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겨울에 더 맛있는 사천 후추 ‘화자오’

2018.01.24손기은

추위가 다 물러가기 전에 실컷 먹고 싶다.

두세 종류의 소금을 구비해놓고 요리를 할 때마다 후추의 선택지가 빈약한 게 늘 아쉬웠다. 백후추와 흑후추용 그라인더를 나눠 분배하는 정도로만 공을 들이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공기가 찢어질 듯이 추운 날, 화자오와 마자오를 만났다. 얼얼한 맛, 매운 맛, 알싸한 맛이 옹골차게 들어간 사천 후추. 통에서 꺼내는 것만으로도 대림이나 건대입구를 코앞으로 끌어다놓는 이 작은 후추의 세계에 휘말려버렸달까. 어디든 일단 뿌려보고 맛을 확인하는 ‘실험’ 과정을 겨우내 이어왔다. 화자오와 마자오를 구하는 건 인터넷으로 똑딱 가능하고 밀폐가 되는 병에 넣어 주방 한쪽에 보관한다. 그러곤 얼큰한 요리에 어쩐지 힘이 빠진 것 같을 때, 불 향을 내며 해산물을 구웠는데 그 향을 더 끌어내고 싶을 때, 과감하게 써본다. 두 가지 성공작을 공유한다.

화자오 고사리 볶음 청담동의 한 사천 요리 전문점에서 차나무버섯 볶음과 화자오를 함께 낸 요리를 맛본 뒤 비슷한 조합을 찾아보고 싶었다. 차나무버섯은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어 고사리로 대체했다. 삼겹살을 구울 때 그 기름에 삶은 고사리를 바삭하게 굽고 살짝 으깬 화자오를 넣어 향을 낸다. 돼지고기와 함께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다.

화자오 새우 구이 새우와 화자오와 고수가 만나면 실패란 없다. 냄비 바닥으로 콱 찍어 으깬 화자오를 준비하고 전분에 절반을 섞어둔다. 손질한 뒤 간한 새우에 전분을 묻히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튀기듯이 구우면 끝. 남은 화자오와 칼로 듬성듬성 썰어둔 고수를 새우 위에 뿌려 마무리한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