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tv

<지큐> 에디터가 팝업 시네마의 호스트가 된다면

2022.04.03전희란

당신을 초대합니다.

Host 이연주 <지큐> 패션 에디터
Venue 울릉도 코스모스 리조트
Title 기묘한
Time Table
2pm <미드소마>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에서 무서운 영화를 보고 싶었다. 코스모스 리조트를 둘러싸고 있는 생김새와 이름 모두 기이한 송곳산을 배경으로 팝업 시네마를 시작한다. 시작은 한낮에 봐야 더 오싹한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
6pm <홍등> 노을이 질 무렵 바다를 배경으로 <홍등>을 상영한다. 노을과 영화 속 홍등의 붉은빛이 사라지면 진정한 팝업 시네마의 밤이 시작된다.
9pm <블루 벨벳> 사방이 온통 캄캄하고 취기가 올라 엄마 아빠도 몰라보는 시간.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을 선택했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몽환적인 이미지, 영화 내내 흐르는 사운드트랙 ‘Blue Velvet’, ‘Blue Star’, ‘In Dreams’를 들으며 술이 깨길 기다린다.
12am <오디션> 남을 사람만 남은 극상의 단계에 이르렀다. 슬래셔 무비의 고전인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으로 팝업 시네마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Snacks 감태전, 전복회, 오징어순대 등 바다의 산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술은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칵테일 등 모든 주종을 총망라한다.
Guest 가상으로나마 과거에 함께 여행을 다녔던 친구들을 초대해 온종일 깔깔대고 싶다.

 

Host 전희란 <지큐> 피처 에디터
Venue 인천공항 제1터미널 16번 탑승구 근처
Title 이방인
Time Table
11pm <쓰리 빌보드> 공항이 고요해지는 밤 11시. 영화가 시작되기 좋은 때다. 미주리주의 텅 빈 국도 전광판의 풍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대상이 분명치 않은, 그러니까 목적지 없는 복수극이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분노는 공허한 하늘을 향해 내던져지는데, 어쩌면 저 넓은 활주로가 누군가의 한숨을 전시할 수 있는 큰 광고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한다.
1am <포스 마쥬어 : 화이트 베케이션> 규정하기 어려운 시각, 새벽 1시. 눈 폭풍과 함께한 가족의 삶에 균열이 일어나는 영화를 튼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한 개의 사실과 여러 개의 진실 속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이방인이 된다. 마치 지금 앉아 있는 기묘한 국경선처럼.
3am <드라이브 마이 카> 출발과 도착이 수없이 교차하고 반복되는 공항. 그리고 관계 사이에 오가는 언어의 출발과 상이한 도착 시점을 말하는 영화. 어떤 말은 직항편처럼 그 즉시, 어떤 말은 많은 곳을 경유해 내게로 온다. 이 영화는 말하자면 시차를 선물하는 공항과 닮았다.
Snacks <쓰리 빌보드>에는 터프한 아메리칸 버번, <포스 마주어>에는 쓸쓸한 아일라 위스키,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달콤한 척 복잡 미묘한 히비키.
Guest 마틴 맥도나, 루벤 외스트룬드, 하마구치 류스케. 외딴 장소가 영화관이 되는 쾌감을 나누고 싶다.

 

Host 신기호 <지큐> 피처 디렉터
Venue 북한산 백운대
Title 여기서부터 상영관까지 4킬로미터
Time Table
9:30am <프리 솔로> 북한산 백운대에서 보는 등반 영화라니. 설정이 뻔해 보이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는 배치다. 아침 9시 반에 북한산 정상에 올랐다면 당연히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겠지? 그들에게 산과 관련된 영화 말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는가. 혹시 모르지. 알렉스 호놀드가 정상에 오른 장면에서는 콘서트에서 볼 법한 환호가 터져 나올 수도.
2pm <와일드> 꿈의 트레일이라고 불리는 PCT 구간인 4천3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걷고 또 걷는 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인데, 두 무릎을 모으고 멍하니 보고 있으면 절로 생기는 예쁜 마음 하나. ‘나를 자주 도닥여줘야지.’
7pm <노매드랜드> 언젠가 이 영화를 보면서 석양 지는 곳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미장센이 석양을 닮았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은데 어쨌든. 스치듯 들리는 바람 소리, 인물들의 대화 소리도 매력적인 영화다. 백운대에서 감상한다면 진짜 바람과 석양을 만날테니까, 이게 리얼 4D 상영관이지!
Snacks 산 하면 막걸리, 막걸리 하면 파전인데 이 조합을 이길 만한 마땅한 주전부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또 모르지. 이 둘이 없으면 표 환불을 요구할 수도!
Guest 아내. 아내에게 저 위에 가면 재밌는 것이 있다고 유혹하기 좋은, 마땅한 이유가 생겼으니까.

