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가벼운 사치, 영국 런던의 호텔

2017.05.11GQ

CITZEN M TOWER OF LONDON │ 영국 런던

예전이라면 타워힐은 쿨한 호텔이 어울리지 않는 동네였을 테다. 이스트엔드도 시티오브런던도 아니면서 소호까지는 또 엄청 머니까. 하지만 번화한 쇼디치가 걸어서 10분 거리이니 힙한 것과 역사적인 것 둘 다 맛보고 싶은 이들에겐 훌륭한 위치다. 침대에 누워 바닥에서 천장까지 난 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로 앞의 런던 타워가 보이고, 그 뒤로 타워 브리지가 반짝인다. 8층으로 올라가면 층고가 두배로 높은 바가 있어 런던의 유명한 마천루들이 여기저기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Citizen M’의 회장 라탄 차드하는 패션 브랜드 멕스를 창립한 인물,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 경험이 풍부해 투숙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안다. 조그마한 방에 아주 크고 아주 편안한 침대와 매끈한 비트라 가구를 놓고, 화장실엔 물줄기가 센 해바라기 샤워기를 설치하고, 심플한 하이테크 태블릿 형태의 컨트롤러를 비치해뒀다. 이걸 이용해 블라인드, 음악, 무료로 제공하는 영화, 난방, 심지어 조명(분홍색도 가능하다)까지 제어할 수 있다. 요컨대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것은 전부 다 뺀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셀프 체크인 카운터,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명랑한 앰배서더들(이곳에선 직원을 ‘앰배서더’라고 부른다), 활기 넘치는 칵테일 바, 빵과 신선한 초밥을 비롯해 인근의 버로우마켓에서 사온 것들로 선반을 가득 채운 24시간 무인 매점 등도 모두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네덜란드 건축 회사 ‘콘크리트’에서 디자인한 널찍한 공용 공간은 창고형 거실처럼 여유로운 느낌이 난다. 장 프루베 의자와 베르너 판톤 풋 스툴, 아이맥을 일렬로 설치해둔 테이블, 두꺼운 디자이너 서적, 재밌는 영국 소품(크리켓 공이 담긴 병이나 앤 공주가 그려진 키치한 접시를 보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따위가 곳곳에 놓여 있다. 딱 알맞은 정도의 가벼운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호텔이다.

citizen.com, 더블 룸 약 18만원부터.

    에디터
    글 / 영국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편집팀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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