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황선우 “내 인생을 걸 파리 올림픽까지 긴장감을 동력 삼아 100일을 잘 보내면 될 것 같아요”

2024.05.05김성지, 전희란

지금 오메가와 함께 황선우가 서 있는 순간.

“수영은 기록 경기니까, 기록을 뛰어넘어야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것이 저희 수영선수의 본분이고요. 지금으로선 뒤로 가는 건용납하지 않아요. 계속 기록을 줄여나가고 싶어요”

핀 스트라이프 니트 셔츠, 타이, 모두 보테가 베네타.

GQ 토요일 오후에 만났어요. 황선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말한 적이 있죠.
SW 맞아요. 보통은 진천에 있다가 서울에 나오는 날이 토요일이거든요.
GQ 어쩌죠. 모처럼 쉬어야 할 때 일하고 있네요.
SW 좋은 기회잖아요. 재밌게 찍었어요. 오메가처럼 좋은 브랜드와 첫 화보를 함께할 수 있고, 멋있는 결과물이 나와서 좋았어요. 처음에 오메가와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되게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선수들이 기록을 확인할 때 늘 보는 시계니까요. 화보의 스타트가 좋은 것 같아요.
GQ 첫 화보 같지 않게 퍽 능숙해 보여서 궁금했어요. 혹시, 연습하고 왔나?
SW 어떤 포즈를 준비하면 더 어색할 것 같아서 순간에 저를 맡겨보려고 했어요. 처음엔 어색했는데 모든 분이 잘 가르쳐주셔서 편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GQ 촬영하면서 모니터링을 수시로 하더라고요. 보면서 ‘나 좀 멋있네’ 생각도 들던가요?
SW 화보 찍을 때는 나 자신한테 취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동안 멋있고 예쁜 화보 보면서 나도 화보를 찍게 되면 나에게 취한 것처럼 해봐야지, 생각했었거든요.
GQ 미션 성공했나요?
SW 2시간 동안 잠깐.(미소)
GQ 물속에서 머리를 비집고 나올 때마다 보는 시계에는 늘 오메가가 있었죠. 1932년부터 올림픽의 공식 타임 키퍼였으니 닳도록 봐왔고, 그래서 촌각을 다투는 수영선수에게는 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오메가의 파리 올림픽 에디션 워치는 D-1년, D-100일, D-1일 에디션 세 가지가 나온다고 해요. 올림픽을 기준으로 삶의 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황선우가 D-1년 시계를 두르고 촬영한 감회도 궁금해요.
SW 올림픽 진짜 별로 안 남았구나. 잘해야겠다, 란 생각.
GQ 지금은 어떤 시간 위에 있는 것 같아요?
SW 100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90퍼센트 이상 온 것 같아요. 이제 마무리를 잘해야 해요. 마무리를 잘해야 완벽하다고 할 수 있으니 나머지 10퍼센트를 잘 채워야죠.
GQ 수영에서 1초는 굉장히 긴 시간이라고 늘 이야기해왔죠. 황선우의 인생을 변화시킨 ‘1초’를 떠올려본다면 어떤 순간인가요?
SW 도쿄 올림픽 자유형 200미터 경기에서 마지막 터치하기 전 1초.
GQ 마무리 직전의 1초.
SW 그때가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자유형 200미터 경기에서 경험이 부족해서 오버 페이스가 나왔는데, 마지막 터치가 1초만 빨랐으면 금메달 딸 수 있는 기록이었으니까요. 그 1초 덕분에 3년간 ‘나는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내 스스로에게 새겨준 것 같아요.
GQ 어떤 속도로 가고 있다는 걸 물 속에서 감지하나요?
SW 정교하게는 아니라도 감각적으로 느껴요. 세계 대회에서는 옆 레인 선수들의 수준을 알고 있으니 그 선수들과 제 페이스, 힘듦 강도에 따라 더 느끼고요.

핀 스트라이프 니트 셔츠, 레더 팬츠, 레더 스커트, 타이, 레더 뮬, 모두 보테가 베네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2024 파리 올림픽 에디션 42밀리미터, 오메가.

