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꾸민 캠핑카로 유럽까지 간 사연 | 지큐 코리아 (GQ Korea)

직접 꾸민 캠핑카로 유럽까지 간 사연

2019-03-25T16:47:00+00:00 |interview|

‘해볼까?’로 시작해서 만든 루시의 자작 캠핑카가 지금 유라시아를 넘어 유럽에 당도했다.

전에도 캠핑카를 제작한 적이 있나요? 설계, 재료 선정, 시공 모두 처음 해본 과정이었어요.

어쩌다가 캠핑카를 직접 만들기로 했나요? 캠핑을 한 지 오래됐어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캠핑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점점 생기더라고요. 길어야 한 달 떠나는 짧은 캠핑 여행 말고 오랜 기간 유랑하고 싶었어요. 백팩킹이나 요트 여행 등 여러 방법을 고민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캠핑카의 세계를 알았죠. ‘이거다!’ 싶더라고요.

요즘엔 캠핑카를 판매하는 업체가 많아요.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요. 2017년 중반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캠핑카를 구매하고 유지하기엔 택도 없더라고요. 나한테 딱 맞는 캠핑카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3D 도면 제작 프로그램을 사용해 설계도를 제작하고, 재료를 구해 캠핑카를 만들기 시작했죠.

캠핑카를 직접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또 비용은 얼마가 들었어요? 준비하고 작업하는 시간을 모두 합쳐 6개월이 걸렸어요. 직장 생활하면서 제작하느라 공휴일에만 작업했죠. 비용은 중고차 구매 비용을 제외하고 2백만원 정도 들더라고요.

다양한 자동차 중에서 봉고를 선택한 이유는요? 캠핑카로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기준은 11인승 이상 승합차예요. 일반 주차장에도 들어갈 수 있고, 지하 주차장에도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범위를 좁혀나갔죠. 카니발은 차체 내부의 높이가 낮아서 제외했어요. 처음에 고려했던 건 스타렉스예요. 매물을 찾아 중고차 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생각지 못한 ‘봉고 3 코치’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가격도 스타렉스보다 저렴했고요.

주거 시설처럼 보일 정도로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던데요. 아무리 승합차라고 해도 내부 공간이 아주 넓은 건 아니라서 최대한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었어요. 침대는 의자로 변신하고, 테이블도 크기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죠. 조리대는 상단을 분리하면 테이블로 변해 차 밖에서 캠핑할 때 사용해요. 세면대와 수납장, 휴대용 변기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돼요.

겨울엔 내부 온도가 가장 문제일 것 같아요. 계절과 관계없이 지역에 따라 일교차가 심하게 날 수도 있고요. 야간에 캠핑하는 동안 차내 온도를 어떻게 유지하나요? 바닥에 단열재를 많이 깔아놨어요. 내부 온도를 올리고 나면 열이 잘 빠지지 않죠.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히터를 싣고 다니는데, 취침 전 실내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해요. 안전을 위해 온도가 오르고 나면 반드시 전원을 끄고 환기를 시켜야 해요. 그런데 의외로 가스 히터를 사용한 적은 두 번밖에 없어요. 봉고 3 코치는 엔진이 다른 차와 달리 차체 앞이 아니라 운전석 아래에 있어요. 차체 밑에서 엔진이 만들어 내는 열로 바닥을 뜨끈하게 데워놔요. 장거리 운행을 하고 나면 밤새 따뜻하게 잘 수 있을 정도로요. 생각지도 못한 봉고만의 자랑거리라고 할까요.

오지에 가면 물을 얻기 쉽지 않을 거예요. 캠핑카 내부에 급수 시설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세면대 아래쪽에 15리터 용량의 물탱크가 있어요. USB로 충전할 수 있는 펌프로 물을 끌어올릴 수 있죠. 2주일에 한 번 충전하면 너끈해요. 그 옆에는 오수를 담는 물탱크가 세면대와 연결돼 있어요. 식수는 냉온수기용 대형 생수통에 담아 역시나 USB 급수 펌프를 통해 정수기처럼 마실 수 있죠.

전자 제품을 사용하려면 전압이 높은 콘센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배선 작업을 따로 하진 않았어요. 요즘은 자동차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USB 포트로도 충전할 수 있는 전자 제품이 많아서 별도의 전력 공급원이 필요하진 않겠더라고요. 게다가 배선 작업을 하면 캠핑카 개조와 별도로 전기 도면을 따로 제출해서 허가를 받아야 해요. 안그래도 복잡한 행정 절차를, 하나 더 밟기가 싫더라고요.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어요? 조금 관대해졌다고는 해도 캠핑카 개조 규정을 충족시키기가 여전히 까다로워요. 싱크대와 침대 사이즈도 정해져 있어요. 조리대, 폐수 수거 장치, 조명, 환기 장치 등도 설치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고요. 법령으로 인해 오랫동안 준비했던 설계, 자재 사이즈가 많이 바뀌었어요. 제작일수까지 지켜야 해요. 개조 허가를 받은 지 45일 이내에 완성해 검사를 받아야 하죠. 아직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캠핑카가 사용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만든 법이라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달 반 만에 캠핑카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중고 팔레트를 해체해 재료로 사용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캠핑카의 모든 프레임을 목재로 만들었어요. 차체 측면 마감재는 중고 팔레트를 구입해 사용했고요. 집 안 인테리어에 중고 팔레트를 사용한 걸 보고 캠핑카에도 꼭 접목해보고 싶었어요. 재활용 자재를 사용한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 것 같았고. 일부 중고 팔레트는 약품 처리가 돼 있기 때문에 구매하기 전에 재사용이 가능한 목재 팔레트의 구분법을 알아봤어요. 중고 팔레트를 사용할 수 없는 바닥 목재는 목재소를 찾아 나무를 직접 보고 구매했죠.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되어 가요. 지금까지 거친 곳이 어디인가요? 블라디보스톡에서 몽골을 거쳐 모스크바에 도착했어요. 이후 북유럽으로 넘어갔다가 서유럽과 동유럽을 돌았죠. 지금은 그리스에 있어요. 지형적으로 몽골을 지날 때가 가장 어려웠는데,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네요.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요? 칠레에서 시작하는 아메리카 대륙 종단이에요. 최종 목적지는 알래스카고요.

지금 하고 있는 유라시아 횡단보다 더 험난할 것 같아요. 더 좋은 캠핑카가 필요할 것 같은데, 한 대 더 만들 계획이 있나요? 지금 캠핑카는 높이가 낮은 봉고로 만들어서 내부에서 일어설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워요. 다음 번엔 벤츠 스프린터나 포트 트랜짓, 현대 쏠라티처럼 차고가 높은 모델로 만들고 싶어요. 원형톱이며 직쏘며 처음 잡아보는 공구로 목재를 자르던 때가 기억나요. 서툴다 보니까 실수도 잦아서 허비한 재료도 많았죠. 벅차다고 느낀 적도 많아요. 그런데 세계를 돌아다녀 보니 무작정 만들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려울 거야…’라며 주저했다면 내가 만든 캠핑카를 타고 마음속에 간직했던 경관 속으로 뛰어들 수 있었을까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아요. 한대 더 만들어서 허황된 꿈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