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통구이 통닭부터 바삭한 치킨까지 치맥 맛집 7

2017.05.26손기은

누구나 마음 속에 치킨집 하나씩은 품고 살잖아요. 

참나무 닭나라 성북동 5년 전, 성북동의 주민이 된 후 ‘참나무 장작’ 불길에 통닭이 익어가는 광경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낡은 간판을 보니 신뢰가 치솟아 홀리듯 바로 포장 주문했다. 메뉴는 장작구이 하나. 뱃속에 든 찹쌀, 은행, 마늘, 인삼, 대추의 익힌 정도, 씹는 맛, 간이 완벽하다. 1인 1닭을 해도 보양식 먹는 기분이라 죄책감이 없다. 한결같은 풍미와 품질은 아마도 늘상 화덕을 지키고 계시는 주인장 덕분일 터. 동네 주민으로서 증언하자면, 그는 영하의 날씨건 한증막 무더위 속이건 화덕 앞에 구부정히 앉아 참나무 장작을 넣고 빼고, 닭의 상태를 지켜본다. 나도연(CJ E&M 미디어 커머스 팀)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 46 문의. 02-766-9192)

바렌티나 초동 충무로로 인쇄 업무를 보러 다니다, 인쇄 골목의 잉크 냄새를 뚫고 나오는 고소하고 강력한 치킨 향기에 끌려 들어간 곳이다. 들어서기 전부터 맛있을 것 같다는 촉이 왔다. 이 집의 프라이드치킨은 껍질이 얇고 바삭해 느끼함이 덜하고 속살까지 간이 잘 배어 있다. 이 집은 양념 치킨도 확실히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듯 유별난데, 단맛이 지나치지 않고 심심할 정도로 담백하다. 잘게 다녀 양념에 넣은 당근의 단맛이 은은히 스치는 것이 포인트다. 게다가 치킨 무는 찌르는 듯한 신맛이 없어 아무리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박장열(디자이너) (주소. 서울 중구 충무로 43-1 문의. 02-2265-1708)

김종용 누룽지통닭 한남동 1년 전, 매장 앞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장작 직화 통닭을 본 순간 맛집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체감했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 많을 때는 두 번씩 출근 도장을 찍는다. 뜨겁게 달군 철판에 찹쌀 누룽지를 올리고 반으로 가른 직화구이 닭을 올린 모양새로 나오는데, 껍질은 베이징 덕처럼 바삭하고 살은 부드러운 데다 찹쌀 누룽지는 닭 기름이 배어 짭쪼름해 맛의 삼위일체를 이룬다. 조금 느끼하다 싶으면 기본 반찬으로 나오지만 존재감은 끝내주는 열무김치를 집어 먹는다. 목마르니 맥주를 쭉 들이키다 반쯤 남으면 소맥으로 말아 먹고 남은 소주는 그냥 훌훌 털어 마신다. 둘이서 소주 세 병은 기본으로 마실 수 있는 푸짐한 양이다. 백문영(<럭셔리> 리빙 에디터)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4길 12 문의.02-794-9212)

한방통닭구이 한남동 한남동에서 회사를 다니던 10년 전, 업무가 거지 같거나 상사 때문에 마음이 힘들 때마다 찾던 곳이다. 참숯에 기름이 쫙 빠지도록 구워서 닭 크기가 좀 작아 보이지만, 찹쌀, 감초, 대추, 마늘로 꽉 차 먹다 보면 꽤 실하다. 특히 5월부터 7월, 9월부터 10월 사이 야외에서 통닭을 뜯어 먹어야 이 집만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8월은 정말이지 너무 덥다.) 참, 이곳에선 당연히 1인 1닭이 기본이다. 하루 엄청난 양이 팔리는 생맥주도 늘 신선하니 함께 벌컥벌컥 마신다. 세상에, 바빠서 아직 이 집 개시를 못했다니…. 이지민(<PR5번가> 대표) (주소.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34길 38 문의. 02-797-8677)

오리지널팬케이크하우스 이태원동 미국 음식에 조예가 깊은 지인 손에 이끌려 최근에 처음 맛보게 됐다. 이태원점과 신사점이 있는데 ‘미국 다이너’의 분위기를 물씬 느끼려면 무조건 이태원동으로 가야 한다. 여기선 점심 메뉴인 치킨 텐더 & 와플을 꼭 주문한다. 여기에 감자 팬케이크(사워크림을 얹은)를 곁들인 살라미 해쉬(오버이지 두 개를 얹은) 추가해야 진정한 어른의 식사가 완성된다. 치킨 텐더와 와플은 소름끼치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부드럽지만 절대로 바삭함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 치킨 텐더는 꼭 할라피뇨 메이플 소스를 찍어 먹어야 한다. 오태경(번역가)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53 문의. 02-795-7481)

