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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장소에서의 섹스 경험담

2023.02.09박한빛누리

이런 장소에서? 이런 자세로? 이런 상황의 섹스가 가능하다고? 네 명의 남녀로부터 기억나는 가장 이색적인 섹스 경험을 물었다.

차량의 모든 좌석
이색적인 섹스 장소를 묻는 거지? 이게 어떻게 보면 흔하고 어떻게 보면 특별해 보일 수 있는 장소긴 하거든? 아니,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장소는 차야. 차에서 하는 게 특별한 건 아닌데. 나는 좀 재미있는 경험이긴 하거든. 그러니까, 돌아가면서 모든 좌석에서 다 관계를 가졌다는 거야. 점점 영토를 넓힌 셈이지. 보통은 뒷좌석이나 보조 좌석에서 하잖아. 여자친구와 두 곳에서 해보니까 ‘다른 좌석에서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한 좌석씩 점령해가지 시작했어. 운전석은 혹시 클락션이 울리거나 기어를 변속할까 봐 스릴이 있어. 무엇보다 트렁크가 진짜 좋아. 내 차는 SUV라서 트렁크에서 뒷좌석을 앞으로 젖히고 했거든. 사람들이 왜 차박을 하는지 알겠더라. 처음에는 그냥 했고 두 번째는 담요를 깔고 했고, 세 번째부터는 접었다가 펼 수 있는 매트를 아예 트렁크에 넣어놨어. 아, 그리고 한강 주차장에서 하는 섹스가 최고야. 특히 잠원 한강공원 주차장. 혹시 편의점 근처에 시동이 걸린 SUV가 있으면 모른 척해줘. 우리 열심히 사랑하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_전종휘(32세, 연구원)

대관람차
평일에 놀이공원에 갔다. 사람이 없었다. 해가 질 무렵, 집에 가기 전에 대관람차를 타기로 했다. 처음부터 할 생각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몇 분이 지났을까.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우리는 키스를 했고 자연스럽게 그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딱딱했다. 하고 싶어졌다. 밖에서 우리가 보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은 매표소에 두고 올라온 것 같았다. 입으로 그의 것을 적셨다. 그리고 그대로 하의만 내려 위로 올라갔다. 혹시 위험할까 싶어 격렬하게 할 수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위, 아래로 움직였다. 좁은 공간,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풍경, 느리게 움직이는 대관람차, 로망 중 하나였던 놀이공원 섹스를 했다. 온도, 습도, 그의 숨소리까지 모든 게 야릇하게 느껴졌다. 소리를 더 크게 지르고 싶었다. 그만큼 좋았다는 이야기다. 지면에 닿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했기에 점점 땅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급해졌다. 결국 손으로 급하게 마무리를 했고 가방에 있던 물티슈로 뒤처리를 했다. 찝찝했지만 그 야릇한 경험이 모든 걸 상쇄했다. _송이나(36세, 회사원)

탕비실
빈 사무실에 홀로 남아 야근을 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다. ‘하, 21세기에 왜 제안서 대신 써주는 로봇은 개발이 안되는지’ 푸념하며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는데 여자친구한테서 회사 앞이라고 연락이 왔다. 회식이 끝나고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중소기업이라 출입이 자유로워 사무실로 올라오라고 했다. 흰색 셔츠에 스커트를 입은 여자친구가 유독 섹시해 보였다. 탕비실에서 아몬드봉봉을 퍼 먹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안고 키스를 했다. 여자친구가 테이블에 누워 스타킹을 벗었고 나는 벨트를 풀었다.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사무실, 그리고 희미한 간접 조명이 켜져 있던 탕비실. 우리는 탕비실 테이블에서 격렬하게 사랑을 나눴다. 누가 들어올까 봐 조마조마했던 그 순간, 그 긴장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_김현진(37세, 자동차 디자이너)

고시원
학교 앞 정문 고시원에 살았던 적이 있다. 얼마나 작았냐면 침대와 책상이 전부였던 곳. 3평도 채 안 됐던 것 같다. 영화를 볼 때 볼륨이 조금만 커도 옆방에서 벽을 세게 치며 조용하라고 했고, 옆 사람이 TV를 보는지, 전화 통화를 하는지, 잠을 자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방음이 안됐다. 그런 좁은 공간에 여자친구가 놀러 왔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자연스레 스킨십을 하게 됐다. 키스를 하면서도 혹시 소리가 새어나갈까 봐 입술을 깨물었고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터졌다. 조심조심 옷을 벗었다. 공간이 좁아 옷을 벗으면서도 팔이 벽에 쿵쿵 부딪혔다. 그 좁은 공간에서 어찌어찌 관계를 가졌다. 혹여나 신음 소리가 새어나갈까 서로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야했다. 보일러를 튼 것도 아닌데 방이 금세 달아올랐다. 우리 몸도 뜨거워져서 얼굴이 빨개졌다. 여러 자세를 할 수도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다. 분위기가 야릇해서 평소보다 훨씬 빨리 게임이 끝났으니까. 그게 고시원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였다. _연재효(31세, 자영업)

에디터
글 / 리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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