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손이 무기다

2012.04.18유지성

추상화가 권혁근이 한국에서 첫 전시를 연다. <바람이 손을 놓으면>은 욕심을 버리고 손으로만 그렸다.

1. KWON HYUK KUN 2012. Oil on Canvas, 60.5x73cm 2. KWON HYUK KUN 2012. Oil on Canvas, 60.5x73cm 3. KWON HYUK KUN 2012. Oil on Canvas, 60.5x73cm

1. KWON HYUK KUN <바람이 손을 놓으면 12-242>2012. Oil on Canvas, 60.5x73cm 2. KWON HYUK KUN <바람이 손을 놓으면 12-246>2012. Oil on Canvas, 60.5x73cm 3. KWON HYUK KUN <바람이 손을 놓으면 12-244>2012. Oil on Canvas, 60.5x73cm

갤러리에 들어서는데 사방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좋았나? 고맙다. 계절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 같다. 겨울이었으면…. 하하.

봄에 유독 어울리는 그림이 많다. 자연, 풍경 같은 말이 떠오른다.
내가 그게 있긴 있나 보다. 자연적인 거. 난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자꾸 발견한다.

<바람이 손을 놓으면> 연작은 완전히 손으로만 그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작이 너무 많은 계획이 필요한 그림이어서 전부 계산해야 했다. 어느 색 위엔 어느 색을 올릴지, 농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거기에 지쳤다. <바람이 손을 놓으면>을 계획하면서 글을 써놨다. ‘작가의 글’ 혹시 읽어봤나? 처음 스케치를 한 건 5년 전이다. 글을 쓴 건 2년 전. 작품은 작년 초에 시작했는데, 그림을 시작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다. 날 내려놓을 수 있는 어느 정점.

‘작가의 글’을 보면, <바람이 손을 놓으면>은 욕심을 버리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렇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욕심이 들어 있는 거다. 욕심을 버리고자 했는데 최소한의 욕심이 남아 있는 그 과정, 그게 지금의 나다. 지금의 나를 그린 거다.

남아 있는 최소한의 욕심은 뭘까?
알았으면 그릴까? 모르니까 노력해보는 거다. 그리면서 평생 알아가겠지.

10년간 작업한 전작 시리즈 <무제>는 섬세한 동그라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엔 어떻게 ‘손가락질’을 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나?
없었다. 무조건 물감과 나의 대화다. 그냥 나 자신에게 맡기는 거랄까?

그렇다면 <바람이 손을 놓으면>은 순간에 충실한 그림인가?
정말 순간에 충실했다. 시작하면 화장실에 못가니까. 하하. 다 그리고 나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생각 안 한다. 다음 캔버스를 잡는다. 비우는 건가? 대리운전해서 올 때도 많다. 에너지를 넘치게 쓰니까.

무엇보다 질감 때문인지, 각도에 따라 좀 다르게 보고 싶은 그림이다.
원하는 대로 보셨으면 한다. 난 그리면서 충실했다. 보는 사람도 감상에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이 오면 감사한 거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 시간을 줘야 한다.

바람이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되나?
말 그대로, “쩜쩜쩜.” 바람이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누가 놓는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바람이 놓는 건가 내가 놓는 건가? 모르니까 그린다. 알면 싫증난다. 모르니까 재미있다.

권혁근의 개인전 <바람이 손을 놓으면…>은 3월 29일부터 4월 11일, 서화갤러리에서 열린다. 02-546-2103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손종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