 

Host 박나나 <지큐> 패션 디렉터
Venue 오드메종 지하 1층 오드시네마
Title LE CHAMBER
Time Table
4pm <말할 수 없는 비밀> 어떤 미장센보다 기억에 남는, 피아노 연주가 기가 막혔던 영화들을 순서대로 튼다. 낮부터 듣기엔 밤과 새벽이 너무 아까워 느지막한 오후부터 영화 상영을 시작한다. 모든 배틀은 방과 후에 시작한다. 그 배틀 중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건 이들의 피아노 배틀.
7pm <그린북> 이 영화의 치트키, KFC 후라이드 치킨을 먹기에 가장 완벽한 저녁 7시.
10pm <피아니스트를 쏴라> 프랑수아 트뤼포와 누벨바그의 뻔함은 피아노 연주로 덮인다. 가장 섬세한 밤 10시, 이토록 완벽한 앙상블을 맞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1am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가죽 점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큰 헤드셋을 낀 채 파리 뒷골목을 걷는 로망 뒤리스에 반할 시간이다. 새벽의 찬 공기가 내려앉을 때쯤 영화는 끝난다.
Snacks 슬프고 기쁘고 신나고 무서운 어떤 상황에서도 팝콘 냄새가 가득해야 진짜 영화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솔티드 팝콘은 의외로 모든 음료와 잘 어울린다. 4시에 코카콜라, 7시에 오비 라거 맥주(feat. KFC 치킨), 10시에 김렛, 1시에 뉘 생 조르쥬와 함께 낸다.
Guest 조성진. 실제 피아노 OST가 나오는 부분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싶다.

 

Host 신혜지 <지큐> 패션 에디터
Venue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야외 수영장 잔디밭
Title SPLASH!
Time Table
12pm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느지막이 일어나 잔디밭에 누워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햇살, 느리게 가는 시간, 수프얀 스티븐스의 ‘Mystery of Love’를 들으며 여유롭게 시작하는 하루라면 얼마나 좋을까.
2pm <리플리> 잔디밭에 몸을 데우다 해가 가장 쨍쨍한 오후 2시엔 <리플리>의 해변가를 상상하며 낮잠에 들거나 수영장에 풍덩 몸을 던져도 좋겠다. 이탈리아 곳곳을 누비는 호화로운 여름휴가, 영화 중간중간 들리는 재즈 소리는 물론이고 그 시절 주드 로 얼굴만 봐도 행복해지는 영화니까.
6pm <미드나잇 인 파리> 해 질 녘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며 낭만적인 파리의 저녁을 즐긴다. 인트로만 보고 있어도 파리의 노천 카페에 앉아
있는 착각이 드니까. 와인을 마시며 주인공과 함께 취해도 좋고, 영화가 끝나면 밤 수영을 즐기며 마무리하는 완벽한 코스.
Snacks 부라타 치즈와 방울토마토 절임, 보니스피자의 하와이안 피자 슬라이스 소금집 잠봉뵈르, 깔라마리, 스텔라 아르투와 생맥주, 브레드 앤 버터 피노 누아, 클라우드 베이 소비뇽 블랑.
Guest 사적으로 가장 자주 연락하는 사람 다섯 명을 초대해 행복한 시간을 선물하겠다.

 

