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orial

태민 "내적 댄스란 게 결국은 자신이 느끼는 춤이죠"

2021.05.24GQ

커다란 쉼표 앞에서, 태민의 느슨한 무브.

옐로 후드, 셀린느 옴므 by 에디 슬리먼. 귀고리, 레이지던.

코트, 팬츠, 워커, 이어커프, 모두 알렉산더 맥퀸. 팔찌, 일레란느 at 레이지던. 반지, 마마카사르 at 헤이.

화이트 셔츠, 블랙 타이, 모두 발렌티노.

보라색 셋업, 폴스미스. 이너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화이트 구두, 손신발. 팔찌, 일레란느 at 레이지던. 반지, 마카사르 at 헤이. 귀고리, 앵브록스. 목걸이, 이오유스튜디오 × 아몬즈.

GQ 입대가 한 달도 안 남았네요. 요새 많이 바쁘죠?

TM 여러 활동이 계속 오버랩되는 중이라 정신이 없긴 하네요. 그래도 잠은 좀 잤어요.

GQ 얼마 전 온라인 단독 콘서트 <Beyond LIVE – TAEMIN : Never Gonna Dance Again>을 진행했어요. 소감이 어때요?

TM 좋았어요. 제가 원하는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거든요. 완성도, 만족도와는 다른 문제예요. ‘Beyond Live’의 기존 틀에 맞추다 보니 원하는 만큼의 생동감은 다 전할 수 없었지만 제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어필했고, 구현했어요.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

GQ 작년 봄 계획했던 콘서트가 무산됐죠. 당시는 어떤 것들을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TM 스케일 큰 무대에서 새로운 연출을 많이 시도하려고 다양한 생각을 했어요. 가령 무대가 360도로 움직이거나 기울어지고, 각지고 쪼개지는(손바닥으로 춤을 추듯 설명한다) 느낌. 이번에도 기울어진 무대를 선보이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역동적인 걸 계획했어요. 아무래도 온라인 콘서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GQ 이번 콘서트에서 완급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이야길 했어요. 계기가 있어요?

TM 보는 이가 멋있다고 느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부터요. 팬들이 본 공연보다 리허설 영상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이러니죠. 리허설에서 오는 매력은 뭘까? 실제 공연에서 오는 메리트는 뭐지? 그 둘의 장점이 합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작정 열심히, 격정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는 완급 조절로 대비를 주고, 그 안에서 흐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GQ 그래서일까요? 확실히 이전보다 좀 더 몰입하게 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TM 정말요? (공손히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GQ 그래서 멋이라는 게 무엇인지, 답은 찾았어요?

TM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는가에 답이 있다고 봐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나 슬퍼요”란 말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다르게 느끼잖아요. 저는 말 대신 노래를 하고 춤을 추는 사람이에요. 메시지를 저의 수단으로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멋이 아닐까요? 제가 전달하는 어떤 표현이 누군가에게 잘 가 닿았으면 좋겠다, 보는 이로 하여금 좋은 영향과 영감을 받게 하고 싶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아티스트예요.

GQ 태민의 멋은 스스로의 멋이 무언지 알고 있다는 점, 거기서부터 비롯된다고 느꼈어요.

TM 저만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은 해요. 인생의 반 이상을 SM과 함께하면서 회사에서 제시해준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그걸 토대로 나름대로 저의 바운더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솔로 활동의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생각하며 노력하고, 발전하고, 시도해왔어요. 바가지 머리를 하고 ‘누난 너무 예뻐’ 활동하던 열여섯 소년이 지금은 장발을 하고 여기 앉아 있어요. 퇴보보다는 성장을 했다면, 그 일련의 과정들이 멋이 아닐까 생각해요.

GQ 지난해 발표한 <Never Gonna Dance Again : Act 1>을 준비할 때, 안무가가 태민의 내면에서 깊은 반항심을 건져 올렸다고요.

TM 더 이상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느낀 시점이 있었어요.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고갈된 느낌이었죠. 내가 했을 때 신선한 건 뭘까? 춤추지 말고 노래만 한다면 차라리 파격이겠지? 친한 연출가 형에게 그런 고민들을 진지하게 털어놨어요. 그래서 지난해 발매한 <Prologue>, <Act 1>, <Act 2>에 제 솔직한 내면, 저의 모습이 많이 담길 수 있었어요.

GQ 솔직한 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싶은 욕구, 완벽한 무대를 하고 싶은 욕구 중 어떤 쪽이 더 동력으로 작용해요?

TM 그 둘의 기로에 있는 것 같아요. 춤은 추고 싶은데 춤추고 싶지 않은 마음이 모순이잖아요. 그런 모순적인 마음을 격정적으로 몸으로 표현하고 싶은 느낌이랄까요. 투덜거림, 투정을 퍼포먼스에 담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Never Gonna Dance Again”이란 말 뜻 그대로 춤추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런 제 감정을 알아 달라는 투정이었어요.

GQ 몸을 통해서 솔직한 생각을 배설한 셈이네요. 언젠가 가사를 몸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도 있죠?

TM 동작 하나하나에 최대한 의미를 부여하려 해요. 가만히 서 있어도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 텐션, 눈빛, 손가락, 디테일, 미세한 떨림까지 달라지죠. 그게 보는 사람에게도 느껴져요. 안무를 할 때도 단순히 동작을 취하는 게 아니라 신경 하나하나를 제가 느낀다고 생각해요. 내적 댄스란 게 결국은 자신이 느끼는 춤이죠. 그런데 제가 느끼면 결국은 보는 사람도 느끼더라고요. 아무리 작은 움직임도 사람들은 집중해서 보거든요. 반대로 말하면 아무리 큰 동작을 열심히 해도 반드시 시선을 끌 수는 없다는 거예요.

