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tv

[스타워즈]의 마지막 이야기

2019.08.19GQ

40년 넘게 이어온 긴 여정이 대단원에 이르렀다.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은하계 대서사시의 한 챕터를 마무리 짓는 임무를 떠맡았다. 포스가 함께하길.

Shooting Stars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레이 역을 맡은 데이지 리들리. 요르단의 와디 럼에서 파사나 행성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에이브럼스는 “이곳의 붉은 모래와 작열하는 햇빛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Hot Take 앤서니 대니얼스는 유일하게 모든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다. 그가 연기한 C-3PO는 9편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캐릭터다.

Well Met 요르단 현지인들이 파사나 행성의 아키-아키 종족을 연기했다.

Star Crossed 카일로 렌과 레이는 폭풍 속에서 정면으로 부딪친다. 카일로 렌을 연기한 아담 드라이버는 “특별한 힘으로 연결된 둘의 관계는 전편보다 더 깊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Horsing Around 핀과 잔나는 퍼스트 오더의 기계화 부대에 맞선다. 잔나 역에 캐스팅되며 스타워즈 시리즈에 합류한 나오미 아키에는 “굉장히 초현실적인 경험”이라며 출연 소감을 밝혔다.

Punch It!강렬하고 역사적인 재결합. 오리지널 시리즈의 란도 칼리시안(빌리 디 윌리엄스)이 밀레니엄 팔콘의 조종석에 다시 앉았다. 포 다메론(오스카 아이삭), 츄바카, BB-8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드로이드 D-O가 한데 뭉쳤다.

First look 눈으로 뒤덮인 키즈미 행성에 등장한 조리 블리스. 비열한 악당으로 알려진 캐릭터로 케리 러셀이 연기한다.

From The Ashes 루크(마크 해밀)와 R2-D2. 시퀄 시리즈의 파이널에서 비상하게 될 스카이워커의 정체를 둘러싼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운명의 주인공은 1997년부터 이어져 온 스타워즈 세계관의 향방을 결정하게 된다.

요르단 남단의 와디 럼. 붉은 사막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현지에서는 ‘달의 계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적이 드물며 극명하게 아름다운 사막 풍광은 마치 머나먼 은하계에 존재할 법한 외계 행성을 연상시킨다. 이 황량한 사막지대를 <아라바이아의 로렌스>와 <마션>이 거쳐갔고 최근에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가 찾았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고전이 된 스타워즈 시리즈는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 작업 비중을 최소화하고 현실감을 극대화한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했다. 40년 전 스타워즈 시리즈를 탄생시킨 조지 루카스가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고향 행성인 타투인 장면을 튀니지에서 촬영했다면, 와디 럼은 올해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배경으로 낙점됐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연출하며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던 J. J. 에이브럼스가 복귀해 3부작의 마지막 장을 맡았다. 그는 시리즈의 관례대로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촬영팀은 붉은 사막으로 향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거주할 수 있는 마을이 와디 럼에 세워졌다. 크리처 관련 특수효과 인원만 70명이 넘었다. 요르단 왕실과 군대의 도움을 받았다. 매일 해가 뜨고 지듯 모래폭풍이 일었고 그때마다 촬영팀은 모래를 뒤집어쓴 채 텐트로 피신했다. 핀 역을 맡은 존 보예가는 레게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반란군의 파일럿 포 다메론을 연기한 오스카 아이삭은 와디 럼에 도착한 뒤 사막 한복판에 설치된 거대한 그린 스크린을 발견했다. 의아한 마음에 에브럼스에게 물었다. “그린 스크린 촬영이라면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그리고 그가 얻은 답은 이렇다. “모래가 태양빛에 반짝이는 색과 광활한 생생함은 컴퓨터 그래픽 작업으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야.” 촬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삭은 감독의 의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과 아날로그적 촬영 작업이 매 장면에 몰입감 넘치는 생생함을 더했다.