GQ “아시아 선수는 거리에 취약하니 100미터보다는 200미터에 주력해라”는 주변에 말에 “그래서 더 깨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죠. 여러 경기에서 그 저력을 보여주었고요. 남들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을 ‘더 깨고 싶다’는 마음은 어디서 와요?
SW 자유형 200미터 결승에는 동양인이 꽤 있는데, 100미터 같은 단거리로 갈수록 현저히 적어져요. 국가대표로 올림픽 결승 무대, 세계 선수권 결승 무대에 오르는 선수라면 계속 도전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그것이 도전 정신이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100미터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죠. 잘하는 것도 더 잘하고 싶고, 조금 부족한 것도 더 잘하게 만들고 싶어요.
GQ 안전한 길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소 위험하더라도 기꺼이 가보려고 하는.
SW 저, 모험하는 거 좋아해요.
GQ 스스로를 얼마나 믿는 것 같아요?
SW 100퍼센트 믿어야 하는 것 같아요. 수영은 기록 경기고, 나 자신을 믿어야 그 기록을 깰 수 있고,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거니까. 나 자신을 100퍼센트 믿고 달려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GQ 수영 외적으로는요?
SW 수영 외적으로는 열심히 해본 게 없어서.(미소)
GQ 2023년 10월, SNS에 “저에게 승리는, 어제보다 더 빨라지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앞으로도 계속 그 약속을 지켜나가겠습니다”라고 썼어요. 그 짧은 두 문장에서 깊고 진한 진심이 느껴지더군요.
SW 수영은 기록 경기니까, 기록을 뛰어넘어야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기록을 뛰어넘는 게 저희 수영선수의 본분이고요. 지금으로선 뒤로 가는 건 용납하지 않아요. 앞으로 계속 기록을 줄여나가고 싶어요.
GQ 때로는 정체되었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SW 정체된다 해도 기록이 후퇴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고, 다행히 큰 고난도, 슬럼프도 없었어요. 메이저 대회에서도 계속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고요. 아직까지는 잘 버텨내고 있는 것 같아요.
GQ 스스로를 굉장히 신뢰한다는 게 긍정적인 기운으로, 기분 좋은 물살처럼 제게 전해져 와요.
SW 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부정하면 부정 타니까요.(웃음)
GQ 양팔에 힘을 다르게 주어 리듬을 만드는 로핑 영법으로 단거리 스피드를 높였는데, 어떻게 이것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었어요? 스스로 터득하는 게 황선우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것 같아요?
SW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정박자 수영을 했어요. 중학교 3학년 후반부터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로핑 스트로크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었어요. 떴다 내려갔다 떴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폼을 찾게 되었죠. 물속에서는 ‘물 감’이라는 게 있는데, 선수들에겐 그 물 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물 감을 잘 찾으면 힘을 안 들여도 쭉쭉 앞으로 나가요.
GQ ‘물 감’이란 건 타고나야 하나요?
SW 어느 정도는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아요. 자기 색깔을 잘 찾아야 하니까요.

스터드 디테일 셔츠, 디올 맨.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월드타이머 43밀리미터, 오메가.

GQ 몇몇 인터뷰에서 수영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어때요? 물속에서 평화를 찾고 있나요?
SW 요즘은 수영 안 하면 큰일 나니까.(웃음)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왔으니 수영을 안 한다는 전제는 제게 없어요.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잠시나마 조금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GQ 매일 물속으로 뛰어드는 마음은요?
SW 어떤 수영선수든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늘 주뼛거리는 것 같아요. ‘빨리 들어가야지~’ 하는 선수는 별로 못 본 것 같아요. 직장인들도 회사 문 열고 들어갈 때 그러지 않나요? 사람 다 똑같은 것 같아요.(웃음)
GQ 한번에 이해되네요. 도쿄 올림픽의 100일 전과 지금을 동일하게 놓고 본다면 어떤 것 같아요?
SW 도쿄 올림픽을 100일 앞둔 당시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어요. 메이저를 뛰어본 경험도 없고, 첫 메이저 대회가 올림픽이었거든요. 내가 정말 올림픽에 가는 게 맞나? 올림픽이란 무대는 어떤 걸까? 외국 선수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키는 얼마나 큰지, 물살이 얼마나 센지도 몰랐죠. 그 후 3년간 많은 시합에 나가면서 경험이 쌓였어요. 내 인생을 걸 파리 올림픽이 정말 100일밖에 남지 않았구나, 긴장감을 동력 삼아 100일을 잘 보내면 될 것 같아요.
GQ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다고 했는데, 여전히 성장 중인가요?
SW 주위에서 컸다고 하는데 막상 재보면 큰 차이는 없더라고요.(미소) 키는 비슷한 것 같고, 웨이트 훈련하면서 근육 양이나 힘은 많이 세진 것 같아요.
GQ 마음의 성장판은요?
SW 중학교 때보다는 조금 큰 것 같고, 고등학교 때랑 지금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GQ 체고에서 멘털 케어를 담당했던 선생님이 “아직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전에도 세계적인 선수가 될 자신을 잘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이 있는 선수였다”고 했죠.
SW 고등학교 2학년 즈음부터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자주 찾아뵙고요. 상담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안정이 돼요. 시합에서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아? 의문문으로 물으면 거기에 답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그게 멘털에 도움이 많이 돼요. 그러면서 메이저 대회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GQ 지금도 파리 올림픽을 종종 그려보나요?
SW 훈련할 때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봐요. 내 몸은 진천 선수촌에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파리 올림픽 수영 경기장 라데팡스에서 헤엄치는 상상하면서, 내 옆에는 지금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다고 가정하면서. 그렇게 자꾸 그려봐야 실전에서 덜 당황할 것 같아요.
GQ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순간 이동’이라고 답했죠. 지금 당장 그 초능력을 쓸 수 있다면?
SW 집으로 가고 싶어요.(웃음)
GQ 파리 올림픽 끝난 직후엔요?
SW 파리 전역을 이동하며 놀고 싶어요. 당장 다음 경기들을 준비해야 해서 아마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지만···.
GQ 여유가 생긴다면 수영복 말고 예쁜 옷 입고 휴가를 즐기고 싶다고 했죠?
SW 맞아요. 아마도 이번 파리 올림픽 때는 수영복과 단복만 가져가겠지만, 저 예쁜 옷 좋아해요.
GQ 어쩌면 <지큐>와 자주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SW 영광이죠.
GQ 뻔해서 잘 묻지 않는 질문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황선우에게는 묻고 싶어요. 황선우의 지금 가장 생생한 꿈.
SW 파리 올림픽, 포디엄이죠. 지금 제게는 그뿐이에요.

포토그래퍼
이용희
헤어
박은정 at 프랜스
메이크업
김윤영 at 프랜스
어시스턴트
배시현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