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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샬라메 “샤넬은 스코세이지 감독님과 첫 작업으로 알맞은 환경이었어요”

2024.05.17조서형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티모시 샬라메와 마틴 스코세이지가 협업한 샤넬의 블루 드 샤넬이 공개된다.

미국 소호 한복판에서 티모시 샬라메를 만났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한 촬영, 영화 <웡카>와 <듄>을 마치고 남은 여운, 뉴욕 닉스, 그리고 최근에 푹 빠져 있다는 시리즈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지난봄, 뉴욕에서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가 향수 광고 <블루 드 샤넬 Bleu de Chanel>을 촬영했다. 소호의 중심과 아스토리아의 기차역에서 밤새 작업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새벽 4시까지 퀸즈에서 작업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감독님은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죠” 2023년 11월 호 커버 기사에서 티모시는 80세 감독과 함께한 시간을 회상했다. 

샤넬의 이번 광고는 1968년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죽음의 영혼>에서 영감을 받은 90초짜리 영화다. 향을 팔기 위한 광고라기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무드 보드 같다. 재밌고, 세련되고, 푸르다. “강렬한 이미지로 60초 혹은 90초 안에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은 정말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스코세이지 감독이 비하인드 신 영상에서 강조했다. 지난가을에 공개될 예정이었던 광고는 겨울 뒤로 연기되었고, 티모시의 팬들은 영상의 실마리를 찾아 인터넷을 헤매야 했다.

그렇게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광고가 나왔다. 

티모시는 촬영이 시작되면 일탈을 끊을 줄 아는 배우다. 뉴욕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아무 곳에도 가지 않고 혼자서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광고 개봉을 기념하여 티모시가 지난 두 달간 열중하고 있던 제임스 맨골드의 전기 영화 <어 컴플리트 언노운 (미정)>의 ‘딜런 세계’ 밖으로 잠깐 나와주었다. 고급스러운 향기를 테마로 한 ‘씨 시아모’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티모시에게는 뉴욕에서 가장 좋은 향이 느껴졌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샬라메가 내게 전화한 시간은 어머니 날 자정이었다. 

어머니 날을 축하합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네요.
그렇네요! 반갑습니다. 어머니의 날 축하합니다. 

어머님께 선물은 했나요?
물론이죠. 저희 어머니는 지금 누나와 미국 서부에 계세요. 그래서 기념일 전에 저희끼리 미리 행사를 치렀어요. 함께 연극 ‘스테레오포닉’도 봤고요. 재밌었어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과 함께 블루 드 샤넬 광고를 촬영한 지 일 년 정도가 지났어요. 작년 봄에 소호에서의 촬영을 돌이켜 봤을 때 떠오르는 순간이나 장면, 또는 기억에 남는 감독님의 디렉션이 있을까요?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첫 번째 기억은 감독님의 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감독님이 떠올린 영감과 함께 촬영할 광고의 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순간이에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나 13년 전 마틴 감독님 본인이 가스파르 울리엘과 함께한 오리지널 블루 드 샤넬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어요. 처음 듣는 얘기임에도 놀랍도록 친숙하게 느껴진 순간이라 기억이 나요.

두 번째 기억에 남는 순간은 촬영 첫날이에요. 그날 일어난 모든 일 마틴 감독님의 재능에 의지하고 있었어요. 제가 실수로 카메라와 부딪힌 순간에도 말이죠. 우연이 만든 그 테이크 마저 작품에 활용되었어요. 배우든 감독이든 창작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실수를 가장 가까운 친구로 둘 줄 알아야 해요. 마틴 스코세이지와 같은 거장이라 할 지라도요. 우리가 꼭 배워둬야 할 교훈이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죠?

말 그대로예요. 배우, 제작진, 촬영 감독님과 처음 만나는 촬영 첫날이었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던 단계였어요. 우리가 뉴욕의 길거리 같은 공공장소의 사람들 앞에서 진행하는 촬영이 아니었다면 리허설을 길게 가져갈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아마도… 음…. 내가 있어야 했던 곳보다 너무 멀리 갔나?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부딪혔으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웃음) 의사소통이 부족했겠죠. 실수였던 그 장면이 결과물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어요. 감독님이 잘 정리해 주신 것 같아요. 거장이라면 수십 년에 걸쳐 받은 영감과 경험을 토대로 위대하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동시에 주어진 상황에 맞춰 일을 해낼 수도 있어야 하죠.
 
얘기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순간이 하나 더 있어요. 영화 <샤인 어 라이트> 초반부에 스코세이지 감독님이랑 제작진이 롤링 스톤즈 콘서트 촬영을 위해 조명을 설치하는 장면이 나와요. 영화 조명이 무대를 뜨겁게 내리쬐고 있는데 감독님이 이렇게 말해요. “믹 재거를 태워버리면 안 돼. 우리는 효과를 내고 싶을 뿐이지 믹 재거를 태우고 싶진 않다고” 저희 촬영장에서도 비슷한 거죠. “극적인 효과를 원했던 거지, 촬영 첫날부터 티모시 샬라메를 기절시키거나 갈비뼈를 세 개씩 부러뜨리자는 건 아니야” (웃음)

