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이지아에게 묻고 싶지 않은 몇 가지

2016.03.30장우철

이지아가 속옷만 입어도 좋다고 말했을 때 당연히 놀랐다. 하지만 속옷만 입고 나와서 웃는 이지아를 보면서는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러웠다. 척하는 걸 몰랐다.

거꾸로 입은 티셔츠는 팀 코펜스, 팬티는 캘빈 클라인.

이지아라는 이름에는 어쩐지 조심스러운 기분이 들어요. 이지아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런가요?

이렇게 마주하니 더구나 그렇네요. 근데 요즘 인터뷰 자주 하던데, 뭔가 말하고 싶은 건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영화 홍보 때문에 이미 잡혀 있는 인터뷰를 한 거예요. 영화는 안 보셨죠?(웃음)

음, 질문을 이렇게 하려고 했습니다. “많고 많은 배우 중에 하필 이지아와 마주 앉았는데,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던 영화 얘기나 하는 건 너무 맥빠지지 않나요?” 하하, 저도 < 무수단 > 얘기만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얘기만 하면,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 저도 좀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어떤 배우의 매력이라는 게 연기나 작품에만 한정되는 건 아니죠. 작품 얘기든 나에 대한 얘기든, 나는 그냥 나로서 말하는 건데, 나중에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오직 사생활만 부각돼요. 그러니 어떻게 조심스럽지 않겠어요.

그런 배우가 더 좋기도 해요. 나 같은 배우요? 작품으로는 안 빛나는 배우?(웃음)

인간 자체가 궁금한 인간이랄까, 김혜자 씨를 보면 어떤 작품에서 무슨 역할을 하든 등장하는 순간 다 장악해버리잖아요. 저 사람은 도대체 뭐지?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사람이 있죠. 저도 좋아요.

이를테면 이지아 씨는 거기에 사생활이 덧씌워진 경우죠.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요. 지금까지 내가 무슨 신비주의를 고수했다기보다, 그건 내게 씌워진 것이었어요. 나는 인터뷰에서도 사석에서 말하듯 그냥 말해요. 무슨 전략 같은 거 없어요. “이런 질문 하지 마세요” 이러는 것도 이상하고요.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쪽은 아닌 것 같아요. 말하자면 ‘연예인’과는 거리가 있죠. 내가 나일 수 없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조차 나를 드러내는 게 낯선데, 현실은 온통 내가 뜻하지 않은 것들만 드러나 있잖아요. 과거를 원망하거나 못 잊어서는 아니에요. 지금은 내가 나인 것이 너무 행복하니까 사람들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다 보니 성격은 원래 그렇지 않은데도, 뭔가 자꾸 저를 드러내고 싶어지네요, 요즘은.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내버려두는 게 좋을 때도 있죠. 네, 설명할 수도 없어요.

작년에 < 힐링캠프 >에 나왔죠. 가장 인상적인 건 이지아가 울지 않았다는 거였어요. 저는 구질구질한 거 싫어요. 제가 우는 걸 당연하게 느끼셨겠지만요.

뭔가 따뜻하고 감동적인 배경음악을 잔뜩 준비되어 있었을 거예요. 부모님께서 나한테 편지를 쓰면 어떠냐, 그런 설정. 저는 싫더라고요.

예전에 < 꽃보다 누나 >를 보다가 알게 된 게, 내내 가만히 있다가도 카메라가 들어오면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눈물을 쏟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내내 혼자 눈물을 흘리다가도 카메라가 들어오면 눈물을 닦고 피하는 배우가 있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 힐링캠프 >는 내가 내 입으로 내 얘기를 한다는 것에만 의미를 뒀어요. 동정을 사려 한다거나 그런 거 정말 싫어요. 만약 내가 실수로라도 눈물을 보였다면 내 자신이 너무 싫어서 견딜 수 없었을 거예요.

울지 않는 이지아를 보면서, 품위가 있구나, 하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이네요.

2014년에, 드라마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를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딱히 무슨 장면 때문은 아니에요. 그저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과 태도를 보면서 이지아는 품위가 있구나, 했죠. 제가 그랬나요? 연기에서 배우 자신이 드러나는 게 어떤 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배우가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좀더 그렇고요.