지난 4월 시카고에서 열린 2019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 행사에는 6만5천 명의 팬이 몰려들었다. 약 4만 개의 미니 피규어로 완성한 스톰트루퍼 헤드, 레고로 만든 루크 스카이워커가 현장 분위기를 돋웠다. 메인 이벤트는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트레일러 영상이 처음 공개되는 현장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트레일러를 볼 수 있었지만 1만여 석이 넘는 자리가 꽉 들어찼다. 2012년 루카스 필름을 40억 달러에 인수한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간부들은 스타워즈 이벤트가 지닌 중요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이날 트위터의 트렌딩 토픽 순위에 스타워즈 관련 내용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차지했다. 에이브럼스는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2015년 첫선을 보인 시퀄 3부작의 최종 편이자 1977년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오리지널 3부작의 최종 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이 1983년 개봉했을 때 팬들은 이 엄청난 시리즈가 마침내 끝났다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16년 뒤 예상을 뒤엎고 프리퀄 시리즈가 제작됐다. 이를 마무리 짓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가 개봉됐을 때 우리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대서사시가 확실하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세계관은 거대하고 막강하다. 한 편의 영화는 물론이고 3부작의 프리퀄과 스핀오프 시리즈를 통틀어도 그 내용을 전부 다룰 수 없다. 게다가 이야기는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심지어 해피밀 세트를 거쳐 더욱 방대하게 확장됐다. 에이브럼스는 모든 실마리를 모아 오래전 조지 루카스가 시작한 이야기를 매듭짓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그게 바로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다. 짜릿하고 강렬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만든 모든 시리즈가 그렇게 느껴지도록 마무리해야 한다.”

당대의 기술력으로 완성된 SF 작품은 나이를 먹을수록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 1974년에 제작된 <플래시 고든>을 보면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 것이다. 단, 스타워즈 시리즈는 예외다. 루카스가 상상한 공상과학 세계는 현실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여전히 현재형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장감을 지향한 루카스는 근접 촬영을 통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 방식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잔나’라는 캐릭터로 새롭게 합류한 나오미 아키에가 말했다. “와디 럼에는 장엄하면서 초자연적인 분위기가 있고, 마법 같은 순간도 펼쳐지며, 오랜 세월을 투박하게 버텨낸 자연도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스타워즈 속 세계를 현실감 있게 만든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에도 우리와 비슷한 것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루카스는 첫 번째 스타워즈 영화의 엄청난 성공을 발판 삼아 속편 ‘제국의 역습’을 만든 후 제목에 ‘에피소드 5’를 붙였다. 그리고 첫 편은 ‘에피소드 4’라 명명했다. 그때부터 루카스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2012년 디즈니가 스타워즈 판권을 넘겨받으며 더 많은 스타워즈 영화가 제작될 거라고 공표한 건 완전히 새로운 전략은 아니었다. 캐슬린 케네디가 공동 대표로 임명되어 루카스 필름을 지휘하게 됐고 에이브럼스에게 루카스 이후의 스타워즈가 맡겨졌다. 정확히 말하면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는 데 투자한 40억 달러를 벌어들여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에이브럼스의 스타워즈 데뷔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오리지널에 바치는 정교한 헌사에 가까운 작품이다. 시리즈의 시초와 마찬가지로 사막 행성을 배경으로 포스를 지닌 주인공과 저항군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로이드가 등장한다. 노년의 한 솔로, 레이아 공주 등 오리지널 주인공들이 새로운 세대의 영웅들과 재회하고 검은 헬멧을 쓴 빌런 카일로 렌은 다스 베이더와 유사하다. 그가 속한 퍼스트 오더는 제국군의 데스스타처럼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다. 게다가 외계인들로 북적거리는 술집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에이브럼스는 오리지널 3부작이 보여준 아날로그적 미학을 고수했다. 외계인의 머리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라텍스로 제작했고, 필름 카메라와 로케이션 촬영을 고집했다. 사실 루카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시작된 프리퀄 3부작을 만들면서 이전의 촬영 방식을 포기했다. “알려진대로 프리퀄의 대부분은 그린 스크린에서 만들어졌다.” 에이브럼스가 말했다. “이를 통해 루카스는 그가 원한 장면을 정확히 구현했다. 그렇지만 난 오리지널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눈으로 뒤덮인 호스 행성, 타투인 행성의 사막, 엔도 행성의 숲은 다시 봐도 놀랍다.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지구의 어떤 곳이든 스타워즈 세계가 될 수 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와 라이언 존슨이 연출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루카스의 비전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제국의 패배로 끝난 오리지널 3부작의 결말에서 30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로 우주의 질서는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신공화국이 현실에 안주하는 사이 악의 무리인 퍼스트 오더가 세력을 키웠다. 에이브럼스는 2차 세계 대전의 패배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나치 잔당에서 퍼스트 오더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한 솔로와 레이아 공주는 헤어졌고 루크는 제자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려 자취를 감췄다. 결국 그는 카일론 렌과의 결투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끝에 산화한다. 동화 같은 이야기는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스타워즈 시리즈는 스스로 만들어낸 현실과 사투 중이다.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 관한 몇몇 정보가 있다. C-3PO를 연기한 앤서니 대니얼스는 9편에 모두 등장한 유일한 배우다. 신작에 대한 내용을 유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바로 그가 적임자다. 대니얼스에 따르면 대본은 촬영 들어가기 불과 몇 분 전에 주어졌다. “어떤 대사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었으니까. 서둘러 대사를 외우고 촬영을 마치면 머릿 속에서 날아가버렸다.” 그러고는 이렇게 귀띔했다. “아무튼 C-3PO는 극 전개에 놀라움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한 솔로의 절친인 츄바카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코스튬 속의 인물은 바뀌었다. 오리지널 츄바카는 약 2미터 20센티미터의 젠틀한 거인 피터 메이휴가 연기했다. 캐스팅 당시 그는 런던 병원의 잡역부로 일하고 있었다. 메이휴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끝으로 은퇴했고 지난 5월 일흔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후계자로 낙점된 요나스 수오타모는 2미터 10센티미터의 장신으로 농구선수 출신이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합류한 그는 메이휴와 나눠서 츄바카를 연기했다. “처음에 메이휴는 내가 말라 보인다며 걱정했다. 그는 일주일간 트레이닝 캠프를 열어 내게 츄바카의 움직임과 표현 방식을 전수했고, 츄바카의 우키 종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비롯해 자신이 아는 모든 이야기를 들려줬다.” 수오타모는 신작을 포함해 4편의 스타워즈 시리즈에 출연했다. “츄바카 연기는 버스터 키튼과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와 비슷하다. 마임 연기를 펼쳐야 하고 절제된 행동을 통해 캐릭터의 특징과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

