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악마는 첫 신에서 관객에게 등을 보인다.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 나이트> 2008
밀로스 포먼 <맨 온 더 문> 1999
이마무라 쇼헤이 <복수는 나의 것> 1979
세 명의 악마는 첫 신에서 관객에게 등을 보인다. 조커가 처음 등장할 때의 뒷모습은 < Variety >의 표지였다. 한 번 다시 볼 때는 아예 오싹하다. 조커가 어디까지 가는지 알기 때문에. 1960년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마무라 쇼헤이의 <복수는 나의 것>은 욕망에 거리낌이 없는 한 살인자를 그린다. 닥치는 대로 속이고, 죽이고, 여자를 범한다. 그의 첫 등장은 취조실 바깥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맨 온 더 문>에서 앤디 카우프만은 정말 안 웃기는 개그맨처럼 등장했다가,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을 준비하면서 뒤돌아선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앤디 카우프만은 개그맨인 자신과 함께 토니 클리프톤이라는 무뢰한의 자아로 살면서 일찍이 ‘웃기다’는 감정의 악마적인 속성을 보여준 실제 인물이다. 무뢰한이 악마일 수는 없지만, 세 편을 함께 보다 보면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야말로 악마의 자질을 갖췄음을 눈치채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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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
- ILLUSTRATION
- KWAK MYEONG 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