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시장에 가면

2015.05.14손기은

시장에서 오가는 건 돈과 물건만이 아니다. 지금이 제철인 식재료를 살 때 들리는 그 소리.

죽순  “하동 죽순이요. 골라봐. 이 이상 더 이뿐 거 없어요. 아이고 그건 작아서 먹을 게 없어, 다 까면. 껍데기만 있지. 집에 가면은요, 이걸 까서요, 잘라가지고요, 폭 삶어요. 그렇게 한 다음에 후라이팬에 볶아 먹어요. 들깨가루에 볶다가 참기름 한번 둘러주고요.”

 

씀바귀 뿌리 “도라지마냥 무쳐가지고 먹는 거지. 밥맛 없을 때 최고여. 디쳐가지고 초고추장에 물엿 좀 넣고 싹 해서 잡숴. 진짜 맛있어. 아이고 아줌니, 거기 그거 떼어 먹지 말아요. 이게 뭐가 쓰다고 그래요. 좀 써도 양념하면 괜찮아. 아니 진짜 왜이랴? 씀바귀 딴지들을 하네.”

 

미더덕 “찜 해 먹어라. 미더덕에 된장 약간 풀고 냄비에 소로록 한번 끼리라. 그거 국물에다가 마늘, 고춧가루, 설탕, 소금 풀어가지고 다대기를 만들어두믄 된다. 갈분 한 숟가락도 넣고. 그칸 다음에 콩나물 머리 딴 거랑 미더덕 삶은 거랑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양념 확 부아뿌라.”

 

쑥부쟁이 “이건 빤짝 지나가버려. 몰르지, 담에 오면 또 나올지 안 나올지. 취나물보단 이게 낫지. 연혀. 향만 은근히 쓰지, 애기들 먹기도 좋고. 요거는 재배를 못해. 논두렁에서 물이 찌적찌적 흘러들어온 데서만 자라. 미역도 아니고 쑥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참 맛있어.”

 

말린 도다리 “간 안 해놨어. 그럼 짜다고 안 가져가. 이걸 시꺼갖고 쪼려서 먹으면 진짜 맛있어. 고칫가루 좀 치고 마늘 찧은 거 넣고, 고추 써리 넣고, 싱거우면 왜간장 조금 치고. 비릉내가 안 나. 냄비 바닥에다가 무나 좀 넣든가. 물도 짤박짤박 있어야 해. 이거 돈 오천원 더 받아야 되겠다.”

 

민들레 나물 “간장 말고 된장으로 무쳐. 고춧가루허고 젓갈 넣고. 그냥 식구들 잘 먹는 젓갈 넣으면 되는 거시여. 참기름도 넣고 깨도 넣고. 물엿도 째까 넣고. 그러면 참 연허고 좋아. 이걸로 짐치 담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진짜로 갈차 줄게. 짐치로 하면 이렇게 연해도 쪼까 찔겨.”

 

달래 “달래 이거 와따여. 사등분 해가지고 간장에 재워놔. 커피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정도면 되겄지. 그라믄 좀 있다 물이 약간 생기거든? 고추장이랑 매실 엑기스랑 참기름하고 무쳐요. 고추장하고 매실하고 양을 똑같이 하면 돼. 쪼물쪼물하다가 깨소금을 솔솔 뿌리고.”

 

주꾸미 “샤부샤부 할라면 살아 있는 주꾸미 가져가셔야지. 키로에 4만원. 수입은 3만원. 국산은 흙빛이 나요. 중국산은 노리끼리하거나 빨갛지. 작년에는 구분이 확실히 되던데 올해는 똑같은 거 같애. 올해 뭐든 다 비싸졌지만, 요 며칠 배가 못 떠서 더 비싸졌지.“

 

엄나무순 “개두릅이여. 내가 저녁때까지 비싼 거 안 냉겨놓을라고 싸게 판다. 요거 딱지만 따. 지금 떨어지자나, 껍데기. 그딴 두릅보다 쌉쏘름해. 고솜하니. 너무 달게 하지 말고, 아무렇게나 무쳐 먹으면 돼. 이건 약이야 약. 하이고, 내 손 좀 봐라. 요래 물이 들어가지고….”

 

바지락 “내가 이렇게 까면서도. 국산 바지락은 날것으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해감이요? 저도 맨날 씹혀요. 그래서 저는 다 끓인 다음에 그 물에다가 바지락 자체를 막 흔들어서 빼놓고, 그걸 가라앉힌 다음에 윗 국물을 마셔요. 얘는 거의 국물 위주로 먹는 거니까.”

 

곰피와 다시마 “데쳐가지고 냉동실에 넣어놔, 언니. 깨끗이 손질해가지고 딱딱 잘라서 넣어놨다가 바로 꺼내서 먹으면 돼. 초고추장 찍어 먹어. 아, 삼겹살 싸먹으면 진짜 맛있어. 다시마는 지금만 잠깐 나오지. 곰피도 좀 있으면 철이 끝나. 그래서 가져가라 하는 거야.”

 

가지고추 “색깔은 딱 가지인데 맛은 아삭이고추랑 똑같아요. 데리고 가서 한번 먹어봐요. 요새 진짜 많이들 찾아요, 이거. 이게 그 블루베리처럼 몸에 좋아요. 그 뭐였죠? 안토시아닌? 아무튼 그게 풍부하대요. 요리 만들어놓으면 색깔도 진짜 곱고.”

 

꽈리고추 “아삭이고추 나오기 전까지는 밀양 고추가 짱이었어. 요놈 깨끗이 씨츠면 물기가 있잖아. 여기에 마른 밀가루를 무쳐가지고 김 푹 나도록 찌면 익어. 이걸 참기름 깨 넣은 양념 간장에다 살짝 무쳐. 콩가리로도 한다던데 나는 깔까르해서 싫어. 밀가리가 더 보드러워.”

 

 “씻어서 쌀 위에서 얹어서 밥을 지어. 전기밥솥에 넣어도 돼. 참기름에 무치지 말고 그냥 톳 위에 얹어서 넣으면 밥이 되면서 참기름이 골고루 퍼져요. 콩나물하고 같이 초고추장에 무쳐도 맛있지. 콩나물은 데쳐야 해. 맛있게 해 먹어봐. 그리고 예수 믿어요.”

 

복어꼬리 “얼마나 깨끗하게 잘 말렸는지 봐요. 노란 거는 동해안 밀복이고 까치복도 섞여 있어요. 히레사케 만들때 향이 제일 좋은 건 자연산 참복이에요. 인터넷에 파는 건 은복 꼬리인가 그래요. 우리는 그거 그냥 버리지. 맛이 없어요. 향이 안 나요. 아시는 분만 우리 가게에 오는 거야.”

 

노지 취나물 “아랫녘에 비가 와서 이게 지금 비싸. 전라도 무안에. 시금치 무치듯이 무쳐 잡숴. 담그고 그런 거 하지 말고 후라이팬에다가 맛있는 지름 조까 넣고, 꼬작꼬작 거기서 무쳐. 마늘 같은 거, 그런 거는 째까 넣는 거시여. 이거시 향이 좋기 때문에 향이 마늘한테 치여.”

 

무말랭이 “보통 무말랭이랑 다를 거예요. 어머니가 제주도에서 무 밭에서 저거해가지고 해풍으로 말리신 거예요. 직접. 보통 무말랭이는 중국산이거나 가을무인데 이건 월동무로 한 거라 맛이 달라요. 꼭 설탕 뿌린 것처럼 그래요. 이번 달에만 나오는 리미티드 에디션이에요.”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