촬영을 굉장히 서둘렀다고 들었어요.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을 마무리한 다음 각자 다른 작업에 들어갔다고요. 감독님과는 가을에 블루 드 샤넬 디너 행사를 위해 다시 만났고, 그날 나눈 대화를 GQ에게 공개해 줬어요. 촬영 이후 둘의 관계는 어떤가요? 
사실 저와 감독님의 첫 만남은 몇 년 전, 지금 촬영 중인 영화 <밥 딜런>을 준비하던 때,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통해 이뤄졌어요. 마침, 감독님은 로비 로버트슨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났어요. 샤넬 촬영에서 두 번째로 보는 거라 아주 낯선 사람은 아니었어요. 이후로는 친밀감 형성이 어렵지 않았어요. 이건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세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의 뉴욕 감성이 시너지를 냈어요. 덕분에 대화하는 장면을 찍어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샤넬 광고는 감독님과 첫 작업으로 매우 알맞은 환경이었어요. 대단히 창의적이면서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샤넬을 위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큰 목적이 앞서 있었지만,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감독님은 감독님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훌륭하게 해냈고, 저는 저대로의 연기를 할 수 있었죠. 다른 영화처럼 3개월에서 6개월에 걸친 긴 촬영 시간을 거칠 필요도 없었고, 어떤 결과를 내야 한다는 현실적인 압박감도 없었거든요.

확실히 개방적이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이 느껴지네요.
맞아요. 그래서 샤넬이라는 브랜드에 더욱 감사해요. 마틴 감독님과 함께 각본을 맡았던 알폰소 고메즈-레종 감독님 역시 원하는 대로 작업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지 않았거든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브랜드 중심의 작업과는 달랐어요. 저희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죠. 브랜드 레거시와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창의적인 예술가를 지지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샤넬은 브랜드 안에서도 영상팀과 시대물을 제작하는 레거시 영상 팀이 따로 있을 정도니까요. 말 다 했죠.

저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감독님의 초대로 <플라워 킬링 문> 비공개 시상식에 다녀온 얘기를 해줬어요. 문이 닫히는 바람에 세 시간 반 동안 안에 있어야 했다고요?
맞아요. 감독님 제작사에서 광고 관련된 일을 좀 하고 있었어요. 촬영은 아니고 후시 녹음 (ADR) 관련 업무였어요.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을 그의 사무실에서 관람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걸 놓칠 순 없었죠. 영화의 장면이 편집되거나 지워지는 과정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면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거든요. 그날 함께 영화를 보며 충격받았던 것 같아요. 마틴 감독님으로부터도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동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릴리 글래드스톤, 그리고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에서도 깊은 감동을 했어요. 그 자리에서 데이비드 그랜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전작을 정신없이 읽어댔었죠.

빠져 있었다는 그랜 작가 시리즈 얘기가 궁금하네요.
<잃어버린 도시 Z>를 읽었고 최근에 <웨이저 호>를 다 읽었어요. 특히 웨이저 호는 정말 굉장해요. 그 많은 페이지를 하루 만에 앉아서 다 읽어버릴 정도였죠.

스코세이지 감독님과는 가을 이후에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나요?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진 않았는지 궁금해요.
최근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님을 뵌 적 있어요. 루머일 수도 있지만, 감독님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전기 영화를 작업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다시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뉴욕 한복판에서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해 봤으니 제 나름 최고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은 심지어 영화 <특근>을 촬영하던 때가 생각난다고도 얘기해줬어요. 일종의 런앤건(농구 경기에서 속공 중심 공격 위주로 밀어붙이는 전략. 빠르게 돌진하는 스피드와 개인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같다는 의미에서요.

감독님은 지금 작업 중인 영화를 위해 더 창의적이고 위대한 방식으로 몰두해 있는 것 같아요. 저와 우리 같은 시청자에게 정말 설레는 일이죠. 물론 저희가 작업한 90초짜리 광고가 영화 <특근>이나 <비열한 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순 없겠지만, 런앤건 같은 활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카메라와 부딪힌 순간까지도요. 무엇보다 5일 만에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다는 것 자체가 뉴욕의 영화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번 2023년 11월 호 커버 기사를 위해 이야기 나눴을 때는 영화 <웡카>와 <듄: 파트2>로 한창 바쁘게 지내고 있었어요. 지금은 영화 <딜런>으로 정신이 없겠어요.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엄청나게 감사한 마음이 제일 커요. 다음 작품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고요. 커리어 초반에는 작품이 큰 사랑을 받으면, 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방법을 알고 있어요. 잘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대로 나아가도 된다는 ‘초록 불’로 받아들이는 거죠. 고개를 숙이고 집중하며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다.

동시에 일에 갇혀버렸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작품이 개봉하기까지 수 년이 걸리는 특이한 매체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실제로는 37마일의 기나긴 여정을 가고 있는 기분이에요.

영화적으로 보면 미래에 살고 있는 거네요.
네! 그렇죠.

영화 <웡카>와 <듄: 파트2>의 흥행으로 존 트라볼타 이후 8개월 이내에 두 편의 엄청난 수익을 거둔 배우가 되었어요. 이번에 트래볼타의 기록 갱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주인공 역할을 한 두 편의 영화가 모두 대성공을 거둔 기분은 어떤가요?
(긴 침묵) 으스대는 것처럼 들릴 것 같아 조심스럽네요. 제가 고른 색깔의 페인트를 계속 칠해나가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이 얘기는 마틴 감독님에게도 말씀드린 적 있어요. 영화 <특근>이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제가 지금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하는 일이 크든 작든 믿음을 가지고 계속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시리즈에서 닉스는 어떨 것 같나요?
맙소사. 제 예상에 6차전에서는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셀틱스는 좀 더 두고 봐야겠죠.

플레이오프 게임에는 갔나요?
아니요, 이번 영화에 빠져 지내느라 가지 못했어요. 장담컨대, 제가 지난 2달 동안 했던 일 중에 가장 색다르고 흥미로운 일이에요.

그래도 닉스가 동부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뛴다면 보러 갈 거죠?
물론이죠. 당연히 가야죠.

WRITER
Daniel Ri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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