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과 디자이너가 제멋대로 만든 사표 네 장 | 지큐 코리아 (GQ Korea)

광고인과 디자이너가 제멋대로 만든 사표 네 장

2022-02-28T23:04:48+00:00 |culture|

헤어질 결심.

“퇴사. 분명 신중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또 지나치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있을까요? 새로운 출발에 행운을 담는 마음으로 적어본 행운의 사직서입니다. 써보고 나니 정말 행운의 편지처럼 힘겨워하는 동료들에게 한 번쯤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칭 “시키는 거 열심히 하는 흔한 직장인” 임태진은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버거킹 ‘사딸라’, 이병헌이 등장한 부라보콘 광고 등을 작업했다. 그의 엉뚱한 행운의 사직서는 오믈렛의 손에서 모션 그래픽으로 구현되었다. “미래에는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캐릭터가 자신을 대신해 사직서를 내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르니까요.” 귀여운 악당의 경고장 같은 사직서 영상은 지큐 SNS에서 2월 말 공개된다.

word LEE SEUNG JAE at Ideot / artwork CHOI JAE HOON | @studio_werk

“회사와의 갈등이나 연봉 문제. 퇴사 이유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원하는 목표를 이뤄낸 뒤, 미련 없이 없이 떠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멋진 작별이 있을까요? 여러분의 사표에도 행복한 성취와 새 희망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상에 깃발을 꽂듯 비장한 사직서를 쓴 아이디엇의 대표 이승재는 2018년 월간 <시사문단>의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곰표 플로깅하우스, 현대자동차 ‘Drive in Concert’, 노랑통닭 ‘착한 돗자리’ 등 기발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하얀 깃발에 담긴 역동적인 상징성은 디자이너 최재훈의 아트 워크로 하얀 봉투에 옮겨졌다.

word LIM WANNY at Pengtai Korea / artwork 5UNDAY | @5unday.seoul

“장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회사에서 나를 팝니다. 어떤 날은 제값을 못 한다고 혼이 나고, 어떤 날은 기분 좋게 돌아간 손님이 새 손님 여럿을 데리고 옵니다. 자주 가는 술집이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떠오르더군요. 지금 일하는 자리를 떠날 때, 함께 시간을 나누던 사람들이 한 번씩 떠올려준다면 참 행복하겠다고.” 카피라이터 임완은 낮에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낮에 쓰지 못한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다. 그의 깜찍한 카피는 그보다 더 깜찍한 카드로 구현되었다.

word KIM JIN WON at Onboard Group / artwork YOON CHOONG GEUN | @cgyoon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할 무렵, 두 가지 버전의 퇴사 메일을 썼습니다. 하나는 감사 인사로 갈음하는 버전, 다른 하나는 떠나는 이유를 밝힌 버전. 그때 부치지 못한 두 번째 버전을 새롭게 다듬었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보아도 그때 마음만큼 진실한 사직서를 쓸 수는 없었거든요.” 김진원은 퇴사 후 온보드 그룹의 부대표 겸 CD로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한다. LG 시그니처와 오브제 캠페인, 카스, 스포티파이, 토스 광고 등을 작업했다. 그의 묵직한 텍스트는 넓은 바다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흩뿌려졌다. 디자이너 윤충근의 솜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