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가짜사나이 효과 | 지큐 코리아 (GQ Korea)

심상치 않은 가짜사나이 효과

2022-05-31T13:50:45+00:00 |NOW|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어떤 연유로 끓어오른 열기일까. <가짜사나이 2>도 계속 뜨거울까?

8월 21일 청탁 받은 원고의 제목은 ‘<가짜사나이> 조회수 9백91만 회의 의미’였다. 그새 수치가 변했다. 이 원고를 마무리하는 9월 8일(앞으로의 수치도 모두 이 날짜가 기준이다) <가짜사나이> 에피소드 1회의 조회수는 1천2백19만 회다. 총 7회 분량의 <가짜사나이> 에피소드당 평균 조회수는 6백64만 회다. 원고에 적기 위해 수치를 보다 보니 7개 에피소드의 조회수가 하루 만에 13만 회 더 늘었다. 이 원고가 출판되거나 웹에 게재될 때쯤엔 누적 조회수가 5천만이 넘어 있을 것 같다. 이쯤 되니 등장인물이 모두 유명인이 되었다. 시즌 1의 주요 교관이었던 이근(예비역 해군 대위)은 벌써 출연 예정 방송이 몇 개나 잡혔다. 함께 출연한 에이전트H(예비역 해군 특수전전단 중사) 역시 출연 이후 유튜브 팔로워가 70만 명을 돌파했다. 이근의 “너 인성 문제있어?” 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 광고 카피로 쓰였다. 에이전트H는 21세기 유명인의 통과의례가 되어버린 어린 시절 검증까지 거쳐야 했다.(다행히 잘 통과했다.) 관련 평론도 쏟아진다. 큰 방송사가 먼저 주목했다. 연합뉴스는 8월 9일 <가짜사나이>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은 <가짜사나이>의 댓글 28만 개를 데이터 삼아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까지 뽑았다. 진지한 비평도 있다. 얼차려에 기반한 전근대적 군대 콘텐츠라는 비판도, 디나이얼 게이 콘텐츠라는 분석도, 한국적 남성 위계질서를 보여준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심오한 비평을 이끌어낼 만큼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나는 원고와 이미지 기반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일을 직업 삼아 하고 있다. 원고를 만들어 납품하기도 하고, 기업 등 단체의 예산으로 해당 단체의 의도가 들어간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그 입장에서 <가짜사나이>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미디어나 서사 비평보다는 실용적 효과에 대한 감탄에 더 가깝다. 우선 <가짜사나이>가 아주 과격한 콘텐츠인데도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가짜사나이>의 철저한 상명하복 및 팀 스피릿은 전투 부대라는 극도로 목적 지향적인 특수 집단의 훈련 방향이다. 그건 그 조직의 특성상 어쩔 수 없으므로 비판할 필요는 없지만 불편할 수는 있으니 싫으면 안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콘텐츠가 반응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다. “타깃을 넘어섰다는 이야기예요.” <가짜사나이>의 인기에 대한 어느 모바일 콘텐츠 PD의 말이다.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은 이 PD는 웹·모바일 영상 콘텐츠 PD의 입장에서 <가짜사나이>의 남다른 점을 말해주었다. “보통 저희가 ‘잘했다’라고 생각하는 조회수는 약 1백만이에요. 그리고 프로 제작자들이 만드는 유튜브용 콘텐츠는 대충 타깃이 있거든요. 젊은 여자들이에요. 즉 ‘젊은 여자들이 1백만 명 정도 보면 성공이다’라는 상식이 있었죠. 그런데 <가짜사나이>가 이런 예를 다 넘겨버렸죠. ‘역시 슬랩스틱은 영원히 먹히는 건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가짜사나이>는 여성 지향 콘텐츠라고 보기 어렵지만 댓글 등 반응을 보면 여성의 반응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든 <가짜사나이>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와 닿는 콘텐츠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가짜사나이>의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되기도 했다. 유명 유튜버가 나왔기 때문이다. 수십만 구독자 규모의 유명 유튜버는 유명 배우가 보장하는 관객수처럼 어느 정도의 반응을 보장한다. 꽈뚜룹, 공혁준 등 모든 등장인물이 이미 짧지 않은 시간을 거쳐 상당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나 스트리머고, 이는 캐릭터가 완성됐다는 뜻이다. 