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지효 "생각은 하되 마음은 편하게 가져야 잘 돼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트와이스 지효 "생각은 하되 마음은 편하게 가져야 잘 돼요"

2022-09-25T17:31:35+00:00 |GQ GOLF, interview|

“트와이스는 이제 7홀쯤 온 거 같아요. 절반도 안 왔어요.” 아이돌 ‘마의 7년’을 넘은 지효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레이 베스트 셋업, 뮌. 블랙 미들 플랫폼 힐, 구찌. 아이언은 지효의 것. 레이어드 진주 네크리스, 장갑,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골프 하면 처음 드는 생각은 뭐예요?
JH 얕게 알았을 때 가장 즐거웠다.
GQ 과거형이군요.
JH 지금도 딥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 초반에는 마냥 신이 났어요. 공이 조금만 잘 맞아서 ‘딱’ 소리가 나면 “뭐야 뭐야, 너무 재밌다” 했죠. 제대로 치기 시작하니까 좋지 않은 습관도 생기고, 공이 잘 맞지 않으면 화가 나더라고요. 성격이 더러워지는 것 같아요. 아하하하.
GQ 구력이 어느 정도예요?
JH 1년도 채 안 되었어요. 겨울, 봄, 여름을 겪었죠.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 포츠1961. 아이보리 클로슈 햇, 유니버셜케미스트리. 화이트 레이스 장갑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올 초 인터뷰에서 그랬죠. 오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은 것 같다고요.
JH 제일 좋은 건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거였어요. 부모님이 골프를 좋아해서 주로 부모님과 라운딩을 나가거든요. 함께해서 더 재밌고,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GQ 정말로 80대 진입 전까지는 스코어 공개하지 않을 작정이에요?
JH 골린이라서 라운딩 나가도 아직 스코어를 잘 안봐요. 솔직히 스코어를 따질 실력이 아니기도 하고.(웃음) 일단은 공이 예쁘게 잘 가게 하는 게 우선이죠. 부모님이랑 라운딩을 하다 보니 엄마를 쫓아가고 싶더라고요. ‘엄마만큼만 치자’가 목표가 되어서 80대가 되면 공개한다고 한 거예요. 아, 엄마 스코어를 공개해버렸네.

V넥 니트 카디건, 스커트 셋업, 모두 모스키노. 빅 버클 로퍼, 레이첼콕스. 베이지 스마일 포인트 니 삭스, 골프 장갑, 모두 파리게이츠 골프.

GQ 골프를 하다 보면 내 모습이 불쑥 나오기도 하잖아요. 필드라는 거울 위에선 무엇이 보이던가요?
JH 승부욕은 강한데 집중력이 정말 약해요. 전반까지는 매섭게 몰입하다가 후반 14홀쯤부터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느낌이에요. 못 치니까 자주 쳐야 해서 그렇겠죠? 아하하하. 모든 골린이가 아마 저처럼 힘들 거예요.
GQ 참, 야망 지효로 유명하죠.
JH 저는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생겨야 열정을 가지고 하거든요. 승부욕이 생기지 않으면 재미가 없어요. 한때 컴퓨터 게임에 빠진 적이 있는데 잘 못 하니까 자꾸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쿨하게 때려치우자, 하고 보내주었죠.
GQ 승부욕이 자신을 괴롭히기도 할 텐데요?
JH 구력이 아직 1년도 안 되었으니 아직은 저를 용서할 수 있는 단계예요. 아직은 못 하는 게 당연해, 하면서. 그런데 만약 3년 쳤는데 지금 같은 실력이다? 그러면 때려치울 수도 있겠죠. 아하하하.

블랙 오프숄더 드레스, 발렌티노. 글로우워크 앵클 스트랩 힐, 발렌티노 가라바니. 핑크 스마일 골프 장갑, 파리게이츠 골프. 우드는 지효의 것.

GQ 트와이스가 ‘아이돌 7년 공식’을 깨고 재계약을 했죠. 골프라면 지금 어디쯤 온 거 같아요?
JH 7홀쯤 온 것 같아요. 아직 절반은 안 됐어요. 가능한 한 멤버들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거든요. 요즘 해외에서 더 뜨거운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며 생각해요. 우리가 끝나려면 한참 멀었구나.
GQ 트와이스의 여정을 보면 늘 굿 샷을 쳤던 것 같은데, 스스로 느끼기엔 어때요?
JH 벙커에 빠진 적도 많죠. 해저드에도 마찬가지고요. 힘든 일이 많았어요. 저를 비롯해 마음이 아픈 친구들도 있었고요. 무척 사랑하는 가족 같은 친구들이 아파하는 걸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건 굉장히 속상한 일이에요. 그런데 확실한 건, OB가 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힘든 시간을 잘 지나 행복한 지금에 다다랐으니까요. 벙커, 해저드를 잘 빠져나오니 지금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아디다스 × 구찌 모헤어 니트 스웨터, 구찌. 블랙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GQ 실제로도 벙커 샷에 능한 편이에요?
JH 아무것도 모르고 쳤을 때 더 잘 친 것 같아요. 배우니까 되레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잘 안 돼요.
GQ 벙커 샷 칠 땐 생각을 비워야 해요?
JH 생각은 하되, 마음은 편하게.
GQ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말 같은데요. 생각은 하되, 마음은 편하게.
JH 맞아요. 무대에 설 때도, 콘서트를 할 때도요.
GQ 트러블에 빠졌을 때 마인드 셋이 잘돼요?
JH 골프에서는 아직은 스코어에 욕심이 없어서 잘 되는 편이에요. 스코어에 욕심이 생기다 보면 엄청난 미스 샷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GQ 골프 이외에는요?
JH 저 엄청 소심해요. 제가 말 한마디 뱉은 걸로 ‘괜찮았나’ 며칠 동안 되뇌는 스타일이죠.
GQ 굉장히 쿨할 줄 알았는데 의외군요. 그 생각에서는 어떻게 벗어나요?
JH 큰 목소리로 “아 괜찮아!” 소리를 쳐요. 제가 한 말을 어차피 주워담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외치고 나면 훨씬 나아져요.

