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승우 vs. 백승호

2017.06.02GQ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승우와 백승호를 보고 싶은 이유 10가지.

국제축구연맹에서 주최하는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U-20 대표팀은 5월 30일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패하며 아쉽게 8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조별경기에서의 활약으로 축구팬들을 행복하게 했다. 특히 FC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 백승호의 경기력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게 했다. 예상보다 빠른 탈락으로 아쉬움을 남긴 그들을 과연 다가오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직은 기다릴 때라며 손사래를 친 월드컵 국가 대표팀 감독 슈틸리케에게 바친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승우, 백승호를 보고 싶은 이유 10가지.

이승우 (1998년생, FC 바르셀로나 후베닐 A 팀 소속)

1. 타고난 골 사냥꾼이다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때 남아공 다논 네이션스컵에서 12골을 넣어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2014년 아시아축구연맹 U-16 챔피언십에서 득점왕과 MVP를 휩쓴 전력이 있다. 다득점뿐 아니라 아름다운 골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이승우의 장점이다. 이번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의 하이라이트는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여준 칩샷. 센터라인부터 30m 넘게 혼자 질주하며 수비수를 따돌렸고,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며 골을 넣는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2. 단숨에 경기장 분위기를 바꾼다 뛰어난 퍼스트 터치와 드리블 능력, 그리고 순간 가속을 이용해 과감한 돌파를 시도하면서 축구팬들을 흥분시킨다. 이승우가 공을 잡으면 관중석에서 뜨거운 환호가 쏟아지며 경기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득점 후 화려한 세레모니와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경기장을 뜨겁게 달궈 놓는다. 스타 선수로 자랄 기질이 다분하다.

3. 심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경기 내내 이승우는 다른 선수를 대신해서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평소에도 필드에서 심판, 부심들과 농담도 주고받고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편. 대체로 필드에서 조용한 대다수의 한국 선수들에겐 없는 덕목이다. 우리나라에도 심판을 길들일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났다.

4. 국가 대표를 위해 EU 시민권도 포기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축구협회는 이승우에게 스페인 국가대표 발탁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2013년부터 EU 시민권 취득을 권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귀화 제의를 거절하고 있는 상황. ‘태극 마크를 달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비는 것 말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만큼 월드컵 국가대표를 향한 애정이 엄청나다.

5.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기대된다 개성 강한 축구 스타일처럼 헤어스타일도 화려하다. 이번 경기엔 투 블록 스타일에다 왼쪽 옆머리엔 자신의 이니셜인 SW, 오른쪽 옆머리엔 승리를 상징하는 V를 새겼다. 2015년엔 분홍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노안으로 눈이 안 좋으신 할머니가 자신을 쉽게 찾으실 수 있도록 머리카락을 염색한 것이라는 훈훈한 뒷이야기도 있다.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염색을 한다는 그가 다음엔 어떤 헤어스타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백승호 (1997년생, FC 바르셀로나 B팀 소속)

1. 축구 명가가 지켜보는 선수다 백승호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는 화려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현재 FC 바르셀로나 B팀과 계약해서 프로 무대에 발을 걸치고 있으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등 유명 선수들이 있는 1군 훈련에 참가시키기도 했다. 최근 유소년 팀을 총괄하는 디렉터 펩 세구라는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백승호가 선발로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지켜보며 “좋은 경기를 펼쳤다. 계속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잘하고 다치지 말고 오라”고 관심을 표현해 차후 행보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 의지의 사나이다 올해 1월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준비를 위해 신태용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FIFA가 FC 바르셀로나에 내린 국제 유소년 선수 이적 규정 위반 징계로 약 3년 동안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신 감독이 “전반 20분짜리 선수”라고 혹평했을 정도. 그 후 일명 백승호 프로젝트라 불리는 체력 훈련에 돌입해 트레이너가 혀를 내두를 정도의 훈련 강도를 견뎠다. 결국 5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회복했다.

3. 심리적, 기술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백승호는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경기장에서 쉽게 들뜨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또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성장하면서 드리블, 패스, 슈팅, 볼 컨트롤 등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 이런 심리적, 기술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그는 감독의 전술적 요청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아르헨티나와의 조별경기 2차전에서도 그는 승부를 결정짓는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대담함을 보여줬다.

4. 프리롤 플레이어 꿈나무다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백승호는 신태용 감독 전술의 핵심이었다. 그는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 미드필더, 윙어,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재원. 특히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조영욱이 돌파 과정에서 오른쪽으로 내준 공을 백승호가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발 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이나, 상대편의 강한 압박을 견디며 이승우에게 공격적인 롱패스를 하는 장면 등을 연출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5. 창피함을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한다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16강 전 탈락이 결정된 포르투갈과의 경기 후 백승호는 동료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눈물을 쏟았다. 주전 골키퍼 송범근 선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룸메이트인 백승호가 숙소에 돌아와서도 펑펑 울었다”고 한다.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브라질 월드컵, 리우 올림픽에서 수많은 득점기회를 날리고 그라운드에서 한바탕 통곡한 뒤 역대 한국인 유럽 리그 시즌 최다 골 기록을 세운 것처럼 백승호에게도 각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아디다스
    그래픽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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