그런 방향에서라면, 저는 나영석 PD가 만든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아요. ‘고상한 척해봤자 너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식이 참 요즘의 풍경답긴 하죠. 털털하고 따뜻하고 긍정적인 것만 골라서 인간미라 표현하죠. 똑똑하고, 지혜롭고, 우아하고, 이상을 추구하고, 허영을 부리고, 말을 아끼고, 틀렸다고 말하고, 싫다고 표현하고, 까칠할 때 까칠하고, 눈물을 참고, 그러는 건 있어도 없는 게 되죠. 사람들이 원하잖아요. 못이 튀어나와 있으면 모자를 걸든 줄을 묶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망치로 두드려서 벽과 똑같이 만들려고 하는 느낌이잖아요. 있는 그대로를 잘 안 보잖아요.

연기도 비슷하지 않나요? 거기서 망치질 잘하는 사람을 연기 잘한다고 하는 식으로. 뭔가 사회의 성향 자체가 ‘인디비주얼리티’를 너무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하죠. 너는 뭔데 잘났냐, 너도 어차피 우리랑 똑같다. 지금은 무려 2016년인데, 점점 발전해 가는 느낌이 안 들어요. 과학이나 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도 있어요.

그런 채 계속해서 대중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죠. 배우가 된 것을 좀 운명적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달라요. 지금도 거리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면 쑥스러워요. 못 알아보면 섭섭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진심으로 어색해요. 기자들과 대화하면 생각했던 거랑 다르다며 뻔한 걸 물어요. 그래서 제가 “다 아시잖아요” 하면, 그것만 인용해서 나와요. 이런 상황을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요. 이미 5년이나 됐는데.

미루어보건대 무슨 짓을 해도 그건 안 끝날 거예요. 진짜로요? 그러니 연예인으로 사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연예인이 아니라 온전히 배우인 시간만 간직하고 싶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우선은 작품 보는 감식안을 높여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더 날을 세워야죠. 말도 마세요. 작품 보는 눈만으로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의리 때문에 하는 작품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고요. 아무튼 작품을 보는 눈은 높이는 게 맞아요. 그런데 나는 마냥 작품을 기다리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먼저 어필하기도 해요. 하고 싶다고. 하지만 다 인연이 따로 있어요.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었어요. 그게 그래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라면 어떤가요? 우선 이렇게 물어볼게요. 이지아에게 상대 배우란? 음, 나는 참,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랑 하면 나도 잘 하고, 못하는 사람이랑 하면 더 못해요. 아무래도 내가 상대를 끌어가는 힘이 아직 약하다는 거겠죠. 저는 계산하고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다 계산하고 준비해오는 배우도 있어요.(웃음) 다 준비를 해와요. 어느 순간에 눈을 깔고, 어느 순간에 입꼬리로 웃고. 근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배우에 비하면 나는 연기를 막하는 게 되겠네요. 그걸 상대가 받아주면 덩달아 연기가 좋아져요. 제가 진짜가 되는 거예요. 가짜로 받아주면 테크닉으로 연결해야 하는데 그 테크닉이 저는 아직 약해요.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가 생각나네요. 이를테면 거기서 이지아의 연기는 김수현 작가의 전형적인 여주인공 느낌이 아니었어요. 어울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보다는 배우가 작가를 극복했다거나, 작가가 배우에게 기꺼이 설득당했다는 느낌이 있었죠. 저는 “아, 내가 선생님의 생각에 맞추기에는 너무 연기를 못해서 아예 포기하고 써주셨나 보다”했어요.(웃음)

김수현 작가는 그야말로 ‘똑 부러지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잖아요. 바보도 왜 자기가 바보인지 나름대로 이유를 말할 거예요. 근데 이지아는 거기서 그냥 이지아인 거예요. 튀죠. 안 녹아 들어요. 근데 쳐다보게 만들어요. 상대 배우 입장에서는 어쩐지 화가 났을 것도 같아요.(웃음) 이상하게 잘 붙지를 않는달까. 되게 잘 보시는 것 같아요.(웃음)

그렇게 뾰족한 부분이 매력적이예요. 무엇보다 여배우에게 ‘털털하다’는 이미지를 입혀서 매력으로 삼는 요즘의 꼴이 나는 정말 못마땅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레스토랑에 가서 “이거 접시를 몇 도로 데워주시고요.” 막 이럴 것 같대요. 나는 근데, 촬영하다가 소품으로 남은 밥 있으면 몰래 쪼그리고 앉아서 먹다 들키는 쪽이예요. 다 식었어도 맛있을 땐 맛있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당황스러워해요. 그럼 저는 다시 묻죠. “왜? 이거 먹으면 안 돼?”

