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GQ에 실린 아카이브 사진 한 장에는 느슨한 플리츠 반바지의 디자이너가 전화 통화 중인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즉시 무드보드의 단골이 되었다.
지난 목요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남성복에 무수한 공헌을 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그는 남성 수트에서 패드를 떼어내고 실루엣을 부드럽게 만들었으며, 헐리우드에 편안한 테일러링을 선사했고, 파워 드레싱을 재정의했다. 하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 그가 남긴 가장 영향력 있는 유산 중 하나는 디자인이 아니라 그가 평소 입은 옷이었다.

먼저 이 사진을 보라: 1990년대 촬영된 한 장의 사진 속 아르마니는 여름 햇살 가득한 이탈리아의 한 피아차에 서 있다. 그는 느슨한 주름 반바지, 갈색 로퍼, 어깨에 무심히 걸친 스웨터차림으로 타워 레코드 단축 번호라도 눌러놓은 듯한 벽돌만 한 휴대폰을 들고 있다. 그는 온통 네이비 블루 톤의 차림새다. 지난 5년간, 이 사진은 인터넷 남성복 무드보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 “옷에 관심이 있다면, 그 사진은 산소 같은 존재예요.”라고, 한때 이 룩을 그대로 재현했던 남성복 애호가 게이브 브로스브는 말한다. “그 사진은 그냥 어디서나 늘 볼 수 있어요.”
이 사진이 처음 공개된 것은 바로 GQ의 2020년 8월호였다. 당시 GQ 기자이자 지금은 워싱턴 포스트 패션 평론가인 레이철 태시지언이 쓴 90년대 아르마니에 관한 기사 속에서였다. 태시지언의 회상에 따르면, 당시 더 로우는 여성복을 위한 영감을 아르마니에게서 찾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디자이너 본인을 한번 보자.” 태시지언은 문자 메시지로 이렇게 전했다. 이미지를 찾아 헤매며 “게티 이미지를 몇 시간씩 뒤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그녀는, 남성복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었다. “물론 우리는 GQ에서 테일러링 이야기를 집착하듯 했습니다.” 그녀가 말한다. “이게 어디로 가는 걸까? 다음에 입었을 때 어떤 게 기분 좋을까? 우리는 모두 버질 아블로가 오프화이트와 루이비통에서 보여준 스트리트웨어의 지배 이후, 말도 안 될 만큼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때 아르마니가 나른한 테일러링 시대를 열었다면, 그의 이 아카이브 사진은 또 다른 옷 입기의 방식을 알렸다—편안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절제된 스타일 말이다. “아주 단순하지만, 사실 제가 입던 방식이나 지금 ‘유행’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최근 자신이 이 룩을 그대로 따라 입은 영상을 올린 코미디언 겸 남성복 애호가 믹 응우옌은 말한다. “그건 아주 우아하면서도 동시에 무척 캐주얼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대화는 캐주얼한 옷차림을 더 의상처럼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잖아요—예컨대 로퍼에 양말을 매치하는 식으로요.”
올여름 또다시 이 룩을 자신의 방식대로 변주한 남성복 인플루언서 빅터 네트랜드를 사로잡은 것은, 아르마니가 존엄해 보이는 모습을 얼마나 무심하게 구현했는가였다. “그 단순함과 무심함이 저를 끌어당겼어요.” 그가 말한다. “생각보다 훨씬 재현하기 쉬웠어요.”
그러나 이 아르마니 사진이 즉시 무드보드의 고전이 된 주된 이유는, 직접 따라 하지 않더라도 쉽게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도로 80년대적인 휴대폰만 빼면, 아르마니는 시대를 초월한 복식의 정수를 구현하고 있었다. “제 북극성은 항상 잘 차려입고 싶다는 겁니다.” 브로스브가 말한다. “그 사진이 남성복에서 레전드로 여겨지는 이유는, 그가 아주 단정해 보이지만 동시에 모든 게 편안하고 진정성 있게 보이기 때문이에요.”
태시지언이 2020년에 이 사진을 다시 공개했을 때, 독자들에게 얼마나 신선하게 보였는지는 주목할 만하다. 당시 남성복 팬들은 여전히 헐렁한 후드티, 덩치 큰 스니커즈, 버질 아블로와 뎀나의 발렌시아가가 보여준 시끄럽고 아이러니한 디자인을 숭배하고 있었다. 아르마니의 캐주얼한 쿨함은 전혀 다른 방향을 예고했다. “저는 즉시 그 반바지에 꽂혔어요.” 태시지언이 설명한다. “우리가 다섯 해 전엔 그것들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보였는지 지금은 잘 이해 못할 거예요. 아마 그 휴대폰이 맥락을 주었을지도 몰라요—그만큼 시대에 뒤떨어져 보였거든요. 패션은 정말 구식처럼 보일 때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는 커다랗고 헐렁한 수트를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지만, 아르마니를 보면서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그는 정말 편안해 보인다. 너무 멋지다. 그래서 알았죠: 이게 다음 흐름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