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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것이 정말 좋을까?

2014.04.03유지성

단단한 몸이 야무진 섹스를 보장하진 않는다.

큰 것이 좋다. 작은 것을 좋아하는 경우는 드물다. 섹스에 관해서라면 그렇다. 이를테면 남자의 페니스나 여자의 가슴. 그렇다면 단단한 것과 물렁한 것을 비교한다면 어떨까. 선택은 충분히 취향에 따라 갈릴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인의 페니스는 상대적으로 딱딱하다는 속설이 있다. 페니스 길이처럼 통계적 자료가 명백히 존재하진 않지만, 포털 사이트에 ‘아시안, 페니스, 경도’를 영어로 넣으면 꽤 많은 결과가 나온다. “여자들이 아시안 남자의 페니스를 동양제 강철Asian Steel이라 부른다”는 개인의 주장은 물론 “한국의 홍삼이 페니스의 경도를 끌어올린다”는 기사도 뜬다. “페니스 구석구석 혈관이 분포되어 팽창률이 높고 단단하다”는 한의학적 분석도 완전히 근거 없는 소리처럼 들리진 않는다. 일단은 대개 긍정적인 쪽이다. “꽉 차는 기분? 두께와 상관없이. 액체가 아니라 진짜 고체가 들어오는 것 같아.” 30대 중반의 여자 P는 단단한 페니스의 경우, 자신이 페니스를 압박하기 위해 과도한 힘을 줄 필요가 없어 좀 더 편안하게 섹스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딱딱한 것이 꺾이면 아프다. 여성상위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그리고 잘 빠진다. 이것은 발기가 되었다 크기가 작아지며 물렁해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크기를 유지한 채로 물렁할 경우, 훨씬 실험적인 자세에 도전할 수 있다. 페니스를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허리가 스프링으로 된 강아지, 슬링키처럼 움직일 수 있달까? 머리와 뿌리가 서로 따로. 유연하게. 자연히 페니스의 정확한 자극점을 찾는 데도 유리하다.

단단하고 물렁한 건 페니스뿐만이 아니다. 좀 더 넓은 범위의 몸을 대상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그래도 뱃살이 좀 있는 남자가 좋지” 같은 말이 그저 보기에 좋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남자들은 마른 여자 싫어해”는 좀 더 노골적이다. 눕고 만지고 부딪치는 와중에 가치를 발휘한다는 말에 가깝게 들린다. 단단한 몸을 쓰다듬는 즐거움만큼이나, 말캉한 몸을 움켜쥐는 쾌감이 분명 존재하니까. 큰 가슴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전부 애정결핍, 또는 모성애를 느껴서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요즘 피트니스클럽에서 가장 뜨거운 운동은 단연 스쿼트다.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엉덩이 근육(주로 대둔근)을 자극하는 효과가 뛰어나서다. 그동안은 관심받지 못했던 근육이다. 엉덩이 근육은 크고 힘이 세다. 가슴 근육을 퉁퉁 튕길 줄 안다고 섹스의 만족도가 높아지진 않지만, 엉덩이 근육을 잘 쓰면 꽤나 위력적이다. 엉덩이 근육을 수축과 이완시키는 데 능숙해지면, 사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다. 페니스에 자극이 부족해 사정이 잘 되지 않을 때 다리를 쭉 펴서 허벅지 근육에 힘을 넣는 것과 같은 원리다. 섹스할 때 허벅지, 괄약근 같은 조절 밸브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이렇게 엉덩이 근육을 키우는 것이 오랜 단련을 통한 과학적 완벽함을 꾀하는 일이라면, 그것보단 좀 더 간단하고 실용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볼 수도 있다. 여성상위에서 남자의 복근은 여자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 체조 종목 중 뜀틀이나 도마를 상상하면 쉽다. 짚고 있어야 하니 단단해야 마땅하다. 반면 남성상위에서 남자의 엉덩이 근육은 여자의 손잡이 역할을 한다. 안 잡아도 그만이지만, 절정부로 치닫는 순간엔 꽉 잡고 힘을 보탤 수 있다. 그런데 손잡이가 너무 단단하면 잡기가 좀 어렵다. 즉, 중요한 순간, 원활한 피스톤 운동을 방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엔 남자의 입장. 여자의 가슴은 대개 단단하지 않다. 구조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거기에도 딱딱한 부분이 있다. 유두. 그리고 유두의 경도는 남자의 페니스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딱딱한 유두는 손가락으로 잡고 뭔가 자꾸 하고 싶어. 그런 반면에 부드러운 유두는 메모리폼 같달까? 왜, 형상기억 베개를 처음 사면 자꾸 눌러보잖아. 누른 부분이 다시 돌아오는 게 신기해서.” 20대 후반의 왕성한 남자 C는 도저히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없다고 했다. 여자의 몸 중 가장 부드러운 부분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그런 딱딱함이라니. 그리고 그 딱딱함의 정도는 옷을 완전히 벗기 전까진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시각적으로) 유두의 모양과 크기에 집착하는 남자들의 태도가 간혹 불편할 때가 있다면, (촉각적인) 경도에 대한 이야기는 어쩐지 좀 더 귀엽고 천진하게 들린다. 통념이랄 것이 없는 취향의 영역이니까. 신체 부위가 크고 작은 것은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페니스 길이가 불만스럽고, 가슴 크기가 속상해도 병원에 가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단단한 것과 물렁한 것은 침대 위에서 어떤 상황을 연출할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일단 단단한 것이 보기에는 좋다지만, 언젠가는, 혹은 누군가에게는 물렁한 것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 도저히 서로에게 미리 물을 수 없으니, 더 궁금한 채로.

    에디터
    유지성
    기타
    ILLUSTRATION / LEE JAE HY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