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이야말로 인생의 낭비다”라고 주장하는 책 <나는 생겨먹은 대로 산다>.
메타-자기계발서랄까요. 레베카 니아지 샤하비는 <나는 생겨먹은 대로 산다>에서 뭘 배우고 가꾸고 노력하는 삶은 가능하지 않다고 설득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아실현은 노예제 사회에서의 시민에게나 가능한 것이었고, 칼뱅의 영향으로 강조된 근면 성실한 삶은 종교적 구원이 그 배경에 있었다는 것이지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20년경에는 심장마비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질병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우울증조차 타인의 규범에 따라 열심히 살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봅니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자기계발이라는 강압적인 책임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며, “사실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어요, 다시 건강해지면 당연히 그 모든 일을 다 할겁니다”라고 말한다는 겁니다. 느긋하게 도발적인 주장을 이어가는 책인데, 그중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은 자기계발의 삶을 멜로드라마로, 자기계발과 관련이 없는 삶을 시트콤으로 서술하는 대목입니다. “어딘지 어설픈 시트콤 등장인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단순히 하루하루를 잘 넘기고 싶어 한다. 평범한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가능하면 어려운 상황이나 풀기 힘든 문제들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며, 동료들과 마찰을 빚는 것조차 피하고 싶어 한다. 근본적으로는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으며,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도 자꾸만 꼬여가는 상황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적인 캐릭터들인 것이다. 반면, 멜로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에게는 우리의 동정이 필요 없다. 그들이 비록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힘들게 분투해야 하더라도, 결국 결말에 다다라서는 그럭저럭 자신들이 추구했던 모든 일에 성공한다. 그들은 언제나 뭔가를 도모하며, 한 가지 이상의 목적을 추구하고, 누군가와 라이벌이 되거나 아니면 누군가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당신은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길 바라나요? 그렇다면 악의 없이 말씀드리고 싶네요. 고난의 오늘이 되시기를!
- 에디터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