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이즈원의 넥스트 스텝이 기대되는 이유

2021.03.12GQ

아이즈원은 2018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이 없다.

“아이즈원, 12명의 소녀들이 피워낼 열정의 장미.” 아이즈원의 첫 번째 데뷔 앨범 ‘COLOR*IZ’ 소개글의 첫 대목이다. 2018년 10월 29일에 발매된 이 앨범에서 아이즈원 멤버들은 ‘라비앙로즈 (La Vie en Rose)’라는 곡의 퍼포먼스를 통해 방금 막 피어나기 시작한 장미의 모습을 표현하며 데뷔부터 짜임새를 갖춘 신인 걸그룹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라비앙로즈’의 첫 줄 가사인 “빨갛게 물들여 지금 이 시간”이라는 다짐으로 시작된 이들의 활동은 “내가 그 누구보다도 빛나게 빨갛게 물들일게”라던 말이 무색하지 않게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나 앨범 판매량에서나 좋은 결과를 얻으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COLOR*IZ’, ‘HEART*IZ’, ‘BLOOM*IZ’ 그리고 ‘Oneiric Diary (幻想日記)’와 ‘One-reeler / Act IV’에 이르기까지, 아이즈원은 단 한 번도 흐트러진 퍼포먼스를 보여준 적이 없다. ‘라비앙로즈’에서 꽃이 피어나고, ‘비올레타’에서는 꽃의 향기가 온 사방으로 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피에스타’에서는 다양한, 즉 열두 명의 캐릭터가 모여 각자의 향기를 뿜어내며 활기차고 아름다운 축제가 열린 모습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이채연과 안유진처럼 팀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 멤버부터 나코처럼 사랑스럽지만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는 강한 캐릭터를 보여준 멤버, 권은비와 사쿠라, 장원영처럼 팀의 중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냄으로써 대중이 아이즈원이라는 팀의 구성을 확고하게 알게 해준 멤버도 있다. 이처럼 열두 명의 멤버 모두가 제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들은 몰아치듯 이어진 활동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단편영화를 뜻하는 ‘One-reeler’에 걸맞게 12명의 아름다운 청춘과 성장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총 세 가지의 신(Scene)으로 표현한 앨범”까지 완성해낼 수 있었다. 소속사에서 작성한 앨범의 소개글이 홍보성 글이라는 점을 잊게 만들 정도로, 이들은 지난 시간 동안 완벽하게 아이즈원이라는 팀이자 그 구성원으로 존재했다. ‘Panorama’가 아이즈원의 과거부터 현재를 담고 있는 곡으로 들릴 수 있었던 이유다.

올해 4월이 지나면 아이즈원의 공식 활동은 끝이 난다. 그리고 이 멤버들은 이전에 Mnet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데뷔했던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회사로 돌아가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이중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 멤버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장원영, 안유진처럼 새로운 걸그룹으로 나올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멤버들도 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김채원이나 권은비처럼 기존에 회사에 존재하는 신인급 걸그룹인 로켓펀치에 합류할 것인지 아예 다른 모습으로 나올 것인지 궁금증을 일으키는 멤버들이나, 김민주나 강혜원처럼 연기자 활동을 하지 않을까 예상되는 멤버들도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이 열두 명은 아이오아이, 워너원, 심지어 잠깐 활동한 뒤 금세 해체한 X1의 멤버들이 보여준 몇 개의 사례 중에 자신의 길을 택해 가게 될 것이다.

사실상 앞선 사례들에서 팀 활동을 할 때만큼 대중에게서나 팬들에게서나 좋은 반응을 얻은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따라서 아이즈원 멤버들도 이 길목 앞에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을 것이고, 그들의 소속사 또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들을 통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미 2021년 4월 이후의 시간을 고민하고, 자신의 모습을 다듬어가고 있었을 아이즈원 멤버들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리란 기대가 생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동안 이들이 해온 모든 활동이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매번 끝을 맺었을 리 없다. 그러나 이런 결과물은 곧 과거의 것이 된다. 아이즈원이 아닌 각자의 이름으로 마음에 품고 있을 꽃송이가 다시 피어날 순간이 온다는 뜻이다. 또 얼마나 향긋하고 멋진 무대가 펼쳐질까. 마침내 소녀들은 진화했다. 아니, 열두 명의 여성들은 진화했다.

    에디터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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