이 외에 최종 편에 대해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은 또 있다. 저항군과 퍼스트 오더는 최후의 격전으로 치닫고 있다. 전편은 크레이트 행성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승리한 퍼스트 오더와 겨우 전멸을 면한 저항군이 후퇴하는 장면으로 끝났다. 디즈니 관계자에 따르면 두 집단의 대립 뿐만 아니라 수천 년에 걸친 제다이와 시스 사이의 갈등도 다뤄질 것이라고 한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스카이워커의 정체성이다. 현실적으로 비상할 만한 스카이워커의 후계자는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레이아를 연기한 캐리 피셔는 예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캐릭터를 창조하거나 새롭게 배우를 캐스팅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고 레이아를 오롯이 등장시켰다. 생전에 캐리 피셔가 촬영한 편집본에서 극의 맥락에 맞는 대사를 찾아내 하나씩 쪼개고 붙여 고스란히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캐리 피셔의 딸 빌리 로드는 저항군 장교로 등장했다. 그녀와 레이아가 대화를 하는 장면도 있다. 에이브럼스는 조심스러웠고 그녀가 고통스럽다면 그 장면을 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브럼스는 “이게 가능할 거라고 장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스카이워커의 혈통 중 또 다른 생존자는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하는 카일로 렌이다. 그는 한 솔로와 레이아의 아들이자 루크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타락한 제자다.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보이는 카일로 렌은 퍼스트 오더를 장악했다. 디즈니 관계자는 소문으로 무성했던 ‘렌 기사단’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전했다. 전통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악의 기운은 두려움과 공포에서 기인한다. 카일로 렌의 조부인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어머니처럼 아내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점차 잠식됐다. 반면 앞서 두 편의 영화는 카일로 렌이 무엇을 진정으로 두려워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면 은하계에서 가장 쿨하고 멋진 남녀의 아들이라는 건 그리 행복한 일은 아닐 수 있다. 엄청난 기대와 압박감 속에서 자라야 할 테니까. 아담 드라이버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주위 시선과 부담에 시달리지만 인도해줄 사람이 없거나 올바른 판단을 할 줄 모른다면? 아주 크게 잘못될 수밖에 없다. 카일로 렌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을 헤매며 선과 악의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카일로 렌은 과거에 집착한다. 제다이에서 다스 베이더로 전락한 조부를 신봉하는 동시에 그 과거에 괴로워한다. 그는 자신과 포스로 연결된 레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거는 잊어버려. 그래야만 네 운명을 이뤄낼 수 있어.” 결말의 향방에 중요한 열쇠를 쥔 카일로 렌에게 데이지 리들리가 연기한 레이는 변수로 작용한다. 아담 드라이버는 “이번 영화에서 카일로 렌과 레이가 일시적인 유대 관계를 형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단,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가 전한 그럴듯한 정보처럼 개봉 직전까지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페이크 뉴스와 루머, 제작진의 수싸움이 난무할 것이다.

