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9월엔 재규어 F-타입 S다.
재규어 F-타입 S 약 1년 전 영국 버크셔에서였다. 이 차가 낮은 울타리 밖에서 시동을 걸었을 때, 그 소리만 들었는데도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이 소리 없이 웃었다. F-타입이 등장하자 마침내 탄성이 터졌다. 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기자들 주변에서 1등 성적표를 자랑하고 싶은 조카처럼 의기양양했다. 피노키오처럼 상기된 볼을 하고, 기자들을 보면서 웃었다. “솔직히 우리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좀 잘하는 것 같아요.” 그는 이런 말도 했고, 그럴 자격이 있다. F-타입은 재규어의 유산과 이안 칼럼의 실력, 절정의 감각과 순수를 잘 섞어 빚은 차다. 시동을 걸면, 엔진 소리는 두 부분으로 성부처럼 나뉜다. ‘카아앙’과 ‘그르르르’. 1막과 2막, 1악장과 2악장, 공격과 위협, 흥분과 전율. 소리는 2~3초 안에 지나가고 감흥은 오래간다. 엔진룸은 가속페달을 밟는 강도와 지속성에 따라 다른 소리로 운다. 지붕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소리가 또 다르다. 한남대교를 건널 때와 경부고속도로를 달릴 때가 다르고, 고가 도로 밑을 지날 때 소리와 터널을 지날 때 소리가 또 다르다. 어떤 소리는 머리를 때리고 다른 소리는 가슴을 울린다. 배 속에 나비 한 마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나비가 갑자기 왼쪽 가슴을 간질이기도 한다. 머리가 텅 빌 정도로 달리는데도, 그 마디마디가 우아하고 현란하다. 재규어 F-타입은 그 모든 요소에 대해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차다. 이안 칼럼의 디자인을 현실화 한 엔지니어의 고집과 기술,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접합하는 방법, 그저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여백이 있으나 모자람은 없고, 넘치지 않지만 양감이 도드라진다. 최소화한 곡선 위로 미끄러지는 건 바람, 빛, 심지어 어둠…. 재규어 코리어의 초도 물량은 50대였고, 그 물량은 출시 전에 이미 계약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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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박스터 S는 신묘하기까지 하다. 운전자의 실력과 한계 성능을 보란 듯이 무시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달린다. 마음을 얼마나 날카롭게 먹느냐가 곧 운동 성능을 보장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정도다. 벤츠 SLK55AMG에 설명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광폭한 성능과 낭만을 단숨에 포괄하는 차다. 여기에 재규어 F-타입의 운동성능과 아름다움을 더하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성능 재원을 비교하기 전에, 세 명의 친구를 새로 사귄다 생각하면 어떨는지. 재규어의 아름다움과 위트, 영국적 여유와 품격을 다른 두 대와 냉혹하게 견줘봐야 할 일이다. 자동차끼리 그러자는 게 아니라, 당신의 성향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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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