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THE PERFORMERS : 준야 이시가미

2017.04.11GQ

유명인이 자신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는 인물과 공간에 대해 탐구하는 구찌와 지큐의 ‘The Performers’ 비디오 시리즈. 그 네 번째 주인공은 일본 건축계의 젊은 선구자인 준야 이시가미다. 그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 전 영감을 얻기 위해 멕시코 유카탄 정글을 지나 세노테로 떠났다. 세노테는 건기에도 풍부한 지하수를 품고 있는 천연 우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중 동굴이다.

준야 이시가미가 생각하는 최고의 건축가는 자연이다. 그는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 속에서 수많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즘 미학을 추구해왔다. 이시가미의 예술적 세계관은 숲과 호수 등 자연을 통해 형성됐다. 그의 작업실은 도쿄라는 거대한 도시에 위치하고 있지만 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건축 형태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건축 일을 하고 있지만 건물이 지어지기 수천 년 전 자연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시가미의 작업은 침식과 퇴적 작용처럼 지구를 이루는 본질적인 현상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시가미에게 영감을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장소로 떠나자고 요청했을 때, 그는 세련된 도시가 아닌 멕시코의 수중 동굴을 선택했다. 그만큼 이 건축가의 머릿속은 자연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시가미는 자연에서 받은 특별한 느낌을 최첨단 기술이 순환하고 있는 도쿄의 심장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그의 작업물은 종종 유리 온실의 형태로 자연 속에 배치된다. 여기서 유리는 자연의 틀 역할을 한다. 이시가미의 유리 온실은 끝이 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인간의 정교한 기술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그는 자연을 조각하는 사람 같다. 이시가미가 말했다. “건축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환경에 불과해요. 건축물은 자연과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중 동굴인 세노테에 빠져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야 사람들은 한때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하 우물을 성지로 생각했다. 보석처럼 투명한 물속을 관통하는 햇빛은 꿈속의 세계로 들어오는 무의식과 비슷하다. 우물과 수중 동굴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태초의 기억과 맞물려 있다. 세노테는 어머니의 뱃속을 닮은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지하 우물 주변에서 수많은 유물과 뼈를 발견했다. 마야 사람들이 이곳을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신비한 경계선이라고 여겼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시가미가 세노테의 수정처럼 맑고 푸른 물속으로 뛰어들며 덧붙였다. “여행을 할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만한 자극을 찾습니다.” 대개 이 과정에서 수 천 장이 넘는 사진 촬영을 한다. 그곳이 물속이라면, 수중 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자연과 인공을 구분하지 않는다. “제게 생각하기에 인간이 만든 물건도 하나의 자연이에요. 왜냐하면 인공 제품을 만드는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죠.” 세노테의 수중 세계는 이시가미의 감각을 자극했다. 깊고 투명한 물, 수중의 어둠을 가로지르는 빛, 햇빛에 모습을 드러내는 수풀, 1만 년 동안 침식돼 온 석회암의 다채로운 색깔.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특별한 공간을 창조한다. 자연의 건축물이 느리게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시가미의 작업 방식과 동일하다. “현실에는 수많은 지름길이 존재하지만 저는 지름길을 좋아하지 않아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놓쳐버리기 때문이에요.”

24시간 전기가 꺼지지 않는 도쿄에서 이시가미는 인류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준야 이시가미가 착용한 구찌 2017 S/S 컬렉션은 GUCCI.COM 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GQ X Gucci present The Performers Act 4 Junya Ishigami
#GucciStories

    에디터
    글 / 에드윈 헤스코트(Edwin Heathcote )
    사진
    CUC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