루카스가 설계한 오리지널 3부작은 스카이워커 가문의 뿌리를 따라 전개됐다. 그들을 둘러싼 얽히고설킨 사연은 은하계 서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에이브럼스가 지휘하는 시퀄 시리즈는 세계관의 범위를 폭넓게 확장하고 새로운 세대의 영웅들을 끌어들였다. 드라마와 액션의 중심축인 레이는 수련을 거듭하며 자신의 능력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렸다. 이제 그녀는 시퀄 시리즈의 피날레에서 제다이 기사단을 부활시켜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 카일로 렌이 삐뚤어진 마음을 고쳐 먹지 않는다면 그를 쓰러뜨리는 건 틀림없이 레이일 것이다.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라는 부제가 공개됐을 때 많은 팬이 스카이워커 타이틀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레이를 꼽았다. 그 예상을 깨고 포스를 지닌 생각지 못한 존재가 등장해 제다이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공개된 영상 속 레이는 어떤 상황이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막 행성에서 그녀가 결연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장면을 두고 리들리는 “촬영 초반 그 신을 찍어서 흡족했다”고 말했다. “풋내기 같았던 레이가 어떤 상태에 이르렀는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떨쳐낸 그녀의 얼굴에는 침착함과 자신감이 넘친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앞두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레이가 잠재된 능력을 끄집어내기 위해 집중할 때마다 그녀의 눈썹은 마치 화살표처럼 미간을 향해 날카롭게 기운다. 리들리에게 레이가 각성하는 장면을 찍을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관객들이 보게 될 장면을 머릿속에 그린다. 바위를 들어 올린다고 하면 바위가 움직이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렇게 집중하다 보면 정말로 포스를 사용해 동료들을 구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친다. 내가 해냈어!”

시퀄 시리즈에는 영국 남부식 억양을 구사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하는 존 보예가의 핀도 있다. 뜻하지 않게 레이의 여정에 휘말린 핀은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한층 성장했다. 과거에 맞서기로 결심했고 퍼스트 오더의 장교 캡틴 파스마를 때려눕혔으며 스톰트루퍼에서 완벽한 저항군으로 변모했다. 보예가는 “지난 편에서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했던 핀은 자신의 길을 확실하게 찾는다”라고 말했다. 또 저항군의 기술자인 로즈 티코와의 묘한 기류에 대해 “핀은 싱글이다. 기꺼이 어울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로즈 티코 역에 캐스팅된 켈리 마리 트랜은 스타워즈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포화 속의 뜬금없는 키스 신으로 인해 극성 팬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최근 “다시 첫발을 내딛을 것이다”라고 심경을 전한 그녀는 2019 스타워즈 셀러브레이션에 등장하며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스타워즈의 9번째 에피소드는 몇몇 새로운 캐릭터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 개의 바퀴로 움직이는 작은 드로이드 D-O와 커다란 바나나 슬러그 형상의 외계인 클라우드가 여기에 속한다. 나오미 아키에, 케리 러셀, 리처드 E. 그랜트도 새롭게 합류했지만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나오미 아키에는 “스타워즈의 일부가 된다는 건 현기증이 날 정도로 쿨한 일이다. 하루는 스타워즈 관련 콘텐츠나 아이템을 거치지 않고 거리를 걷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정도로 영향력이 큰 시리즈를 만드는 일은 마치 초현실적인 경험처럼 느껴진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스타워즈는 속편 제작이 멈춘 상태에서도 진화를 거듭했다. 비디오 게임,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VR 콘텐츠 등 끊임없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됐다. 최근에는 디즈니랜드에 스타워즈 테마파크인 ‘스타워즈: 갤럭시즈 엣지’가 개장했다. 올해 11월 선보일 예정인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새로운 콘텐츠는 통과의례처럼 팬들의 유별나고 전문적인 평가와 간섭을 견디고 넘어서야 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원작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오랜 역사와 명예를 자랑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라면 더더욱.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기존 시리즈와의 연결점을 유지하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1977년 탄생한 스타워즈의 세계관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 밖의 현실은 급격한 변화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오랜 시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시리즈가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원작의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인상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실패한다면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다시 말해 에이브럼스는 루카스가 아니라 에이브럼스가 되어야 한다.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어린 시절 나를 매료시킨 오리지널 스토리를 바탕으로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라졌다. 스타워즈는 이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새로움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이브럼스의 스타워즈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시퀄 3부작의 마지막 영화는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다짐과 약속에 더 가깝다. “결국 3부작은 새로운 세대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빚을 청산하려고 한다. 위대한 영웅들이 남긴 지혜를 받아들이고 악의 세력에 저항하며 이전 세대의 실수를 바로잡는다.”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들은 루크와 레이아와는 달리 과거와의 연관성을 갖고 있지도 않다. 우리는 그들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이전 세대가 저지른 최악의 결정으로 인한 혼란과 비참한 결과물을 치우고, 현재와 다른 미래를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이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에이브럼스는 이렇게 말했다. “스타워즈의 세계관에는 선과 악, 옳고 그름, 완벽함과 그렇지 못한 것이 공존한다. 이 중에서 우리는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새로운 시리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에디터
    Lev Grossman
    포토그래퍼
    Annie Leibovitz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