대단하겠죠. 시상식은 바보 같은 올림픽이 절대 아니에요. 봐요. 설령 내가 아무것도 직접 받지는 못한다 해도, 결국 내가 나이가 들면 그들은 내게 하나쯤은 줘야만 할 거예요. 어떻게든 난 상 하나는 받을 거예요.”
잠시만요. 하나로 충분해요?
아뇨. 나는 아마 더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못 받아도 괜찮아요.
(긴 침묵이 흘렀다.) 아예 못 받거나, 아니면 두 개 정도.”

    포토그래퍼
    PEGGY SIROTA
    기타
    글/ 크리스 히스(Chris H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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