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두꺼운 화장을 한 김동완이 “헤드윅” 무대에 오른다. 그는, 대충 산다고 고통스럽다고 말했지만 그 말처럼 보이진 않았다.
어제 공연은 어땠나?
어젠 좀 망쳤다.
어떤 의미에서?
집중하지 못했다. 카메라 촬영할 땐 주변의 모든 여건이 철저히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는데, 무대에선 그 누구도 집중하는 걸 도와주지 않는다. 간혹 기침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아는 사람도 있을 거고, 날 되게 싫어하는 사람이 올 수도 있고. 그런 걸 이겨내는 훈련이 안 돼 있어서 기복이 심하다. 하, 참 큰 과제다.
할 수 있는 양만큼….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 같은 건 없나?
공익근무 끝내고 나서 내 신조가‘ 대충 살자‘로 바뀌었다. 용을 쓰고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여자랑 사귀는 것도 그렇지 않나? 내가 미친 듯이 따라다닌다고 해서 여자가 넘어오는 게 아니다. 일도 그런 것 같다. 물론 기본적인 건 해야겠지만, 지금은 어떡하면 관객과의 싸움을 이길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지, 누굴 이기고 최고가 되고 싶거나 그런건 없다. 원래 승부를 안 좋아한다. 도박이나 공으로 하는 경기도 안 하고.
<헤드윅>엔 그동안의 건강하고, 바른 청년 같은 김동완이 없다. 그래서 더 어려운 걸까?
내가 이미지가 좋은 거지, 친해지고 나면 놀란다. 다들 너무 놀라서, 사람을 나한테 적응시키기 귀찮아서 안 사귈 정도다. 난 사람들이 충격받을 정도로 이상하게 살았다. 말하긴 곤란한 게, 내가 만약 잘못되었을 때“ 역시 쟨 저렇게 살았으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같은 얘길 듣고 싶지가 않다. 딱히 나랑 다른 사람을 연기하기 때문에 힘들다기보다 뮤지컬 자체가 굉장히 부담인 것 같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 거친 자리다. 특히 <헤드윅>을 좋아하는 여성 팬층이 굉장히 탄탄하다‘. 헤드헤즈’라고 부르는데, 놀라울 정도다. 내 기존 팬들을 만족시키는 게 아니라, 그분들을 만족시키고 싶다. 사실 너무 고통스럽다. 열심히, 잘 마무리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앞으로 뮤지컬은 다시 안 할 것 같다.
2년이 넘도록 아무 활동도 하지 못했다. 단발성 음반이나 드라마로 돌아오는 게 좀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사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내가 A급 연기자는 아니지 않나? B급 정도 되는 것 같다. 선택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고, 들어오는 것도 정해져 있어서…. 예전 같은 경우엔 좀 괜찮으면 해야지 생각했는데 그러면 안 된단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 고르는 건 말이 좀 잘못된 것 같고,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기다리다 보니까 <헤드윅>이 들어왔고, 감히 내가 도전해볼 만한 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헤드윅>쪽에서 당신을 섭외할 땐 뭐라고 했나?
같이 해요, 꼭 해요, 이런 게 아니고 이거 한 번 읽어봐라 하면서 대본을 줬다. 자신 있으면 해보라는 식으로. 하하. 사실 첨엔 고민했다. 회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나랑 안 어울린다는 의견이 좀 있었다. 처음 대본 받고 나서 하리수 씨 가게를 갔다. 그런데 정말 근육질의, 굉장히 남자다운 트렌스젠더들이 있는데, 그 분들의 아픔 같은 게 너무 공감이 갔다. 누나라고 생각하고 얘기하게 되고. 내가 꼭 외모 때문에 이걸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회사 가서 한다고 졸랐다.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 이미지가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 하는 얘기보다 더 두려운 건 ‘신화의 김동완’이 나왔는데 흥행에 실패하는 일 아닐까?
맞다. 그것도 무서워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거다. 내 팬들이 다 채워줄 수도 없는 거고..
신화는 이제 멤버들이 직접 컨트롤하나? 오랜만에 모이는데 뭐‘ 진하게’ 하고 싶은 게 있나?
음악을 듣는 분들 사이에선 아이돌이라 못 듣고, 아이돌이라 꺼려하고 그런 게 분명 있다. 나도 고등학교 때 너바나, 메탈리카 이런거 듣고 아이돌은 안 들었다. 그런 망설임을 없앨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사실 요즘은 그런 선입견이 많이 깨진 것 같다. f(x)나 빅뱅 보면 아티스트지 않나? 정말 잘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걸 후회하나?
전혀 아니다.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신화입니다!”
아이돌 음악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지긴 했지만, 정작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무대보단 카메라 앞에서 자존감을 찾는 것 같다. 그게 더 멋지고‘, 예술적’이라고 여긴다거나.
개인적인 인기나 수입 때문에 그러는 걸 텐데, 우리는 신화 하는 게 훨씬 편하고 돈도 잘 번다. 연기는 고통스럽다. 좋아서 하는 거다. 정말.
혹시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나? 착해 보여야 한다거나.
착해 보이려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좀 착하다. 옛날에 싸움 나도 맞았을 때 집에 더 편하게 갔다. 때리고 나면 친구가 속상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물론 가식적인 부분도 있다. 그게 강박인가? 이거 말 잘해야 하는데…. 나 안 착해 보이나? (인터뷰가 끝난 새벽, 그는 불쑥, 그리고 공손하게 연락을 해왔다“. 전 착한 게 아니라 그냥 소심한 것 같아요. 좋은 밤 보내세요!”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KIM JUNG MAN
- 스탭
- 스타일리스트/ 최제윤, 김다정, 메이크업/ 이가빈(포레스타), 헤어 스타일링/ 조소희, 피처 어시스턴트/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