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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에 숨은 보물이? 초보가 명품 빈티지 시계 잘 사는 방법 10

2026.03.12.조서형, Brynn Wallner and Josiah Gogarty

빈티지 시계에 투자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시계 중에서도 빈티지 시계에 열광하는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했다.

빈티지 시계 시장은 고가의 중고 제품 시장이 그렇듯 매우 복잡하다. 매력적인 기회와 동시에 ‘잘못된 제품을 사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이 공존한다. 예를 들어 빈티지 롤렉스 데이토나를 찾고 있을 수도 있고, 레드카펫에서 셀럽들이 차고 나오는 것처럼 멋지게 파티나가 생긴 까르띠에 시계를 찾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 목록을 몇 분만 둘러보고 커뮤니티 게시판을 조금만 찾아봐도 수많은 질문이 생긴다. 이 시계는 과도하게 폴리싱된 것일까? 다이얼은 원래 부품일까? 애초에 ‘빈티지’라고 부를 수 있는 시계일까? 정말 복잡한 세계다. 그래서 지큐는 시계 딜러와 전문가들에게 연락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조언을 모았다.

Cartier Baignoir, c. 1980. Subdial

빈티지와 중고는 다르다

‘빈티지’는 중고 시계와는 다르다. 중고는 누군가 이미 사용한 시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한 번 차고 다시 판매한 2019년형 파텍 필립 노틸러스도 포함될 수 있다. 요즘은 수요가 많고 공급이 부족해 부티크 매장에 ‘전시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최신 모델을 찾을 때도 중고 시장을 먼저 찾는다.

반면 빈티지라는 기준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필립스 경매의 미주 지역 시계 부문 책임자인 폴 부트로스는 1985년 이전에 생산된 시계만 빈티지로 본다. “그 해에 파텍 필립이 설계 과정에 컴퓨터 기반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시계가 연필과 종이로 설계됐다. “1985년 이전 시계는 이후 시계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메이페어 벌링턴 아케이드에서 빈티지 롤렉스를 판매하는 빈티지 워치 컴퍼니 대표 데이비드 실버는 코로나 이후 ‘빈티지’라는 개념이 더 넓어졌다고 말한다. 그의 매장에서는 2000년대 중반 모델까지도 빈티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GMT 마스터나 서브마리너 같은 모델이 디자인적으로 구분되는 시기가 그때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고객의 출생 연도에 맞춰 제작된 ‘버스이어 시계’를 많이 판매한다. 예를 들어 18세나 21세 생일 선물로 2000년대 초반 시계를 찾기도 한다.

최근에는 ‘네오 빈티지’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서브다이얼의 커머셜 총괄 팀 그린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시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시기는 시계 산업에서 매우 창의적인 실험이 많았던 시기였다. 까르띠에,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같은 브랜드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네오 빈티지는 “희귀성과 수집 가치가 생길 만큼 충분히 오래됐지만, 지나치게 오래돼서 많은 수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낮다”는 장점이 있다.

사전 조사는 충분히

초보자라도 인스타그램 계정과 스레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깊은 시계 세계에 빠지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모델과 시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얻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익명의 인터넷 사용자 의견만으로 큰 구매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크리스티 시계 부문 세일 책임자 레베카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뢰할 수 있는 업계 전문가와 이야기하세요.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누구한테 물어봐야 정확할까?

많은 전문가가 경매 회사에서 일한다. 근처에 경매 회사가 있다면 프리뷰 행사에 가보는 것이 좋다. 폴 부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브랜드와 시대의 시계를 한자리에서 직접 착용해볼 수 있습니다.” 시계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차보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컬렉터들과 어울리거나 경매 회사 전문가에게 직접 질문해보자. 그리고 나올 때 반드시 카탈로그를 챙겨라. 매우 자세한 연구와 설명이 담겨 있어 관심 있는 시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매가 부담스럽다면 온라인에서 시계의 레퍼런스 번호로 검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구매하려는 딜러나 사이트도 조사해야 한다. 크로노24 같은 사이트에서는 판매자의 이름이 표시되기 때문에 리뷰, 영업 기간, 사후 서비스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온라인 판매자가 ‘정품 보증’을 강조하지만 빈티지 시계에서는 의미가 복잡해질 수 있다. 모든 부품이 진짜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계가 아니라 딜러를 사라

