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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이템 3

2011.11.11GQ

부수는 것 빼곤 다 해본 여덟 개의 신제품.

소니 에릭슨 엑스페리아 레이

소니 에릭슨에 ‘여성가족부’라는 부서라도 있는 걸까? X10 출시 후, 소니 에릭슨은 X10 미니 프로로 여성 소비자를 공략한 바 있다. 올 상반기 엑스페리아 아크를 출시한 이후엔 엑스페리아 레이다. 작은 사이즈와 디자인의 강조는 여기에서도 이어진다. 1백 그램의 무게와 9.4밀리미터의 두께는 피처폰과 비교해야 할 수준이다. 쿼티 키패드는 빠졌지만, 2.6인치 디스플레이를 3.3인치로 키우고도 더 작고 가볍게 한 성과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굵직한 스마트폰 업체들에도 지분이 있다. HTC의 레전드, RIM의 블랙베리 펄 3G 9105, 삼성의 갤럭시 지오가 그렇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던 사람들에 더해, 충분히 스마트폰에 적응한 뒤에도 피처폰의 가벼움과 단출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중적인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레이는 대중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을 혼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전적이다. 단연 눈에 띄는 점은 카메라다. 810만의 준수한 화소수, 스마일 셔터나 3D 스위프트 파노라마, 야간 촬영에 특화된 이미지 센서 등은, 여지없이 ‘여성 소비자를 위해’란 기치로 나아가는 카메라 시장의 방향성이다. 레이는 좀 더 민망한 ‘여성화’도 서슴지 않는다. ‘통화량이 많은 여성들을 위한’, 배터리 잔량이 20퍼센트 이하면 대기시간을 최대 5배 이상 증대시키는 절전 모드가 있고, 배경화면과 테마를 ‘색색으로’ 구비했다고 밝힌다. 레이가 규정하는 여성성은 다분히 이전 세기의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유해물 선정 기준을 떠올린다면 시대착오적일 것도 없다. 이를테면, 핑크색 스마트폰을 여성들이 더 많이 사는 건 ‘사실’이지만, 가사에 술이 들어가 음주를 조장한다는 건 텅 빈 ‘의견’일 뿐이다. 만일 소니 에릭슨의 ‘여성가족부’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들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사실에 우쭐해도 좋다.

RATING ★★★☆☆
FOR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AGAINST 여성가족부.

소니 넥스 5N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한 방식이지만, 어느 분야에서 건 자연수가 덧붙으면 현저히 새로운 뭔가가 나왔다는 걸 의미한다. 소수를 더한다면 베타 버전이나 작은 규모의 개선을 나타내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카메라 분야에서 소수를 사용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5N의 N은 넥스 5의 소수만큼의 변화를 대신하고 있는 걸까? 휴대성과 연사 능력, 풀 HD 동영상 촬영이 다 넥스 5를 설명하는 말들이었다. 넥스 5N에서도 단연 이 부분이 먼저 눈에 띈다. 넥스 5보다 크기와 무게를 더 줄인 건 아무리 담아도 더 눌러 담을 수 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의 불가사의만큼이나 놀랍다. 초당 7연사는 미러리스 카메라 최고치인 초당 10연사로 올렸고, 초당 60프레임과 24프레임 동영상 촬영이 모두 가능한 것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 최초다. 이 정도면 N이라고 다는 것에 만족할 만도 한데,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전작과 동일한 3인치 92만 화소 액정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했다. 최소화한 크기와 간결한 디자인 때문에 조작부가 단순화된 것에 대한 불만은 이제 없다. 감도는 100에서 25600까지 올릴 수 있는데다, 0.02초의 릴리즈 타임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 최고의 반응 속도다. 넥스 5N은 소수가 아니라 자연수가 동원되어야 할 정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렌즈 어댑터나 전자식 뷰파인더, 새로운 렌즈 군이 추가되긴 했지만, 아직은 빈약한 옵션 사항만이 아쉽달까. 그러나 더 놀랄 일은 다음 달에 일어날 것 같다. 자연수를 동원한 변화를 보여주는 넥스 7이 발매를 앞두고 있다. 알파 77과 알파 65와 동일한 크기의 CMOS와 OLED 전자식 뷰파인더, 2430만 화소를 지원한다. 풀 프레임 카메라 사용자들도 탐낼 만한 고사양, 고가의 제품. 어떤 의미에서 자연수를 동원한 변화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18~55mm 렌즈 포함 최저가 81만원대.

RATING ★★★★☆
FOR <조용한 개선> 마종기.
AGAINST 마이크로 포서드 마운트를 지원하는 렌즈.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