이지아도 털털하다, 지금 그건가요? 하하, 허술한 면이 있죠. 사람들은 그냥 인형 같은 거 좋아하나 봐요. 누가 뭐라고 해도, “아, 네, 괜찮아요” 이러는 거. 나는 거기에 부응을 못하는 거죠. 너무 생각이 있달까요? 그런 거랑 털털한 거랑 다른 얘긴데, 딱히 다르게는 안 보죠. 솔직히 다른 배우들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어요. 되게 궁금하지만 배우 친구가 없다 보니까.

흰색 러닝 톱은 B.V.D. 브라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데님 팬츠는 캘빈 클라인 진.

바로 그런 점이 이지아라는 배우의 매력이라고 말하면…. (웃음) 근데 저는 어릴 때부터 그런 게 있었어요. 요만한 꼬마인데도 나를 어려워 하는 언니 오빠가 있었어요. 실제로 막 까탈맞고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닌데 그냥 다가서는 게 쉽지는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조금만 들여다 보면 정말 허술한데 말이에요.(웃음)

다 큰 이지아는 어려운 여자가 됐나요? 글쎄요, 저 어떤 여자인 것 같아요?

우선은 품위 있는 여자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품위라는 말이 참 평가절하된 시대잖아요. 털털하다의 반대편에 품위 있다, 고상하다, 까다롭다, 우아하다가 있지요. 그냥 비호감이라고 하잖아요, 사람들은.(웃음) 글쎄요, 품위가 있다는 말씀은 감사할 뿐이고요. 저는 털털하기보다는 좀 허술한 것 같아요.

별자리가 사자자리죠? 사자자리의 본질은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있는데.(웃음) 하하, 저 지금 깜짝 놀랐어요. 저는 뭘 해도 좀 허술하거든요. 뭔가 되게 열심히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 바보 아냐? 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헛똑똑이라는 말이 있죠? 혼자 똑똑하고, 혼자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마지막 순간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는. 근데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뭔가 허술함을 어필하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싫어요. 어떤 여자냐는 질문에 답하다 보니 나오는 얘기인데, 이지아가 이제 신비주의를 버리고 허술한 여자로 보이고 싶어 하는구나, 이러죠. 그러면 그게 참, 안타깝죠 뭐.

오늘 찍은 이 사진을 보면서도 뭔가 안타까운 얘기가 오갈까요? 글쎄요.

이지아가 속옷 한 장만 입고 사진을 찍겠다고 할 줄은 예전엔 미처 모르지 않았겠어요? 그냥 자연스럽잖아요. 제가 일부러 야한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집에서 있을 때처럼 편하게 찍고 싶었어요.

집에서는 속옷만 입고 있어요? 저요? 어, 네.(웃음)

혼자 살죠? 브라운과 연애하며 혼자 살아요.

누구요? 브라운요. 곰 캐릭터 있잖아요.(휴대전화 케이스를 보여주며) 이거 모르세요?

아, 그 브라운. 브라운이 나오는 이모티콘을 보고 있으면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 아프면 와서 간호해주고, 꽃다발도 주고요.

그다지 멋있는 얘기는 아니군요.(웃음) 한번은 되게 심각하게 생각해봤어요. < Her >라는 영화가 있잖아요. 남자가 컴퓨터랑 사랑하잖아요. 그런 감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어요. 나는 브라운이 있으니까 남자친구가 필요 없나?(웃음) 누군가 브라운 이모티콘을 보내주면 너무 좋아요. 어떡하죠? 나 약간 변태같이 보이려나? 이게 문제긴 한데, 그냥 너무 좋아요.

문제일 것까지야. 이런 걸로도 충족이 되니 문제가 아닐까요?

문제라고 인식해요?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만, 괜찮다고 생각해요.(웃음)

문제지만 문제될 건 없다? 맞아요. 근데 사람들이 좀 걱정을 하긴 하죠.

뜬금없는 질문을 하나 할 거예요. 지금 당장 생각나는 동물 세 가지 얘기해볼래요? 생각나는 동물이요? 강아지, 코끼리, 사자. 무슨 해석이 나오나요?

