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한 선택.
저녁에 집 주변을 나가보면 달리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러닝이 유행이 된 지는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요즘 더 늘었다. 달리는 이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비슷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있다. 패션은 말할 것도 없고, 신발은 두툼한 미드솔의 러닝화, 손목엔 화려한 스트랩의 스포츠 시계, 귀엔 오픈형 이어폰이 있다. 1~2년 전만 하더라도 일명 ‘콩나물’이나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달리는 이들이 꽤 많이 보였다. (밝히자면 그때마다 나는 늘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봐도 달리는 환경을 고려하면 귀를 막는 커널형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안전면에서도, 청취 환경면에서도 틀린 선택이다. 다행히 사람들은 이제야 그것들을 벗어던진 모양이다. 오픈형 이어폰의 맛을 알게 된 거다.
지난달, JBL의 센스 라이트를 사용해 볼 기회가 생겼다. 첫인상은 케이스가 크다는 것, 그리고 안쪽의 이어버드를 보고는 많이 가볍겠다는 짐작 정도였다. 실제로 케이스는 요즘 제품들에 비해 큰 게 맞다. 하지만 커널형이 아닌 귀를 감싸는 디자인을 떠올려보면 그 크기는 이해가 되는 수준이고, 또 센스 라이트가 경량화, 소형화가 필수인 스포츠 전용 모델도 아니니까, 이 성인 손바닥 정도의 케이스 크기는 사실 거슬릴 정도까진 아니다. 이어버드는 예상대로 가벼웠다. 부드러운 실리콘 소재가 귀에 밀착되는 느낌은 편안했고, 헤드로 쏠리는 무게감은 적당히 안정적이었다. 달리기는 물론 고개를 세차게 저어봐도 이어버드는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어버드의 디자인이었다. 이어버드 위쪽은 가늘고 아래로 갈수록 점점 굵어지는 형태인데 덕분에 안경을 쓰거나 모자를 눌러써도 불편함이 없었다. 이 부분이 반가운 건, 커브 디자인이 굵은 제품들은 안경이나 헤어 밴드, 모자를 쓸 때 간혹 간섭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비교적 덜 안정적인 클립형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테스트를 위해 달렸지만, 사실 센스 라이트는 스포츠 전문 기기가 아니다. 스포츠 전문 기기라고 하기엔 크기도 크고, IP 등급도 차이가 좀 있다. 하지만 센스 라이트가 훌륭한 건 스포츠 전문 기기가 아님에도 모든 스펙이 그 수준 가까이에 있다는 데 있다. 이어버드의 무게는 9.5그램으로 상당히 가볍고, 방수와 방진 성능은 IP54로 일상에서 거뜬히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이며, 배터리 수명도 최대 32시간이나 된다. 소프트웨어도 블루투스 5.4 버전에 JBL의 독자 기술인 오픈사운드가 더해져 환경에 구분 없이 어디서든 풍부한 사운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센스 라이트를 두고 균형적인 포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평균을 웃도는 성능들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선택 목적이 ‘일상’으로 넓게 묶이는 이들에겐 JBL의 센스 라이트가 가뿐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것저것 따져볼 필요 없는 균형적인 포지션을 갖추고 있으니까 그렇다.
블루투스 5.4
드라이버 18x11mm 다이내믹 드라이버
주파수 20Hz – 20kHz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
재생 시간 최대 32시간
급속 충전 10분 충전 시 최대 3시간 사용 가능
무게 이어버드 19g (각 9.5g) / 케이스 64.5g
방수, 방진 IP54
가격 14만9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