나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와 PD가 상당한 프로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의 설계자는 구성과 서사의 기본 구조를 안다. ‘보통 사람이 특수한 훈련을 받는다’라는 <진짜사나이>의 구성을 짰고,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고생을 거쳐 성장한다’라는 검증된 이야기의 흐름을 팠다. 누구나 볼 만큼 재미있으려면 이야기는 단순하고 캐릭터는 입체적이어야 한다. 입체적인 캐릭터가 단순한 서사를 끌고 갈 때 거부할 수 없는 재미가 나온다. <가짜사나이>도 이 흐름을 따른다. 이는 기존보다 훨씬 저렴해지고 가벼워진 촬영 장비로 더 생생히 포착된다. ‘완성된 캐릭터가 미지의 무대에 나와 자신을 따라다니는 카메라 앞에서 스스로의 캐릭터 플레이를 한다’라고 정리하면 나영석이 확립한 관찰 예능과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가짜사나이>는 나영석류의 관찰 예능보다 제작비가 훨씬 싸다. 나영석류의 프로그램은 소박해 보여도 만들려면 엄청난 인력이 필요하다. 나 역시 여러 촬영을 진행해본 입장에서 나영석의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놀란다. 저렇게 앵글이 많으려면 카메라가 몇 대나 필요할까? 저 밤에 저 빛을 내려면 뒤에 조명 스태프가 몇 명이나 있을까? 저렇게 만든 카메라 수십 대 분의 데이터를 일일이 따다 편집하고 뒤에 자막을 붙이려면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들까?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도 마찬가지였다.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백종원 딱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만든 스태프는 PD 10명에 작가 6명, 그 외 스태프가 100여 명에 이르렀다. 그에 비해 <가짜사나이>는 성공의 비용 대비 효과가 어마어마하다. 총 제작진은 6명, 총 제작비는 (출처에 따라 다르나) 4천만~5천만원이다. 그러니 나영석류 프로그램의 영상미는 없다. 다만 유튜브에는 영상의 완성도에 대한 큰 기대치도 없다.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이 생기고, 모두가 본인의 디바이스로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고 송출하게 되면서, 영상 제작은 자본의 예술에서 조금씩 기획의 예술로 넘어가고 있다. <가짜사나이> 말고도 유튜버 ‘입금완료’ 등이 적은 예산과 기 획력, 연출로 성공했다. 이제 크리스토퍼 놀런급이 아니면 어설픈 영상 기술이란 게 큰 쓸모없는 세상이 온 건지도 모른다. 돈 이야기로 보면 <가짜사나이>는 앞으로의 광고성 콘텐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제작비 5천만원에 5천만 뷰가 나와버렸다. 제2의 <가짜사나이>를 원하는 광고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더 나아가, 제2의 <가짜사나이>를 만들고 싶은 창작자도 더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가짜사나이>는 원 히트 원더일지도 모른다. 내 주변 사람들은 <가짜사나이 2>의 성공에 부정적이다. 슬랩스틱(이든 가학·피학이든)도 한 번이고, 인기에 큰 역할을 한 이근 대위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 일리 있는 말이고, 그러니 <가짜사나이>의 향방은 곧 나올 2기의 성공에 달려 있다. 7만4천 파운드를 들여 찍은 후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원스>와 그 영화의 무명 속편 <원스 어게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쪽대본에서 시작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버린 <아이언맨 1>이 될 것인지, <가짜사나이 2> 가 나올 10월쯤에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적어두고 유튜브를 틀었다. <가짜사나이 2>에 출연할 지원자의 면접 영상이 업로드됐다. 9월 5일부터 하루에 1개씩 올라오는데 A조 면접 영상 조회수가 벌써 5백만 회에 가깝다. 면접 영상이라는 일종의 쿠키 영상을 올리는 전략, 각각의 출연자가 보여주는 캐릭터와 드라마, 모두 보통 솜씨가 아니다. <가짜사나이> 효과는 더 커질 것 같다. 글 / 박찬용(<요즘 브랜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