첫 번째로 말하는 동물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이라고 해요. 나는 나를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강아지의 여러 특성이 있을 수 있죠. 귀여움, 철없음, 미성숙….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코끼리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두 번째 동물은 타인이 생각하는 나예요. 코끼리는 일단 크죠. 부담스럽기도 하고. 잘 모르는 동물이고. 일상에서는 볼 수 없는 동물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죠. 위협적이지는 않은 것 같은데, 모르는 일이죠. 그런데, 내가 되고 싶은 건 사자예요. 세 번째 동물은 자신이 꿈꾸는 자신이죠. 이지아 씨는 현재, 나는 강아진데, 사람들은 나를 코끼리로 본다. 근데 나는 사자가 되고 싶다, 상태입니다. 두 번째 코끼리가 되게 와 닿네요.(웃음) 아, 웃겨. 강아지와 코끼리, 진짜 갭이 크다.

꿈은 사자인가요? 배우 이지아의 꿈은 뭔가요? 사람들이 흔히 “올해의 목표는 어떻게 되세요?” 물으면 글쎄, 목표? 목표라고 하면 그게 달성되느냐에 따라 많은 게 결정되잖아요. 실망할 수도 있고요. 너무 싫죠. 하지만 꿈은 달라요. 매일매일 작지만 꿈을 꾸는 거예요.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걸 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이런 꿈이 딱히 무슨 기능적인 도움은 안 될 거예요. 하지만 꿈이 있어야 나를 이끌고 갈 수 있죠. 그러니까 꿈은 그냥 마음속에 막연히 늘 갖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뭔가 믿음을 가지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나를 진짜로 받아들여주는 것.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올 수도?(웃음)

믿음은 지금도 충분히 있으니까요. 저 여자 좀 이상하다, 어떤 틀에 맞지 않는다, 긴장을 준다, 개인적이다, 품위가 있다, 좋은 배우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나열하다 보면 그냥 치명적으로 예쁘기만 한 것도 배우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쁜 모습 보여주는 이지아는 어떤가요? 그런 모습 거의 못 봤어요. 예쁜 모습 보고 싶고, 보여드리고 싶죠. 근데, 음, 나는 내가 예쁜 것에 큰 열망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약간 포기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는.

변화를 두려워하나요? 어쨌든 캐릭터를 맡으면 분명히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때도 솔직히 그런 스타일로 입는 거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지아는 아닌데 오은수는 그렇게 한 거잖아요. 단순한 얘기예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연기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겠죠. 근데, 시간이 참 빨라요.

시간이 신경 쓰여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요즘 그런 생각해요? 요즘만 이런 건 아니고, 우리가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거지? 우리가 뭐지? 이게 다 어딘가로 가기 위한 과정인가? 왜 태어나고 왜 죽는 거지? 이런 의문을 계속 갖고 있어요. 과연 외계인들의 텔레파시는 한 치의 오해도 없이 똑같은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걸까?(웃음)

이지아, 끝내 인터뷰에서 외계로 가나요? (웃음) 외계인은 당연히 있어요. 이 우주에 우리만 있을까? 생명체가 우리뿐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하루하루 감정 상하고, 희생하고, 기뻐도 하고, 막 그러다가도 한 발짝 이렇게 멀리서 보면, 또 거시물리학 이런 책 읽으면 갑자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죠. 좀 자주 그러는 편이고요.

집에 있으면, 주로 누워 있겠네요. 아니요, 저 되게 바쁜 편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바빠서 죽을 것 같아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저는 되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우울할 시간도 없어요. 우울하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저는 뭐라도 해요. < Her >라는 영화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나, 내가 브라운한테 받는 위로나 비슷해요. 컴퓨터랑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데 나는 정말로 공감했어요. 다른 누구보다 내가 더 공감한 것 같은데, 아무튼 그랬다는 거죠.

(웃음) 음, 그렇군요. 알겠어요. 슬픈 얘기죠 뭐 어쨌든.

안 슬퍼요. 그렇죠. 슬프지 않죠. 남들에게나 슬퍼 보이겠죠. 맞아요. 내가 < Her >에서 그 사람을 봤을 때는 슬펐거든요. 근데 그는 안 그랬을 거예요. 나도 내가 안 슬프거든요? 내겐 다만 지금 틈이 없다고 느껴요. 브라운으로 충분해요. 많이 행복하지만, 남들이 보면 안됐다고 생각하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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