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마크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건 슈 클리너를 만들었다. 서울까지 먼 길을 달려왔지만 운동화는 여전히 깨끗했다.
“운동화는 깨끗할수록 보기 좋다”는 의견과 “운동화는 좀 지저분해야 예쁘다”는 주장이 있죠. 어떤가요? 개인의 기호라고 생각해요. 저는 신발이야말로 그날의 옷차림에 방점을 찍는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깨끗한 게 좋아요.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요. 예를 들어 컨버스 척 테일러는 좀 더러울 때 멋있어 보이죠. 컨버스를 사면 일부로 밟힌 자국을 내고 그랬어요.
제이슨 마크는 무슨 소재의 운동화에 가장 적합한가요? 워낙 안전해서 모든 소재에 사용할 수 있어요. 가죽, 스웨이드, 캔버스, 메시 등등. 특히 가죽은 세척하고 나면 반질반질 윤이 날 거예요. 천연 컨디셔닝 성분이 포함돼 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망설여지기도 해요. 정말 모든 소재의 운동화에 괜찮은 걸까? 각자의 성질에 맞는 클리너를 출시할 생각은 없나요? 제이슨 마크를 시작할 때부터 안정성과 범용성, 두 가지 특성에 집중했어요. 사람들이 딱 하나만 사면 여기저기 다 쓸 수 있도록. 그래서 제이슨 마크엔 화학 성분이 없어요. 아마 다음에 지우개 같은 걸 내놓을 순 있겠죠. 하지만 새로운 클리너라기보단 기존 제품을 보완하는 개념에 가까워요.
운동화를 어떻게 빠느냐에 대한 고민만큼 모자를 어떻게 세척하느냐도 꽤 골칫거리예요. 운동화와 모자는 스트리트 패션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쌍이잖아요. 다른 슈 클리너 출시 계획이 없다면, 모자 관련 제품은 어떨까요? 사실 요즘 모자 클리너를 실험 중이에요. 아무래도 직접 피부에 닿기 때문에 더욱 고민할 부분이 많죠. 액체를 흡수하는 소재가 많아 까다롭기도 하고요.
제이슨 마크를 창립했을 때, 이 사업이 성공할 거라 예측했나요? 운동화 전용 클리너는 이전에도 많았잖아요. 맞아요. 저는 운동화 클리너를 발명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정말 운동화에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했죠. 전 제이슨 마크를 만들기 전, 여러 클리너를 섞어서 제 아끼는 운동화를 닦곤 했어요. 그러면서도 걱정을 했죠. 안에 뭐가 들었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저 같은 사람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말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렇다고 사업이 성공할 거란 생각까진 못했어요. 제이슨 마크가 커나가는 걸 보며 생각보다 세상에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죠.
특히 어떤 요소가 성공에 도움이 됐을까요? 기술, 이미지 혹은 당신 그 자체일 수도 있죠. 제가 운동화 문화에 오래 속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항상 운동화를 사고, 운동화를 신는 무리에 섞여 있었어요. 힙합과 농구를 좋아했고, 디제이로도 꽤 오래 활동했죠. 전부 운동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잖아요. 같은 문화를 즐기던 사람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제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저 즐기는 것과 사업은 완전히 다른 일일 텐데요. 15년쯤 디제잉을 했는데,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제 기업가 정신인 거죠. 운동화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전 별나다 싶을 정도로 깔끔한 사람이에요. 결국 운동화, 디제잉, 결벽증 세 가지가 어우러져서 제이슨 마크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LA 하면 티셔츠와 운동화가 떠오르죠. 다른 곳 출신이었다면 사업 방향도 좀 달랐을까요? 어쩌면요. 전 LA를 정말 좋아해요. 치장하고 어딜 나가본 적도 없죠. 클럽에 갈 때도, 고급 식당에 갈 때도 지금 같은 옷차림이에요.
한편 제이슨 마크는 요즘 같은 SNS와 개인 블로그의 시대에 퍽 잘 어울리는 브랜드예요. 수많은 사람이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러 공간에 ‘비포 애프터’나 사용기를 올리죠. 시기를 잘 탔다는 생각도 하나요? 맞아요. 아주 적절한 시기죠. ‘비포 애프터’ 유행이 어떻게 시작됐냐면, 어느 날 한 콘서트장에서 제가 온갖 소스로 범벅이 된 핫도그를 흰 운동화에 떨어뜨렸어요. 진짜 화났죠. 집에 돌아와 제이슨 마크 클리너로 신발을 깨끗하게 닦은 뒤, 세척 전후 비교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그런데 그 게시물이 정말 큰 인기를 끌었어요. 2007년 제이슨 마크를 처음 만들 당시만 해도 인스타그램이 없었고, 페이스북에서 비슷한 이벤트를 열었을 땐 정말 아무도 관심이 없었거든요. 인스타그램이 완전히 신세계를 열어젖힌 거죠.
이제 돈을 꽤 많이 벌었을 거예요. 그러면 더러운 운동화를 세척할 필요가 없겠죠. 다시 사면 되니까. 하지만 여전히 제이슨 마크로 운동화를 닦나요? 적어도 매주 한 번은 그렇게 해요. 제이슨 마크를 만들기 전부터 하던 일이라 그만둘 것 같지 않아요. 운동화에 빠져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생 딱 하나의 운동화만 신어야 한다면 뭘 고를 건가요? 음…. 컨버스 척 테일러, 아니면 에어 조던?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