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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가 전하는, 빈티지 시계가 처음인 남자를 위한 조언 4

2024.05.31김창규

매력적인 빈티지 워치. 하지만 사용감이 있다보니 새 시계에 비해 진가품여부에 대한 판단도 어렵고, 정찰제로 판매하지도 않아 망설여진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빈티지 워치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까?

❶ 믿을 만한 판매처에서 구입하자

믿을만한 판매처 중 한 곳인 노스타임.

여러 시계 애호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개방된 매장형 공간에서 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에서 구입한다면 가품에 대한 걱정을 한결 덜 수 있다. 입소문은 무서운 것이기에 이러한 매장들은 정직하게 판매하는 편이다. 하지만 빈티지 워치의 특성상 다이얼을 튜닝했거나, 정품이 아닌 유리로 교체한 이력이 있거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연식이 다르다거나, 다이아몬드를 애프터 세팅한 이력이 있는 등의 이슈가 있는 매물이 흔하다. 개의치 않는다면 아무 상관이 없지만 그런 이력이 있는 시계를 구입하고 싶지 않다면, 이를 알리는 것이 판매자의 의무라고 보긴 어렵기에 “혹시 연식이 다른 부품이나 사제 부품 교환 등의 이력이 있을까요?”라고 반드시 물어보자. 영수증이나 사제 보증서에 위의 사항을 보증한다는 문구를 자필로 적어달라고 요청해도 된다.

❷ 원하는 모델에 대해 공부하자

202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억2000만원에 낙찰된 롤렉스 서브마리너 Ref. 5513.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가장 가격이 낮은 연식과 가장 가격이 높은 모델의 가격차가 50배 가량 벌어진다. 당신이 가격을 물어봤을 때 판매자가 “1억 2천 만원입니다”라고 대답을 해도 인터넷에 공유된 가격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까르띠에 탱크는 너무나 많은 베리에이션이 있고, 연식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것도 많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 아니면 판매자조차 자기가 진열한 시계가 뭔지도 모르고 매매하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이에 대한 지식이 대단하다면 그냥 스스로 판단해서 구입을 결정하면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해외 경매 사이트와 이베이 등에서 정확히 어떤 모델이 어떤 상태일 때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낙찰되는지 계속 공부할 필요가 있다. 1년만 공부를 게을리 해도 순식간에 알고 있던 가격과 달라질 때가 많은 것이 빈티지 워치 분야다.

❸ 해외라고 더 저렴한 것은 아니다

취히리의 한 빈티지 워치 전문점에서 본 오메가 워치의 가격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각 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모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인기 모델이어도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유럽권의 경우 시계 자체는 별 볼 일 없는데도 그걸 소유했던 사람이 유명인이었다면 가격이 높은 것들도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적으로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더라도 현재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는 시계의 경우 가격이 낮고, 반대의 경우 가격이 높은 경향이 유독 심한 편이다. 미국과 소비 성향이 비슷한 편이다. 게다가 외국인 소비자에게는 수리 내역 등을 속일 가능성도 높고, 가격도 좋게 부를 이유가 없다. 전문가급 식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해외에서 구입하는 건 말리고 싶다. 어쩌다 가격이 좋은 걸 발견하게 되더라도 가격 이외에 그 어떤 매리트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성능에 집착하지 마라

필자가 소장한 두 점의 빈티지 워치. 스와치는 완전히 고장나서 작동을 멈춘 상태이고, 시티즌의 수동 무브먼트 워치는 케이스가 조금 뒤틀려 있다.

빈티지 워치는 성능에 따라 다른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다. 얼마만큼 원본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지, 해당 모델이 역사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얼마나 희귀한 모델인지만이 가격을 매기는 조건이다. 나 역시 강한 충격으로 인해 케이스가 틀어진 빈티지 시계도 갖고 있고, 작동을 멈춰버린 것도 구입한 게 있다. 다만 역사적인 오브제로 애장하는 것 뿐이다. 이처럼 빈티지 워치는 새 시계나 중고 시계와 접근 방식이나 가치 판단이 다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구입한다면 후회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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