소더비 시계 부문 책임자 리 세이퍼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좋아 보이면 대부분 사실이 아닙니다.” 이베이에서 가치보다 훨씬 싸게 판매되는 희귀 시계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가끔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그래서 어디서 구매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업계에는 “시계가 아니라 딜러를 산다”라는 말이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모든 시계 판매자가 빈티지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판매자는 그렇게 깊이 있는 검사를 할 능력이 없다. 리슈몽 그룹이 소유한 중고 시계 전문 플랫폼 워치파인더의 CEO 아르연 반 더 발은 이렇게 말한다. “빈티지 시계는 인증과 테스트뿐 아니라 판매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특정 부품을 구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클래식 자동차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판매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시계를 판매하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지 말아야 한다.

상태 좋은 물건을 찾아라

빈티지 시계의 상태와 품질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시계 브랜드는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하며 같은 모델도 여러 버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1953년에 등장했고 이후 수십 개의 레퍼런스가 출시됐다. 소재, 다이얼, 크리스털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런 차이는 외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일 뿐이고, 무브먼트까지 살펴보면 더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세부 사항을 모두 배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원래 부품의 중요성

빈티지 전문가들은 시계의 모든 부품이 처음 생산 당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브랜드 공식 서비스에서도 기능을 위해 오래된 부품을 새 부품으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70~80년대 까르띠에 다이얼에는 6시 방향에 ‘Paris’ 표기가 있다. 하지만 서비스 과정에서 교체되면 ‘Swiss Made’로 바뀌는데, 이는 시대에 맞지 않는 표시이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진다.

초보 컬렉터가 보기에는 손상처럼 보이는 부분이 오히려 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롤렉스 GMT 마스터 6542 모델의 베젤은 베이클라이트라는 소재로 만들어졌다. 깨지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금속 베젤로 교체했다. 하지만 약간 깨지거나 색이 바랜 원래 베이클라이트 베젤이 남아 있다면 오히려 더 가치가 높다.

다만 모든 사람이 완전한 오리지널 상태를 추구할 필요는 없다. 폴 부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일반 사용자라면 보기 좋고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시계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공식 부품으로 교체된 경우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가짜 부품이나 재도색된 다이얼, 과도하게 폴리싱된 시계는 피해야 한다. 과도한 폴리싱은 시계의 디자인을 망친다. 예를 들어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특징이다. 하지만 잘못된 폴리싱을 하면 모서리가 둥글어져 원래 디자인이 사라진다.

외관에 집중하다 보면 시계가 정확히 작동하는지 잊기 쉽다. 시계 소리를 듣고 정확도를 측정하는 앱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권장하지 않는다. 레베카 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신뢰할 수 있는 시계공에게 가져가세요. 전문 장비로 빠르거나 느린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품 기간을 활용하라

대부분의 판매처에서는 약 14일 정도의 반품 기간을 제공한다. 구매 후 마음이 바뀌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확신이 없다면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하라.

예산을 정하라

구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시계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목적으로만 구매하는 것은 위험하다. 데이비드 실버는 이렇게 말한다. “감정적인 애착 없이 투자만 보고 시계를 사면 실수를 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희귀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매력 없는 시계를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박스와 보증서에 집착하지 말라

최근 시계가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초보자가 ‘박스와 보증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완전한 세트라면 정품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스와 서류보다 시계 자체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 빈티지 딜러 앨런 베드웰은 이렇게 말한다. “20~30년 전 시계에서 보증서를 찾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당시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보증서를 보관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구매하라

최근 남성 시계 트렌드가 작고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돌아오면서 빈티지 시장에는 좋은 기회가 많다. 예를 들어 브레게 같은 브랜드는 오랫동안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70년 이후 모델들이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 트렌드와 잘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티지 시계와의 관계는 빈티지 자동차와 비슷하다. 관리가 필요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리 세이퍼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조언은 사랑하는 시계를 사라는 것입니다. 착용할 때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시계를 선택하세요. 트렌드만 보고 사면 결국 오래 좋아하지 못합니다.”

빈티지 시계는 매일 착용하는 시계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볼 때마다 미소가 나오는 시계여야 한다. 컬렉션을 하다 보면 취향도 바뀌고 여러 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빈티지 시계는 언제든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존재다.

Brynn Wallner and Josiah Gogarty
출처
www.gq-magazine.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