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리커’의 김민주 소믈리에와 이은채 믹솔로지스트가 꼼꼼히 맛본 12병의 진.
김민주 소믈리에 복숭아, 파파야 같은 노란 과실 향이 난다. 몽키47이 붉은 베리 향에 가까운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입 안에서 톡 쏘는 자극이 적다. 위스키 같다. 이은채 믹솔로지스트 카샤샤 브라질 럼처럼 특유의 곡물 향이 강하다. 그래서 주니퍼베리 향이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다. 칵테일로 만들면 꿀을 더한 가니시가 잘 어울릴 것 같다.
김민주 몽키47과 비슷한 듯 다르다. 몽키47이 풍성한 그랑크뤼 와인이라면 이건 한 가지 향이 강렬한 신대륙 소비뇽 블랑 같다. 드라이라이가 풀바디라면, 보타니보레는 미디엄 바디다. 이은채 아래 시타델은 과일 껍질에서 느껴지는 시트러스인 반면 이건 풀 기운을 머금은 시트러스다. 이 술이 가진 고유한 향 자체의 힘이 세고 강하다.
김민주 어릴 때 자주 먹었던 막대사탕이 떠오른다. 입 안 착색시키는 파란색 그 사탕향이 강렬하다. 달콤한 기운의 시트러스 향이 지배적이다. 끝에 민트 향이 스친다. 입 안에 닿는 결이 부드럽고 둥글다. 날카롭거나 바삭한 느낌이 아니다. 오래 묵힌 시라즈 품종처럼 부드러운 후추의 느낌이 매력이다. 이은채 전체적으로 흰꽃 향기가 두드러진다.
김민주 이름처럼 시트러스한 기운이 슬며시 느껴진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익은 포도처럼 단맛이 좀 돌기도 한다. 이은채 일반적인 시트러스가 아니라, 좀 쏘듯이 날카로운 시트러스 향이 지배적이다. 진과 라임주스로 만드는 칵테일인 김렛에 들어가는 베이스 진으로 사용하면, 전체적인 맛이 잘 어울릴 듯하다.
김민주 견과류 맛이 난다. 그저 고소한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아몬드 껍질이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맛이 강렬하다기보다는 동글동글한 편이다. 이은채 시음한 것 중 향과 맛이 가장 가볍다. 단맛은 약하고 입에서 페트롤과 같은 약간의 유질감이 있다. 전체적으로 캐릭터가 강한 진은 아니라서 개성이 정확히 두드러지진 않는다.
김민주 첫 입에 바닐라 향이 훅 느껴진다. 곰곰이 각하다보니 어린 시절에 자주 먹던 버터스카치 맛 사탕이 느낌표처럼 떠올랐다. 이은채 첫 모금에 바닐라 향이 풍긴다. 생 조지 드라이 라이와 비슷하게 끝에서 곡물 향이 치고 올라오는데, 펀치는 좀 약하다. 도수가 48도로 꽤 높은데도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달콤한 기운이 두드러진다.
이은채 허브 향이 다채롭다. 세이지, 로즈메리, 바질 향이 난다. 플리머스처럼 향도 가볍다. 바닐라, 오크통, 시나몬, 넛맥, 스타아니스를 끓일 때의 향 등이 떠오른다. 이은채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좀 낮다. 보타니스트, 브로커스, 플리머스 순으로 당도가 높은 듯하다. 보틀을 장식한 신사의 이미지 때문에 강한 개성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진이다.
김민주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고 과일 향, 베리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대신 주니퍼베리 향은 좀 덜하다. 곡물의 느낌도 있다. 이은채 곡물 향이 먼저 느껴지고 주니퍼베리 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전체적으로 화려한 맛의 진은 아니다. 개성 있는 위스키를 만드는 아일라 지역에서 증류한 진이라 더 궁금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단 얌전하다.
김민주 모든 면에서 중간 정도를 찍는 듯하다. 힘이 좀 없는 대신 온화하고 얌전한 기운이다. 알코올 도수 자체도 40도로 낮다. 이은채 입 안에서 둥글둥글하게 밀려 들어온다. 진 캐릭터 자체가 확실하다기보다는 칵테일을 만들기 좋은 진이다. 기본기가 있는 베이스로 자주 활용할 것 같고, 과일즙 맛이 살아 있는 칵테일에 무난할 듯하다.
김민주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진이다. 향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바다의 짠기, 해조류의 짭짤함, 비릿한 바다 냄새가 연하게 느껴진다. 입에 닿는 맛 역시 짭짤하다. 이은채 브로커스와 함께 묶을 수 있는, 가볍고 깔끔한 맛을 지닌 진이다. 코에서 슬쩍 단맛이 스쳤는데, 입에서도 그렇다. 브로커스보다 단맛이 조금 더 강렬하다. 바디감도 좋다.
김민주 향에서부터 묵직함이 느껴진다. 와인으로 치면 말벡이나 카베르네 쇼비뇽과 비슷하다. 끝에 유칼리툽스, 엘더플라워, 아카시아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흰꽃 향이 느껴진다. 이은채 민트 향이 살짝 스치고, 전체적으로 향이 가볍고 은은하다. 가장 가볍다고 느낀 피프티파운즈와 비교하자면 No.3가 혀가 더 감기는 느낌이다.
김민주 와인에서 느껴지는 붉은 베리류 향이 엇비슷하게 난다.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면 장미 향이 코로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피니시가 길고, 맛과 향이 복잡하고 풍성하다. 이은채 톡 쏘는 향이 아니라 시폰처럼 풍성하고 화려한 느낌. 가시가 있는 예쁜 장미도 떠오른다. 첫눈에 반하는 맛이지만 오히려 금방 질릴 수도 있을 듯하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도움말
- 유용석(한국칵테일위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