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처참하기 마련인, 늘 예산이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오는 한국의 뮤직비디오는 두 갈래 중 하나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조악하거나 새로운 것보다는 소위 ‘때깔’을 내세우면서 무의미한 화면을 계속하거나. 혁오가 올해 발표한 새앨범 <23>에 수록된 ‘만리’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하고 힘이 넘친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상을 확신하고 외부의 환경을 충분히 통제할 때 만들어질 수 있는 종류다. 사막을 달리는 20톤급 장축 트럭에 올라타 라이브 연주를 하는, 충분히 관습적일 수 있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힘은 노래 아니면 이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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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정우영
- 일러스트레이터
- Kimi&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