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니시가 긴 셰리 캐스크 숙성 위스키들. 과연 셰리의 향기는 오래 가요
탐두 – 18년
탐두는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증류소로 생산하는 모든 위스키를 100%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숙성시키는 특별함이 있다. 버번 캐스크 등에서 숙성을 하다가 짧은 기간 셰리 캐스크에서 피니시해 ‘셰리 캐스크’라는 문구를 붙여 시장에 나오는 위스키들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셰리 캐스크에서만 시간을 보낸 위스키만을 병입하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셰리 위스키 전문 증류소라고 해도 이견은 없다. 일반적으로 위스키들은 15~18년쯤 숙성된 것이 엔트리급과 고숙성 라벨의 중간에 위치하기에 가장 호불호가 없고, 인기도 높다. 오랜 시간 숙성했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중후하고 온화한 캐릭터부터 숙성 기간이 짧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신선함과 활력까지 두루 갖출 수 있기에 맛과 향의 스펙트럼이 가장 넓기 때문이다. 말린 베리의 꾸덕한 풍미가 지배적이며, 볶은 곡물과 바닐라 캐릭터, 대추야자의 달콤함까지 경험할 수 있다.
글렌드 로낙 – 15년 리바이벌
글렌드로낙 역시 셰리 캐스크 숙성에 전력을 다하는 증류소다. 15년 라벨의 이름이 리바이벌인 이유는 2015년 무렵에 단종됐다가 3년후 재출시했기 때문이다. 단종됐던 이유는 원액이 부족해서. 예전 라벨의 경우 100%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를 사용했는데, 현재의 버전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와 페드로 히메네스 캐스크를 함께 사용한다. 술을 잔에 따르면 색이 몹시 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채로운 과일의 향이 펼쳐진다. 입안에 머금으면 다른 증류소의 셰리 캐스크 위스키들과 구분되는 스파이스가 감지되고 초콜릿 풍미도 느껴진다. 피니시는 초콜릿 캐릭터와 오크 뉘앙스가 부드럽게 지속된다.
블라드녹 – 14년
블라드녹은 ‘가장 오래된 개인 소유의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다. 1817년 로우랜드에 문을 연 이후 세월이 흐르며 주인은 계속 바뀌었지만 거대 기업에 소속된 적이 없다. 현 소유주인 데이비드 프라이어는 2015년 블라드녹을 인수하며 호주국적을 가진 사람으로는 처음 스코틀랜드 증류소를 소유하게 됐다. 그는 호주에서 요거트 회사를 만들어 부를 쌓았는데, 이때문인지 블라드녹의 위스키들은 유제품 풍미가 느껴진다는 평을 듣곤 한다. 앞서 말한 두 증류소들처럼 셰리 캐스크에 온 힘을 쏟는 그런 증류소는 아니지만, 14년 라벨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숙성했음에도 드라이한 맛을 갖고 있어서 셰리 캐스크 특유의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한다.
글렌알라키 – 15년
1967년 설립됐지만 현재의 명성은 2017년 전설적인 마스터 디스틸러인 빌리 워커가 인수한 이후 만들어진 글렌알라키. ‘미다스의 손’으로 추앙받는 빌리 워커이기에 글렌알라키는 코로나 기간 동안 만들어진 위스키 열풍을 리드한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특히 폭발적인 셰리 풍미를 지닌 15년이 주역인데, 저렴한 위스키가 아님에도 ‘가성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수많은 위스키 품평회에서 수상했음은 물론이다. 시나몬과 오렌지 제스트, 바닐라, 토피, 다크 초콜릿의 캐릭터가 지배적이며, 흑설탕을 캐러멜라이즈드한 긴 피니시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