Host 박지윤 <지큐> 콘텐츠 에디터
Venue 헤이리 북 스테이 <모티프원> 창가
Title ONCE UPON A TIME
Time Table
3pm <아주르와 아스마르> 사계절의 모든 순간이 아름다워 보이는 안온한 창가 앞에 큰 스크린을 설치하고, 숙소 입실 시각에 맞춰 영화를 시작한다. 곧 영화가 시작된다는 안내와 함께 오프닝 곡은 오하시 준코의 <텔레폰 넘버>가 좋을 것 같다.
7am <밤의 이야기> 미야자키 하야오도 좋지만, 미셸 오슬로의 애니메이션에선 3D 애니메이션으로 넘어오기 전 2D의 진정한 맛이 난다. 애니메이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섬네일을 찾아보면 당장 마음이 바뀔 거다.
10pm <파리의 딜릴리> 미셸 오슬로 애니메이션의 방점. <파리의 딜리리>를 볼 때쯤이면 눈이 즐거워지는 순간이 절정에 이른다. 이국적인 색채의 향연은 덤.
Snacks 티 세트와 허니버터 아몬드. 이 영화에 음식은 사치다. 다들 점심, 저녁 먹고 따뜻하게 티 한잔하며 느껴줬으면 좋겠다.
Guest 현재 내 동거인. 내 동거인은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데다 산만하기까지 하다. 영화를 보다가도 휴대 전화를 보기 일쑤.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점에 안일하게 휴대 전화를 본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참고 내 취향이 그득 담긴 애니메이션 편하게 감상 한번 해줬으면 한다.

 

Host 김은희 <지큐> 피처 에디터
Venue 제주 조천읍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삼나무
Title 삼나무 파티
Time Table
12pm NBC TV 시리즈 <한니발>(2013~2015) 시즌 1의 13화 중 1~4화 1화 아페리티프 – 2화 애피타이저 – 3화 수프 – 4화 달걀 요리. 이 코스의 다음 메뉴는 무엇일까. 요리의 비법은? 셰프의 정체가 궁금해 견딜 수 없어지기 직전까지 맛보기로 상영한다.
4pm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불멸의 아름다움은 빛이 우거지는 숲의 오후에.
6pm <맨 앤 치킨> 얼간이들의 행진을 보며 숨을 돌린다. 곧 다시 가빠오겠으나.
8pm <어나더 라운드> “헤밍웨이는 다음 날 글 쓰는 데 지장 없도록 오후 8시까지만 마셨고 그런 걸작을 남겼다”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는 헤밍웨이가 아니다. 반환점은 오후 8시부터.
Snacks 맥주 로얄 클래식, 칵테일 사제라크 (사제라크 만드는 법 – 먼저 페이쇼드 비터 7~8샷에 각설탕 4조각을 넣고 잘게 부순다. 다른 잔에 버번 위스키 50밀리에 압생트 10밀리를 섞고 잔을 돌려 압생트 향을 잔 안에 충분히 묻힌다. 동그란 얼음을 넣고 준비해둔 페이쇼드 비터를 붓는다. 잔 모서리에 오렌지 껍질을 문질러 향유를 더하면 완성), 그리고 칼스버그.
Guest 매즈 미켈슨. 이 모든 것은 그가 출연한 영화이자, 그가 작품에서 마신 술이자, 그가 광고하는 브랜드이므로. 매즈 미켈슨을 위하여!

 

Host 이진수 <지큐> 콘텐츠 에디터
Venue 안동 농암종택 마당
Title 아침까지, 마당
Time Table
9pm <사이드웨이> 소위 ‘와인충’, ‘라벨충’부터 취하려고 마시는 ‘가성비충’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취향의 사람들이 늘 사랑스럽고 좋다. 달라서 좋고, 즐거운 두 친구의 모습을 위트 있게 담은 영화.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두 남자의 모습은 미국판 홍상수 영화 같기도 하다.
11pm <앤젤스 셰어> 술을 오크통에 보관해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해마다 그 분량이 2~3퍼센트씩 자연 증발하는 것을 가리키는 ‘엔젤스 셰어’. 매 장면에 나오는 위스키는 볼 때마다 오감을 자극한다. 켄 로치 감독이란 축복.
1am <우리 선희> 이 영화를 처음 본 날, 대학교 불합격 통보를 받고 영화를 빌미로 극 중 이선균처럼 막걸리를 들이부었던 기억이 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구나’ 혹은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참 많구나’라는 걸 깨달으면서.
3am <돈 룩 업> 하나둘씩 숙소로 돌아가거나 앉아서 졸고 있는 시간. 별이 가득할 안동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돈 룩 업>의 지구 멸망 장면처럼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Snacks 농암종택에서 만드는 술 일엽편주 포함, 전국 각지의 특산품. 나는 나의 홈타운 전일갑오에서 허락을 받고 갓 구워낸 먹태를 공수해올 것이다.
Guest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친구들, 바 사장님, 엥겔 지수 높은 디자이너, 에디터, 뮤지션, 자영업자들.

    피처 에디터
    전희란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