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훈련한 만큼 보여주면 순위나 기록과 상관없이 행복한 것 같아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우상혁 "훈련한 만큼 보여주면 순위나 기록과 상관없이 행복한 것 같아요"

2022-12-02T18:44:41+00:00 |ENTERTAINMENT, interview|

스마일 점퍼, 우상혁.

GQ 도쿄 올림픽 이후 별명이 많이 생겼어요. 뭐라고 불릴 때 좋아요?
SH 아무래도 스마일 점퍼요. 저를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GQ 그런데 평소엔 무표정이라 사람들이 무서워한다는 반전이 있다고요.
SH 웃는 모습으로 각인되어서 그런가 봐요. 경기할 때는 밝고 긍정적이고 순수한데, 운동 외적으로는 엄청 조용한 편이라 의외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GQ 운동장 밖을 벗어난 우상혁은 어떤 사람이에요?
SH 태생적으로 ‘E’이긴 한데요, 아닌가, ‘I’인 거 같기도 하고.(웃음) 주로 친구들이랑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하며 시간을 보내요.
GQ 특별한 취미는 없어요?
SH 딱히 없는데 유튜브 먹방을 엄청 많이 봐요. 가벼운 몸을 유지해야 하니 먹방을 보면서 버텨요. 식단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아 대리 만족으로 식욕을 해소하죠.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그것보다 좋아하는 높이뛰기를 하고 있는데.
GQ 혹시 먹방 보다가 라면 물 끓이러 간 적은 없어요?
SH 정말 단 한 번도 없어요. 다 마무리 짓고 나중에 먹어야지 하는 편이에요. 주위에서 다들 독하다고 해요. 독한 놈이라고.
GQ 자주 보는 먹방 채널은요?
SH 현주엽 감독님 콘텐츠를 제일 많이 봤어요. 대식가인데 엄청 깔끔하게 드셔서 좋아요. 짜파게티에 파김치 조합처럼 유행하는 음식을 검색해보기도 하고요.

