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3MOVIES – 재난의 끝

2015.08.04GQ

인간의 의지가 ‘운명’이라는 단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3편.

코엔 형제 <시리어스 맨> 2009 / 제프 니콜스 <테이크 쉘터> 2011 / 데이비드 핀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 2008

재난 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다. 대체로 가족 서사 위에 재난을 얹은 형태였다. 등장인물은 재난과 가족뿐이었다. 이 영화들에 나오는 재난은 극도로 비중이 낮은 단역이다. 하지만 인간의 의도와 의지가 ‘운명’이라는 신화적인 단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데는 그 정도 분량으로 충분했다. 단 하나의 실타래도 풀리지 않고 끝나는 <시리어스 맨>, 주인공을 정신병자로까지 몰아붙였다가 진실보다 더 진실 같은 우연을 보여주는 <테이크 쉘터>, 동화 같은 이야기로 시간이라는 대상을 시적으로 감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인간이 자연에서 차지하는 아주 좁은 영역을 보여준다. 끝까지 보고 허무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을 학습하고 겸허해지는 기회일 수도 있다.

    에디터
    장우철, 정우영, 양승철
    ILLUSTRATION
    KWAK MYEONG JU, AHN HYE YOUNG, JOE SUNG H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