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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나 핏 아님, 조용히 확실하게 잘 입는 아저씨 되는 법

2026.05.02.조서형, Mahalia Chang

그 미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파리 생제르맹, 터치라인에서도 한판 붙고 있었다.

축구 감독이 스키니진에 패딩이 아닌 옷을 입고 나오면 희망이 보인다. 몇 달째 스타일을 거의 포기한 프리미어리그 감독들 모습을 보고 있다가, 유럽 다른 팀들을 보니 진짜로 뇌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공기가 더 상쾌해졌고, 커피는 더 달게 느껴졌다.

어젯밤 파리 생제르맹과 바이에른 뮌헨의 준결승 1차전에서 감독들도 제대로 한 판 보여줬다. 그동안 익숙해져버린 겨울 패딩, 슬림한 트라우저, 쿼터 집업, 딱 붙는 셔츠 조합이 아니었다. 이 사람들, 진짜로 옷을 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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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 감독인 비는 스트리트웨어 접근을 택했다. 뮌헨이 아디다스 스폰서를 받으니까,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나 삼선 트레이닝복 입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콤파니는 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Y-3로 맞췄다. 참고로 Y-3는 아디다스와 일본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의 협업 라인이다. 스포츠웨어이긴 한데, ‘꼼 데 가르송’을 자연스럽게 발음할 수 있고 말차를 제대로 휘저을 줄 아는 사람이 입는 그 종류의 스포츠웨어다.

이날 콤파니는 브랜드의 솔드아웃된 Uni 3S 나일론 재킷에 웰트 포켓과 스냅 디테일이 들어간 모델을 입었고, 같은 라인의 트랙 팬츠와 Y-3 캡으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조용하지만 확실히 ‘잘 입은’ 느낌. 신발은 클래식의 변주 버전인 슈퍼스타 ST를 신었다. 혀 부분이 넓고 고무 아웃솔이 그립감이 좋아서 스케이터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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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벤치에서는 루이스 엔리케가 완전히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파리 생제르맹이 뮌헨을 5대4로 꺾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그는 폴리 혼방 트라우저 같은 건 쳐다도 안 봤다. 카페 문을 열어주면 괜히 20분 정도 생각나게 되는, 옷 잘 입는 프랑스 건축가 같은 느낌이었다.

논브랜드 네이비 해링턴 재킷에 티셔츠를 매치하고, 살짝 크롭된 스트레이트 핏 인디고 데님을 입었다. 여기에 나이키와 파리 생제르맹 협업 에어포스 1을 신었다. 매년 파리 생제르맹은 조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건 2024년에 나온 에어 조던 1 로우 계열 모델이다. 일종의 ‘메서드 드레싱’이다.

솔직히 말하자. 이 두 착장이 혁신적인 건 아니다. 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축구 감독들의 스타일에 대한 기대치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콤파니도, 엔리케도 그냥 잘 입었다. 핏도 좋고, 각자의 스타일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패딩이 아니다. 고작 이걸로 호들갑 떠는 거냐고? 맞다. 그래도 이 순간은 즐길 거다. 프리미어리그 현실로 돌아가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