GQ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2미터 35센티미터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 올해는 같은 기록으로 한국 육상 최초로 2022 세계육상선수권에서 2위를 기록했어요. 올림픽 직전 최고 기록이 2미터 31센티미터인데, 짧은 기간 안에 4센티미터나 기록이 향상됐네요.
SH 기록이 2미터 30센티미터에서 2미터 31센티미터가 되기까지 4년이 걸렸어요. 개인 신기록 깨자마자 한 달 만에 4센티미터가 늘었고요.
GQ 특별한 비결이 있어요?
SH 오히려 기록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게 포인트 같아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꼭 올 거라고 믿었거든요. 실은 코치님과 저는 이미 한국 신기록을 바라볼 수 있다고 예상했어요. 대회 전 컨디션을 보고 다음 시합 때 기회를 잡으면 어느 정도 뛰겠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외부에 얘기하면 자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묵묵히 대회에서 보여주고 얘기하자 싶었죠.
GQ 기록 1센티미터 늘리는 데도 4년 걸렸는데, 갑자기 4센티미터나 향상시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SH 높이뛰기는 평균 기록을 유지해야 최고 기록이 높아질 수 있어요. 2미터 30센티미터부터가 마의 벽 같은데요. 2미터 30센티미터를 뛰기가 어렵지만, 한 번 넘어서서 2미터 30센티미터대를 유지하다 보면 2미터 32센티미터도, 35센티미터도 뛸 수 있는 신체적 능력치가 된 거예요. 선수들이 그런 식으로 늘어요. 저도 최고 기록을 세웠을 때 평균 기록이 2미터 30센티미터대였는데, 2미터 28~30센티미터를 뛰던 시기에 갑자기 35센티미터를 뛴 거죠. 평균을 유지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GQ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선수로서의 목표인 ‘2미터 38센티미터’를 담은 ‘woo_238’이에요. 2미터 38센티미터까지 3센티미터 남았네요.
SH 제가 실내에서 2미터 36센티미터까지 넘어봤으니 이제 2센티미터 남았는데, 까마득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매 순간 힘들었고 매번 극복하고 올라왔기 때문이에요. 무한 반복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넘을 거라고 믿고 있고요.
GQ 2미터 38센티미터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인스타 아이디 바꿀 거예요?
SH 바꿔야죠!(웃음)
GQ 언론에서 우상혁 선수의 신체 조건 분석을 많이 하는데요. 신장이 188센티미터지만 높이뛰기 선수 사이에서는 단신이고, 게다가 짝발인 한계를 극복했다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높이뛰기 선수로서의 강점이 있다면요?
SH 저의 가장 큰 장점은 독한 거예요. 선수들은 유혹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선 저는 살 빼고 체중 유지하는 걸 누구보다 잘할 수 있어요. 훈련에 매진할 때는 1년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은 적도 있어요. SNS도 자제하는 편이고요.
GQ 이토록 독한 사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SH 꼭 목표 기록을 달성하는 게 아니더라도, 올림픽 메달 따는 것이 목표예요.
GQ 높이뛰기 이외의 한 사람으로서의 목표는요?
SH 캠핑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 못 해서 아쉬워요. 앞으로 5년, 10년간은 선수로서 열심히 하고, 나머지 인생은 참은 만큼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GQ 우상혁이 생각하는 ‘행복’은 뭔가요?
SH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후회 없이 즐기는 거요. 제 경우는 높이뛰기인데, 경기에서 훈련한 만큼 보여주면 순위나 기록과 상관없이 행복한 것 같아요. ‘후회 없이’가 제일 어려운 거지만요.
GQ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후회 없이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SH 첫 번째는 제 자신을 조금 이겨낸 순간요. 제가 2미터 30센티미터에서 뛰다가 31센티미터 뛰는 데 4년 걸렸잖아요. 그때 새로운 날이 시작된 거 같아요. 저는 알에서 깨어난 날이라고 불러요.
GQ 4년 동안 기록이 늘지 않으면 답답했을 만도 한데.
SH 한편으론 답답하면서도 저는 이 종목을 너무 사랑했거든요. 높이뛰기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으니까요. 아직 어리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기회는 올 거라고 믿었어요. 근데 그게 도쿄 올림픽에서 맞아떨어진 거죠. 그래서 도쿄 올림픽은 더 기억에 남아요. 4년 전 리우 올림픽 때는 강박이 컸는데, 도쿄에선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즐기려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GQ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 그대로, 올림픽 선수단 가운데 제일 즐거워 보였어요.
SH 도쿄에선 몸 풀 때도 ‘못 뛰어도 돼’ 했거든요. 즐기지 않으면 나중에 평생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리우 때는 즐기지 못했더니 추억이 없더라고요.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행복한 올림픽인데, 아무 기억이 없는 게 안타까웠어요.
GQ 도쿄 올림픽에서 마지막 시도 때 관객 호응을 유도하던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경기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제가 다 조마조마하던걸요.
SH 골프 같은 스포츠는 경기할 때 시끄럽게 하면 안 되는데, 높이뛰기는 대부분 함께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면 그 에너지가 바로 몸으로 느껴져요. 관객의 응원이 저를 밀어주고 제 바람을 이뤄주는 것 같아요. 축구나 야구도 선수들이 홈 경기에서 더 잘하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GQ 꾸안꾸 사복 패션이 스타일리시하기로 유명하더라고요.
SH 저는 캐주얼하게 후드 티에 반바지나 일자 핏 바지 입는 걸 선호하는 편이에요. 최근에 패밀리가 된 푸마는 스웨이드 라인을 좋아해요.
GQ 오늘 푸마의 퍼포먼스 라인 패딩 화보를 촬영했는데, 본인 스타일을 반영하자면 어떻게 입으면 멋질까요?
SH 위아래 다 오버 핏으로 루스하게 입고, 옷은 무채색으로 입되 신발은 컬러풀하게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요. 그러면 패션을 조금은 안다고 할 수 있죠.
GQ 제 경우 <아름다운 그대에게>라는 일본 만화로 높이뛰기라는 육상 스포츠를 처음 접했어요. 그 밖에 스포츠 팬들이 높이뛰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육상 콘텐츠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SH 일본 육상이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어요. 높이뛰기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지금은 훈련에 전념하고 있지만, 앞으로 제가 콘텐츠를 개척해야 할 것 같은데요?
GQ 막연히 생각해둔 채널명이 있어요?
SH <스마일 점퍼>로 밀고 나가야죠.(웃음)

GQ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높이뛰기가 아직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인데, 한국에서 높이뛰기 경기를 즐기려면 어디에 안테나를 세우면 좋을까요?
SH 국내 시즌은 4월부터 10월까지예요. 내년부터 용인시에서 뛰는데, 저의 합류를 계기로 용인시청에서 규모가 큰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래요. 높이뛰기를 더 많은 분과 함께 즐겼으면 해요.
GQ 일차원적인 질문인데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뛰기 전에 주로 어떤 생각해요?
SH ‘올라가자’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최면을 많이 걸어요. 그래야 올라가져요.
GQ 인생에서 넘어지는 순간이 올 때, 용기가 되는 우상혁만의 응원이 있다면요?
SH 위기는 곧 기회다! 간단 명료하죠? 저 역시 선수로서 부상, 기록 정체기를 만날수도 있겠지만, 그게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번 더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려고요.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자신감에 차서 초심을 잃곤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다시 되돌아 생각해보는 시간이 주어지는 거라고. 누구나 한 번쯤은 위기를 마주해요. 그 위기를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라 여기면 좋겠어요.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는 말도 있잖아요
GQ 옛말이 진리라는 말처럼 들리네요.(웃음)
SH 어릴 때는 몰랐는데, 어른들 말이 다 맞더라고요.(웃음) 그러다 보면 기회는 꼭 와요. 대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기회를 꼭 잡았으면 좋겠어요.
GQ 오늘 ‘기회’라는 표현 자주 쓴 거 알아요?
SH 기회를 꼭 잡아라! 요즘 항상 하는 생각이에요. 선수라면 누구나 다 열심히 하잖아요. 그런데 선수로서 평생 기회는 몇 번 안 오는 거 같아서요. 저에게 선수로서 주어지는 기회가 많이 남진 않은 것 같아요. 많아 봐야 50경기 뛰겠죠. 그 기회를 다 잡고 싶어요. 욕심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남은 선수 생활을 하고 싶어요. 절대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