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사진가가 찍은 북한의 일상 | 지큐 코리아 (GQ Korea)

세 명의 사진가가 찍은 북한의 일상

2018-12-14T11:51:51+00:00 |culture|

북한이 메아리가 들릴 듯 가까워졌다. 세 명의 사진가가 찍은 북한의 사진이 잡힐 듯 친근하다.

© Carl De Keyzer/Magnum Photos/Europhotos

북한은 외국보다 더 낯선 곳이다.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도를 반으로 자른 선은 남과 북이라는 명료한 방위를 만들었다. 북쪽은 미지의 땅이자 ‘빨간 적’이 사는 이상한 세계였다. 가지 말아야 할 곳보다는 가볼 생각조차 못 한 곳이었다. 양쪽은 각자 차지한 땅을 불법으로 점령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서로를 조준했다. 코앞에 적이 있다는 불안은 한때 집단을 결속시키는 장치로 활용됐다. 아직 휴전 중이라는 사실은 여전히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의무가 되었고.

서로 양보할 것 같지 않던 대치 상황은 2018년에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남과 북의 새로운 정상은 얼굴을 맞대기로 했다. 70년 동안 앙숙으로 지낸 두 국가의 만남이자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 바깥세상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지도자의 첫 번째 대면이었다. 그 배경만으로도 회담의 의미는 무거웠다. 하지만 11년 만에 다시 마련한 자리라고 해도 한 번의 이벤트에 그칠 거라고 보는 시각도 많았다. 2000년과 2007년에 남북의 정상은 이미 만난 적이 있지만, 이후에도 긴장과 충돌, 화해로 이어지는 과정이 계속 반복됐으니까. 남쪽 사회엔 피로가 쌓였다. 역사적인 회담이라고 해도 친교와 반목의 반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했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약속한 회담을 앞두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예전보다 능숙했다. 회담이 열리기 얼마 전, 남한의 가수들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다. 두 국가의 젊은 가수들이 같은 언어로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왔다. 바싹 긴장된 분위기가 슬며시 누그러졌다. 이후 정치적 파격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북한의 대표자는 판문점에서 만난 남한 대표자의 손을 잡고 군사 분계선 북쪽으로 넘어가 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수행원 없이 ‘도보다리’ 위에 있는 벤치에서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한적한 공원 같은 배경에서 육성을 섞는 두 정상의 모습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지 복화술 전문가까지 동원한 온갖 추측이 나왔다. 회담장 식탁엔 북측이 옥류관에서 공수해온 냉면이 올랐다. 덕분에 서울에선 평양냉면을 먹으려면 한참 동안 줄을 서야 했고, 계절과 상관없이 인스턴트 냉면 판매량도 덩달아 치솟았다.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지 불과 한 달 만에 남한의 대통령은 다시 북으로 올라갔다. 북측에서 먼저 제안하고 남측에서 수락해 12시간 만에 만남이 이루어졌다. 다시 한번 이루어진 역사적인 재회라기보단 친척 집을 찾아가는 가벼운 여정처럼 보였다. 국내외에서 정치적 계산에 따른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약속은 다음 약속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 만남은 9월에 평양에서 이루어졌다. 정부나 청와대 관계자 외에도 기업인과 예술인 등이 동행했다. 일정은 2박 3일 동안 이어졌다. 두 정상은 함께 카퍼레이드를 했다. 남한 대통령은 능라도 체육관에 모인 약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 섰고, 휴전 중인 국가의 수도에서 연설을 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연설 중에 “5천 년을 함께 살았고, 70년을 떨어져 살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북측은 회담 중 함께 백두산에 오르자며 다시 한번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는 남측 대통령의 말을 기억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백두산 꼭대기를 걷는 모습, 천지의 물을 담는 모습 등이 회담이 끝난 후 공개되기도 했다.

정상 회담이 동반한 변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종전 선언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서로를 경계하는 전초기지였던 GP에서 병력과 무기를 철수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남과 북쪽에 있는 GP를 역사적 기록물로 1개씩만 남기기로 하고 모두 철거하고 있다. 경기도는 북한과 ‘옥류관 남한 분점’을 유치하기로 합의했다. 재료를 북한에서 공수하고, 요리사도 북한에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 지도자의 남한 방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 시민 앞에서 연설할지도 모를 일이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북한에 보내던 제주도 감귤이 8년 만에 다시 전달됐는데, 한라산에 함께 오르자는 초대장을 대신하는 듯했다.

남과 북이 이제서야 깨달은 것은 변하고 있는 상대와 그동안 애써 외면해야 했던 호기심이었다. 궁금히 여긴다는 것은 관찰의 의지와 호감을 느낄 여지다. 올해 세 번에 걸쳐 열린 회담은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하고, 그것은 서로 더 많이 더 자주 볼수록 확실해진다는 걸 보여줬다. 이제 서로의 영역은 결코 미지의 세계가 아니다. 내년에는 더 많이, 더 자세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