셔츠, 타이, 팬츠, 모두 발렌티노. 모자, 클럽 액티비티. 반지, 마마카사르 at 헤이. 귀고리, 헤이. 구두, 알렉산더 맥퀸.

데님 재킷, 팬츠, 모두 돌체&가바나. 이너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신발, 컨버스. 귀고리, 앵브록스. 팔찌, 일레란느 at 레이지던.

목걸이, 일레란느. 귀고리, 앵브록스. 반지, 마마카사르 at 헤이.

GQ 얼마 전 한 행사에서 태민의 갓곡으로 투표를 한 적이 있었죠. 무브 VS. 이데아. 태민은 이데아라고 확신했는데, 팬들의 결과와는 보기 좋게 어긋났더군요.

TM 팬들이 무브를 뽑을 걸 알고 일부러 이데아라고 한 거예요. 짓궂게 한번 꼬아본 거죠.(웃음)

GQ 이번에 발표하는 앨범의 타이틀곡 ‘어드바이스’는 어떤 곡인가요?

TM 첫 소절로 모든 게 설명돼요. “누가 뭐라든 마이웨이”. 사람들마다 각자의 주관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자기 주관을 타인에게 투영해서 이게 맞다고 조언해요. 저는 물론 그런 생각도 존중하지만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GQ 작사를 한 건 아니지만 결국은 태민의 이야기다?

TM 작사가에게 제 생각을 전했으니 그런 셈이죠. 네 노래 이상해, 과해, 만날 똑같은 것만 해. 남들의 조언을 좇다 보면 결국 남들과 똑같아져요. 결국 사람의 개성이 퇴색되고 말죠. 적당한 선택을 하다 보면 살아남는 1퍼센트는 될 수 없다고 느꼈어요. ‘어드바이스’는 함부로 조언하는 사람들을 향한 일침 같은 거예요.

GQ 태민이 지향하는 아티스틱한 지점과 대중 가수로서의 아이덴티티의 간극이 있나요?

TM 있죠. 간극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조금 눌러서 적당히 보여줘야 할지,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할지. 그런데 결국 대중성이란 건 나중에 따라오는 거더라고요. 아무리 마니악한 가수라도 진정성 있게 자신을 오롯이 전달한다면, 그것을 대중이 납득하고 받아들이면 그게 결국 대중성이 되는 거니까요. 저도 저만의 길을 계속 가다 보면, 계속 두드리다 보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했어요. 공감이란 건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10년 뒤에 지금을 돌아보면 이것마저도 태민만의 길이 되지 않을까요?

GQ 예전 지큐와의 인터뷰에서 한 살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생각 아직 유효해요?

TM 장난 반 진담 반이었지만 사실은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요. 실수 없이 견고하게 처음부터 쌓고 싶어요. 결정적인 실수를 거둬내고,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다시 꼭 잡고요. 아, 그런데 모르겠어요. 너무 완벽해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아요.

GQ 그동안 편견 때문에 보지 못한 진실들이 있어요?

TM 제 욕심에 사로잡혀서 추측성 결론을 자주 내렸어요. 어린 마음에 사람들의 의도를 곡해한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좀 더 현명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돌아갈래요.(웃음)

GQ 최근에 메모장에 끄적거린 것들 기억나요?

TM 여기선 공개할 수 없는 것들이라.

GQ 순한 맛으로 하나 공개해줘요.

TM 주로 이런 거예요.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서 내가 외로운 걸 알아주길 바라는, 모순적인 얘기들. 사춘기가 다시 오나?

GQ 누구에게나 그런 모순이 있지 않나요?

TM 하하하하. 그런 거 맞죠?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도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요. 최근엔 비계 많은 제육볶음, 갈릭 피자, 닭갈비 적었어요. 요즘 1일 1식 하느라 메뉴 고르는 데 신중하거든요. 오늘은 뭘 먹지?

GQ 메모장 되게 재미있을 거 같아요.

TM 맞아요. 왔다 갔다 해서. 기분 좋을 땐 별로 안 써요. 주로 배고프거나 힘들 때죠. 하하하!

GQ 아티스트로서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기복마저도.

TM 감성이 섬세해서 그런지 기복이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오는 장점이 분명 있으니까, 단점도 감수해야 한다고 봐요.

GQ 이제 곧 촬영이에요. ‘라스트 퍼포먼스’란 화보 콘셉트에 대해 듣고 기분이 어땠어요?

TM 좋았어요! 갤러리라니, 특별한 공간이잖아요. 색다른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GQ 한 무용수가 인터뷰에서 그랬어요. 더 이상 출 것이 없을 때 진정한 춤이 나온다.

TM 정말 맞는 말이에요. 의식하지 않는 순간 비로소 열리는 것들이 있죠. 춤추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습관처럼 나오는 게 있는데 더 이상 출 것이 없는 순간에는 습관이 버려져요. 그때 새로운 게 나와요.

GQ 그럼 지금부터 차차 버리러 가볼까요?

TM 네, 좋습니다.

    피처 에디터
    전희란
    포토그래퍼
    목나정
    스타일리스트
    김욱
    헤어
    김정호 at Blow
    메이크업
    김주희
    어시스턴트
    허지은
    로케이션
    그라운드 시소 명동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