블랙 미디 벨트 다운 재킷, 블랙 레이스 하이 삭스, 테크니컬 패브릭 부츠, 모두 디올. 블랙 골프 장갑, 파리게이츠 골프. 퍼터는 지효의 것.

GQ 이번 앨범에 ‘trouble’이란 노래를 작사 작곡했잖아요. 트러블 샷을 하는 상황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는 아닐지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만.
JH 아하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trouble’은 제가 작사한 곡 중 톱 2에 들 정도로 어려웠어요. 떠오르는 게 없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계속 수정하고 확인받고, 또 수정하고···. 몇 번 포기하려고도 했는데 제가 작곡한 노래에 제가 가사를 쓰지 않는다는 게 나중에 너무 아쉬울 것 같았어요. “언니 저 진짜로 못 쓰겠어요. 내일까지만 쓰고 안 되면 포기할게요.” 이런 과정의 연속이었죠.
GQ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군요.
JH 포기했을 때의 허무한 감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예전에 어떤 곡을 녹음할 때 굉장히 어려운 파트가 있었는데, 이건 정말 못 할 것 같다고 얘기하고 넘어간 적이 있어요. 그런 경우가 꽤 여러 번 있었죠. 그런데 나중에 ‘그때 좀 더 노력해볼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허무하죠. 허무하다기보다 조금 아쉽다?

그린 컬러의 실크 미디어 스커트, 프라다. 블랙 플랫 슈즈, 레페토. 블랙 크롭트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골프 우산, 위글위글. 아이언은 지효의 것.

GQ 지금은 뭐가 가장 아쉬워요?
JH ‘trouble’을 좀 더 잘 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GQ 혹시 완벽주의?
JH (잠시 침묵) 어···, 완벽주의인가? 한 번도 제 자신을 평가할 때 완벽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제가 완벽주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거 같아요.
GQ 과거를 자주 복기하는 편인가요?
JH 맞아요.
GQ 그런데 골프는 이전에 친 샷은 잊어야 하잖아요.
JH 계속, 계속 지난 샷에 대해 연구를 해요. 아까 왜 그렇게 쳤지? 거기서 팔꿈치를 너무 들었나?
GQ 그럼에도 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려고 하나요?
JH 그때마다 마인드 셋을 하죠. 하던 대로 하자. 생각은 하되, 마음은 비우자.

오링 해링턴 재킷, 다크 브라운 레더 코르셋 톱, 모두 버버리. 브라운 울 승마 모자, 유니버셜케미스트리.

GQ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는 목표를 두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죠.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이에요?
JH 트와이스로서 세울 수 있는 목표는 음악 방송 1위, 음원 사이트 1위 같은 게 있었죠. 그런데 이루고 나니까 ‘내가 목표를 너무 금방 이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렇다면 다음은 더 큰 꿈을 꾸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저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에겐 충분히 욕심이 있고, 열정도 있고, 이미 잘하고 있는데, 굳이 어떤 목표를 잡아서 그것만을 보고 쫓아가야 할까?
GQ 동력의 모양이 달라졌겠네요.
JH 요즘은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최근에 찾아온 변화죠. 올해 비교적 한가한 시기를 보내면서 긍정의 게이지가 많이 올라갔거든요. 오늘의 사소한 재미를 찾는 일, 가령 오늘처럼 메이크업 받으면서 언니들이랑 사소한 수다를 떨고, 맛있는 걸 먹고 하루를 행복하게 채우는 것. 그 하루가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면 행복한 시절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 인생이 많이 남았는데 남은 20대를 “힘들다”는 말만 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완전히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즐거웠던 20대였노라고 기억하고 싶어요.
GQ 그동안 몰랐던 행복을 듣게 되었겠군요.
JH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전보다 재미있고, 누구랑 놀아도 더 즐거워졌어요. 전에는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쁘게 보진 않을까?’ 생각하기 바빴다면 지금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순간에 오롯이 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스트라이프 니트 원피스, 포츠 1961. 화이트 골프 장갑, 파리게이츠 골프. 아이보리 클로슈 햇, 유니버셜케미스트리. 블랙 앵클부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아이언은 지효의 것.

GQ 골프 관련 영국 격언에도 이런 말이 있어요. “스코어에 집착하지 말고 페어웨이 주변에 핀 장미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여유를 가져라.”
JH 이스트 밸리 CC에 갔을 때 일인데, 함께 간 분이 그랬어요. “여기는 라운딩이 끝날 때쯤 풍경이 보일 거다.” 왜냐고 물었는데 이유를 말해주지 않더라고요. 라운딩이 끝나갈 때쯤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데 그제야 그 말 뜻을 알겠더라고요. 앞만 보며 갈 때는 몰랐던 풍경이, 하늘이, 꽃들이 그때 보였어요. 공이 잘 맞지 않을 때는 나아갈 생각만 하니까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죠.
GQ 다음 라운딩은 언제예요?
JH 9월 말요. 마이너스 스코어를 보는 게 목표예요.
GQ 목표를 이루면 무엇으로 자축할 거예요?
JH 차가운 소맥을 마셔야죠. 비율은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