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계가 등장했다.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턱시도 다이얼이 특징인 오리스의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독립 스위스 시계 제조사 오리스는 빅 크라운 컬렉션을 오래 만들어왔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존재처럼 여겨질 만큼.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빅 크라운 포인터 캘린더는 조종사용 모델로 처음 등장했다.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큼직한 세팅 및 와인딩 크라운을 갖춘 것이 특징이었다. 왜 1930년대의 불안정한 비행기를 몰던 조종사에게 날짜를 알아야 했는지, 더 나아가 비행 중에 날짜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언젠가 따로 이야기할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디자인은 살아남았다. 잠시 쿼츠 기술로 방향을 틀었다가, 오늘날 오리스 컬렉션의 핵심을 이루는 기계식 시계로 당당히 복귀했다. 지난해 다채로운 컬러의 새로운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 모델들이 현대성을 실험한 결과였다면, 이번에 공개된 불스아이 에디션은 시계의 기원으로 확실히 되돌아간 선택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현대적인 38밀리미터 지름이지만, 플루티드 베젤은 1980년대 컬렉션 재도입 당시의 요소이며, 일반적인 센터 세컨즈 대신 스몰 세컨즈를 채택한 점 역시 과거에 대한 오마주다.

하지만 스몰 세컨즈 디스플레이는 새로운 불스아이 모델을 구분 짓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흔히 ‘턱시도’ 다이얼이라 불리는 흑백 투톤 미학의 시계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다시금 시계 디자인의 흐름 속으로 서서히 복귀하고 있다. 새로운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에서는 화이트와 블랙이 교차하는 섹터형 구성이 눈에 띄는데, 화이트는 실제로는 에그셸에 가까운 색감이다. 이는 화이트 슈퍼루미노바가 채워진 캐서드럴 핸즈와, 끝이 붉게 처리된 포인터 데이트 핸즈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다트판을 연상시킨다 해서 ‘불스아이’라는 별명이 붙은 최신 오리스 빅 크라운 포인터 데이트는, 개성 있는 외관과 스위스 메이드의 신뢰성, 활용도, 그리고 역사성을 모두 정확히 맞혀낸다. 38밀리미터 스틸 케이스와 플루티드 베젤,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갖춰 일반적인 파일럿 워치보다 한층 드레시하지만, 일상에서 매일 착용하기에 충분한 존재감과 방수 성능도 갖췄다. 가격은 2,350달러로, 한화로 약 305만 원 수준이며, 독립 스위스 브랜드 시계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매력적인 가성비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실제 턱시도와 달리, 요일을 가리지 않고 매일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