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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감성 절대 못 이겨, 다시 보고 싶은 90년대 시리즈 10

2025.06.27.조서형, Jack King

《심슨 가족》부터 《엑스파일》, 《아임 앨런 파트리지》까지, 당신 안의 ‘90년대 키드’를 불러낼 10편의 시리즈

90년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무엇인가? 여기저기 뿌려진 기하학 무늬, 삐삐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다이얼업, 스파이스 걸스, 플레이스테이션, 《레지던트 이블》, 쿨해진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New Labour), 러시아의 민주주의, 《타이타닉》, 낙관주의, 너바나, 투팍과 비기… 아, 라라 크로프트도 있다! 마지막으로 희망이 가득했던 10년이었다.

이 시대는 또한 TV 역사상 가장 오래도록 사랑받는 프로그램들이 탄생한 시기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TV의 형태는 이 ‘90년대의 선구자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윈 픽스》 없이는 《소프라노스》도, 《브레이킹 배드》도, 2010년대의 프레스티지 드라마 붐도 없었을지 모른다. 실제 《소프라노스》의 제작자 데이비드 체이스도 그렇게 생각한다. 《심슨 가족》의 문화적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패밀리 가이》에서 《모던 패밀리》, 《보잭 홀스맨》까지, 1989년 이후 미국 시트콤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스프링필드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여기 GQ는 90년대 TV의 지형도를 살펴보며 이 시대 최고의 시리즈들을 선정했다.

《심슨 가족》

전성기 시절 《심슨 가족》은 TV 역사상 가장 웃긴 프로그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에피소드에선 거의 매초마다 웃음을 터뜨리게 했으니 말이다. 예컨대 시즌 4의 “Last Exit to Springfield” 편에서 호머는 원자력 발전소 노조 위원장직을 맡게 되며, “Lisa needs braces(리사는 치아 교정이 필요해)”나 “classical gas” 같은 대사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밈으로 살아남아 있다. 현재 제작자 맷 셀먼의 지휘 아래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90년대 황금기를 능가하진 못했다. 디즈니+에서 시청 가능하다.

《퀴어 애즈 포크》

오늘날 LGBTQ+ 삶의 다양성을 다루는 TV 시리즈는 넘쳐난다. 《잇츠 어 신》, 《하트스토퍼》, 《포즈》, 《트랜스페어런트》, 《루킹》, 《디 아더 투》 등등. 하지만 90년대 후반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러셀 T. 데이비스가 만든 이 드라마는 맨체스터 게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튜어트, 빈스, 네이선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1999년 채널 4에 떨어진 반짝이 유성처럼 등장했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솔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지며, 런던 소호나 캐널 스트리트의 바에서 시간을 보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잘 담아낸다. 채널 4 VOD에서 시청 가능하다.

《사인펠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트콤 중 하나로 꼽히는 《사인펠드》는 가장 단순한 설정에서 출발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제목 그대로, 제리 사인펠드가 본인의 페르소나로 출연한다. 그와 친구들 조지, 일레인, 괴짜 이웃 크레이머의 일상을 따라간다. 성생활을 툴툴거리고, 전 애인을 피하고, 중국 음식점 테이블을 기다린다. 뉴욕 백수들의 일상을 이만큼 잘 그린 시트콤은 없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엑스파일》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은 《엑스파일》을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이들은 미국 중서부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조사하는 FBI 요원으로 등장한다. 앤더슨의 스컬리는 과학적 회의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인 반면, 듀코브니의 멀더는 진실을 찾아 나서는 음모론자로, 그 과정에서 권위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이들은 외계인, 괴물, 초자연적 존재들과 맞서 싸우며, 동시에 ‘신디케이트’라 불리는 그림자 조직과도 대립한다. 디즈니+에서 시청 가능하다.

《트윈 픽스》

《트윈 픽스》만큼 영향력 있는 시리즈가 또 있을까? 데이비드 린치가 만든 이 초현실적이고 장르를 넘나드는 범죄 드라마는 미국 외곽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소프라노스》의 제작자 데이비드 체이스는 2017년 타임지 인터뷰에서 “오늘날 1시간 드라마를 만든다고 하면서 데이비드 린치에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했을 정도. 영향력은 TV를 넘어 《앨런 웨이크》, 《컨트롤》), 영화(《I Saw the TV Glow》와 같은 게임 등에도 퍼져 있다. 파라마운트+에서 시청 가능하다.

《프렌즈》

애니스턴, 쿠드로, 페리, 슈위머, 콕스, 르블랑. 《프렌즈》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다. 밀레니얼 세대에겐 종교적 존재감까지 지닌 시트콤이니까. 2004년 마지막 회는 무려 5,200만 명의 미국인이 실시간 시청했으며, 지금은 이런 단일 문화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로 《왕좌의 게임》 피날레 시청자 수는 이의 절반 정도였다. 다시 보기에도 여전히 손색이 없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다.

《사우스 파크》

《심슨 가족》과 달리,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의 《사우스 파크》는 90년대 데뷔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웃음을 준다.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하는 태도로 최근엔 피로감을 느끼는 이도 있지만, 초기 《사우스 파크》는 여전히 폭발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특히 에릭 카트먼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대담한 캐릭터 중 하나. 항문 탐침부터 고양이 집단 난교, 캐나다 비하, 그리고 스콧 테너먼에게 부모를 요리해 먹인 사건까지, 이 시대의 막장 유머는 모두 여기 있었다. 파라마운트+에서 시청 가능하다.

《브라스 아이》

크리스 모리스가 채널 4에서 만든 《브라스 아이》는 90년대 언론의 선정주의를 통렬히 풍자했다. 각 에피소드는 마약, 성, 범죄 등 특정 도덕적 공포를 주제로 삼고, 마치 실제 시사 프로그램처럼 진행되며 시청률만을 위한 허구 보도와 연예인 인터뷰를 선보였다. 노엘 에드먼즈 같은 유명 인사들을 멍청하게 보이게 만든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오늘날의 ‘탈진실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이다. 채널 4에서 시청 가능하다.

《아임 앨런 파트리지》

스티브 쿠건이 연기하는 어설픈 지방 라디오 DJ 앨런 파트리지가 BBC에서 해고되어 라디오 노리치로 좌천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곳에서도 실수투성인 앨런은 농부부터 광팬까지 주변 모두를 적으로 돌린다. 이 시리즈가 지금까지도 웃긴 이유는, 스티브 쿠건의 진지한 연기 몰입과 모두가 한 명쯤 알고 있는 ‘앨런 파트리지’ 같은 사람 덕분이다. 실제로 앨런 같은 사람들을 모은 소셜 미디어 페이지도 있을 정도. ITVX에서 시청 가능하다.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

윌 스미스가 외계선을 부수고 마이애미의 마약 카르텔과 싸우기 전, 그는 이 낯선 환경 적응기 시트콤의 주인공이었다. 《프레시 프린스》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주제가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는 필라델피아에서 온 거리 감각 넘치는 청년으로, 부유한 이모 비비안의 집 벨에어에서 살게 된다. 상반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프라임 비디오에서 시청 가능하다.

다시 돌아가 보고 싶은 90년대, 지금 바로 다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