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 스기모토는 흑백으로 바다를 찍었다. 덕분에 바다의 결만 남았다. 그는 중세왕을 본뜬 왁스 인형도 찍었다. 역시 흑백사진. 하지만 중세시대의 한스 홀바인이 그린 헨리 8세보다 더 사실적이었다. 반대로 건물을 찍을 땐 초점을 흐렸다. 여전히 흑백이었다. 결국 색도 세부 모습도 사라진 채 선만 남았다. 스기모토는 지난 30년 동안 거의 흑백사진만 고집했다. 그 점을 제외하면 그가 찍은 피사체는 어떤 공통점도 없어 보인다. 굳이 아주 커다란 울타리를 친다면, 피사체에서 보여주고 싶은 한 가지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그 선택은 항상 흑백에서 시작했다. 12월 5일부터 리움에서 열리는 <히로시 스기모토 : 사유하는 사진>에서도 여러 흑백사진이 소개된다. <5원소>와 같은 설치 작품도 있는데, 크리스털 안에 콩카의 바다를 담았다. 여전히 흑백이다. le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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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양승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