계열사 부암동 5년 전 부암동으로 이사한 뒤 이 동네 사람들의 ‘자부심’이 이 치킨집이라 해서 한번 가봤다가 빠져들었다. 여기선 꼭 프라이드치킨을 시킨다. 단순하고 소박한 튀김옷을 입었는데, 한 입 먹어보면 적당히 짭짤하고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바삭하다. 함께 나오는 두툼한 감자 튀김은 기름진 맛을 잡아주고 배를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요즘 유행하는 에일 맥주나 별난 크래프트 맥주를 곁들이기보다는 평범한 국산 라거 맥주와 제일 잘 어울린다. 참, 몇 년 전만 해도 ‘치어스’라고 불리던 그 치킨집이다. 장수연(<바앤다이닝> 에디터)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길 7 문의. 02-391-3566)

계림원 창신동 프랜차이즈 누룽지 통닭 구이 집인데, 정말 이곳만큼 내 영혼을 달래주는 치킨집은 또 없다. 우리 호텔에서 열리는 ‘럭셔리’한 이벤트가 끝난 뒤, 행사에 초청한 친구들을 데리고 자주 간다. 디올, 버버리 행사 뒤엔 그 앞 청담순댓국집을 찾는 그 마음과 비슷할까? 주문할 땐 꼭 누룽지 통닭 한 마리와 치즈콘닭 혹은 모둠불닭 한 마리를 세트로 시킨다. 여름이라 다이어트를 하긴 해야 하는데, 치맥의 유혹을 떨칠 수 없을 때는 괜히 ‘건강한 통닭’이라는 기분을 장착하고 먹고 있다. 호텔 직원들끼리 마음이 통했는지 우리 호텔 컨시어지에서도 외국 숙박 손님들이 ‘한국 치맥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이 집을 추천한다고 들었다. 임유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홍보팀) (주소. 서울 종로구 종로46길 22 문의. 02-744-9229)

월드호프 상계동 이 동네에 살던 친구의 연애 상담을 해주느라 줄기차게 들렀다가 치킨 맛에 빠져버렸다. 그 친구의 연애는 결국 어그러졌지만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사는 내가 정작 이 치킨집의 단골이 되고 말았다는 웃기고 슬픈 이야기…. 보통 콘치즈나 떡볶이를 올릴 때 쓰는 호프집 전용 허름한 무쇠 판에 땅콩가루를 뒤집어쓰고 등장하는 ‘통닭 압력 구이’의 첫인상은 솔직히 별로였다. 하지만 발라낸 순살 위로 올려진 흰 가루와 데리야키풍의 붉은 양념을 포크 두 개로 우르르 섞은 뒤 집어 먹자마자 이 집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한번 구운 닭에 다시 한 번 압력을 가해 익히는 방식이라 아주 보드랍다. 역시 사랑은 가도 맛은 남는 법이다. 윤미진(플로리스트) (주소. 서울 노원구 상계로3길 16 문의. 02-951-7892)

삼성통닭 안암동 대학생이 되면서 안암동에 정착했는데, 하숙집 바로 앞에 있던 치킨집이 하필 그 유명한 삼성통닭이다. 당시 몇 푼 안 되는 한 달 용돈으로 살아가던 고학생에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통닭 한 마리는 큰 마음을 먹어야 사 먹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맛보는 ‘서울 치킨’이, 이 집 닭이라면 후회가 없을 것 같아 지출을 결심한 기억이 난다. 모든 첫 번째가 애틋한 것처럼 ‘내 돈 주고 사 먹은 첫 치킨’이라는 점에서 아직도 삼성통닭을 떠올리면 ‘치킨 소울’이 충만해진다. 이 집에선 늘 통닭을 먹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늘 순살 닭강정만 시킨다. 닭 뼈가 입에 들어오는 식감을 너무 싫어하지만 ‘치킨은 역시 뜯는 맛이지’라는 주류 세력에 밀려 눈치만 보다가 용감하게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부터인 것 같다. 유지웅(‘더페이스샵’ 마케팅팀) (주소. 서울 성북구 인촌로24길 60 문의. 050-7982-5499)

후렌드 치킨 이태원동 녹사평역 앞에 살았던 2012년부터 2년간, 기쁘거나 슬프거나 친구가 찾아오거나 홀로 출출할 때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내 마음의 양식. 아직도 늦은 밤 경리단길을 배회할 때면 습관처럼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어 항상 반반을 시킨다. 아사삭하고 부서지는 껍질을 즐기며 프라이드치킨을 먹다가 매운 맛보다는 달콤함에 방점이 찍힌 양념을 듬뿍 머금은 양념 치킨을 뜯는다. 다리 네 조각, 날개 네 조각 같은 부위별 메뉴도 있다. 진정한 치킨 애호가들이 그들의 구체적인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다. 이크종(일러스트레이터)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길 10 문의. 02-796-4642)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