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계를 고르는 남자를 위한, 시간보다 먼저 갖춰야 할 기준 5

2026.04.12.주현욱

시간을 확인하는 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더더욱, 손목 위에 올릴 이유는 분명해야 한다.

‘얼마야?’ 말고 ‘어디 갈 건데?’부터 물을 것

첫 시계를 고를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예산부터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어디에 차고 갈 것인가’다. 출근, 미팅, 데이트, 혹은 주말의 느슨한 오후. 이 맥락이 정해져야 시계의 방향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포멀한 환경이라면 롤렉스까르띠에처럼 얇고 단정한 드레스 워치가 어울린다. 반대로 일상과 캐주얼이 중심이라면 세이코카시오 같은 실용성과 디자인이 균형 잡힌 선택이 더 현실적이다.

‘이거 유명해?’ 말고 ‘이거 나랑 잘 어울려?’를 물을 것

누군가는 로고를 사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산다. 첫 시계라면 후자 쪽에 가까워야 한다. 예를 들어 오메가는 우주와 탐험의 서사를, 태그호이어는 레이싱과 속도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런 배경은 시계를 단순한 액세서리에서 하나의 캐릭터로 바꾼다. 이 시계를 착용한 내가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지 먼저 정하자.

‘지금 핫해?’ 말고 ‘5년 뒤에도 찰까?’를 떠올릴 것

첫 시계는 대개 오래 함께한다. 그래서 트렌드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지금 유행하는 과한 사이즈나 화려한 디테일은 몇 년 뒤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심플한 다이얼, 절제된 컬러, 균형 잡힌 비율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설득력을 가진다. 이건 패션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다. 그리고 취향은 오래 버틸수록 가치가 생긴다.

‘예쁘다’에서 끝내지 말고, 손목 반응까지 볼 것

시계는 보는 물건이 아니라 매일 차는 물건이다. 무게, 두께, 러그 길이, 스트랩의 질감까지 직접 경험해야 한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모델이라도 손목 위에서 불편하면 결국 서랍으로 간다. 반대로 스펙이 평범해도 손에 잘 맞는 시계는 자연스럽게 나의 일부가 된다. 첫 시계는 좋은 시계보다 잘 맞는 시계여야 한다.

‘봐줘’ 말고 ‘어때?’ 정도로 끝낼 것

첫 시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건 과시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옷차림과 맞지 않는 시계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좋은 시계는 튀지 않는다. 대신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누군가 알아봐 주면 좋지만, 몰라도 상관없는 정도. 그게 가장 이상적인 균형이다.

주현욱

주현욱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기록하고, 문장으로 본질을 풀어내는 프리랜스 에디터입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2015년 패션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GQ KOREA'를 중심으로 'VOGUE KOREA', 'Noblesse' 등 주요 매체에서 컨트리뷰팅 에디터를 겸했으며, 네이버·신세계·한섬 등 기업 브랜디드 프로젝트에서 배우부터 작가까지 수많은 인물의 인터뷰와 화보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극장의 불이 꺼지기 직전의 적막을 사랑하며, 희귀 영화 포스터를 수집하고 필름 스코어를 탐닉합니다. 모든 관람작에 예리한 평점과 리뷰를 남기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쓸데없이 집요한 구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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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