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피디 "환승연애 출연진을 엄청 늘려보고 싶어요" | 지큐 코리아 (GQ Korea)

이진주 피디 "환승연애 출연진을 엄청 늘려보고 싶어요"

2022-12-14T00:33:55+00:00 |ENTERTAINMENT, interview|

“인생의 소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데 아무나 소개할 순 없죠.” <환승연애>의 이진주 PD가 연애 예능의 판을 바꾸었다.

셔츠, 팬츠, 모두 로로피아나. 슈즈, 레이첼 콕스. 반지, 코디시아르.

GQ 반가움에 속지 않을 거예요.
JJ 네.(웃음)
GQ 괜히 말해보고 싶었어요.
JJ 그런데 희두 씨는 속아버렸잖아요. 속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사실 속는 게 아니라 자기 감정을 깨달은 거죠.

GQ 깨달았죠. 그러면 피디님의 최종 커플 적중률은 어땠어요? 예상대로였나요?
JJ 태이 씨와 나언 씨는 예상했었고, 해은 씨와 현규 씨는 끝까지 가서도 ‘이 둘이 잘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어요. 저희도 현장 그림을 디테일하게 못 봐요.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입시켜 주려고 좀 많이 빠져 있거든요. ‘저어’ 멀리서 봐요. 그래서 화면을 보며 편집할 때에야 ‘이 선택의 근거가 이렇게 있구나’ 그 라인이 보이죠. 오히려 카메라 감독님이 더 잘 아세요,  그들의 감정을. 계속 찍고 있으니까. “누구 표정이 좀 안 좋은데”하고 저희한테 말해주시고 그랬어요.

GQ <환승연애 2>가 남긴 유행어로 장난 삼아 인사를 드렸는데, 피디님 기억에 남는 출연자의 말이 있다면요?
JJ 너무 많은데, 음, 마지막 그 말이 되게 감동이었어요. 해은 씨가 남긴 “제 행복은 제가 알아서 찾아야겠죠?”. 표정이나 얼굴, 목소리, 말, 다 멋있었죠. 그리고 그 말도 좋았어요. 지연 씨가 태이 씨에 대해 얘기한 것 중 “저를 그냥 귀여운 사물처럼 바라봐줘요”라는 말.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자기를 휘두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그 말의 표현이 정말 예쁘고, 태이 씨를 잘 설명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두 씨랑 나연 씨가 했던 말들도 좋았고, 너무 많아요. 저희 맨날 따라했거든요. 특히 해은 씨가 “너무나도”, “알고 있음에도”, “앎에도” 이런 특이한 문어체를 자주 써서 저희끼리 편집하면서 우스갯소리를 많이 했죠. “이 장면이 여기에 들어가야 하는 것을 앎에도.”

GQ 진정성이 시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앎에도 “내일 봬요 누나”라는 현규 씨의 발언이 벼락같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2주 가까이 서사를 쌓아 온 다른 출연자에 비해 합류가 늦었고, 그런데도 오자마자 표출되는 호감에 저는 당혹스러운 시청자 편에 가까웠어요. 이런 반응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JJ 해은 씨도 좀 의구심을 가졌대요. 현규 씨가 혹시 제작진의 지령을 받은 사람이 아닐까?(웃음) 저희도 의외이긴 했어요. 자기와 비슷한 나이대의 누군가에게 호감을 보이려나? 나연과 희두를 흔들어놓으려나? 이렇게 생각했지 정말 몰랐어요. 제작진에게 “(분홍색 옷 입은 분 이름이)성해은 맞나요?”라는 문자가 왔을 때, 제작진도 “뭐야” 난리가 났는데, 제가 현규 씨 담당 작가님에게 “작가님 혹시 뭐 얘기해준 거 있어요?”라고 몇 번이나 물었거든요. 절대 아니라고, 모든 출연진과 똑같이 사전 정보 없이 들어갔어요. 현규 씨가 정말 해은 씨에게 확 꽂혔다고 생각해요. 첫눈에 그냥 확. 생각해보면 현규 씨가 사전 미팅 때 “여기 와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X인 나언 씨는 현규가 해은 씨를 좋아할 것 같다는 얘기를 계속 했어요. 해은 씨의 해맑음, 그 밝음이 나언 씨와 현규 씨에게 보였나 봐요.

GQ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술자리 만담을 실현했다는 점에서 <환승연애>는 참 발칙해요.
JJ 우리가 연애할 때 보통 학력, 직장 같은 세간의 기준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사실 제일 중요한 기준은 ‘그 사람이 연애라는 이 이벤트에 대해서 얼마나 진정성 있는가’ 같거든요. 그건 좀 다른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보통 그걸 잘 모르고 만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이 모태 솔로가 아닌 이상 전 연인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전 연인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언을 얻어보면 어떨까? 누구랑 사귀었는지 보면 그 사람이 보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가 전 연인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면 사람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죠.

GQ 그리고 “나는 재결합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게 아니다”라고도 하셨죠.
JJ 항상(출연자 섭외를 위해) 만나면 재결합하고 싶냐고 물어봐요. 너무 재결합을 하고싶어 하면 그 점을 오히려 지양 요소로 고려해요. 저희 제작진 생각에는 그렇게 재결합하고 싶으면 그냥 카페 가서 “우리 다시 만나자” 하면 돼요. 헤어졌으면 헤어진 이유가 있고, 재결합에 고민이 있어야 하는 거죠. 나연 씨랑 희두 씨가 그랬어요. 마음은 좋은데 재결합이 계속 고민이 되는. 그럼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 고민을 끝낼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그래, 우리는 진짜 안 맞아. 그리고 여기서 보니까 다른. 사람이 더 좋아’ 이런 판단이 내려질 수 있잖아요. 그런 퀘스천 마크가 있어야죠. 저는 재결합하는 게 새드 엔딩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헤어진 이유가 있는데 여기 와서 정말 반가움에 속는 것일 수도 있는 거니까.

GQ 궁극적으로 나의 X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더 나은 사랑을 찾아나가본다는 게, 성숙한 사랑이다 싶기도 해요.
JJ 저는 그래서 인원 수를 엄청 늘리고 싶어요. 진짜 많이 늘려보고 싶어요.
GQ 참가자 수를요? 얼마나요? <프로듀스 101>만큼요?
JJ 진짜 막 그렇게, 누가 X인지 추리도 안 될만큼요. 왜냐면 그게 결국 우리 사회잖아요.

GQ 그렇네요. 우리 모두 누군가의 X죠.
JJ 그러니까요. 한강에서 ‘솔로대첩’ 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엄청 늘려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그러면 저희가 한 명 한 명 캐릭터 라이징을 못 하니까 그런 게 조금 아쉽죠. 이번에 출연자를 12명으로 하고 싶었던 이유도 내 X빼고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고 싶었거든요. X를 선택하는 게 아닌 최대한 환승할 수 있게끔, 내 X말고도 매력을 느낄만한 누군가가 모두에게 있게끔 판을 짜고 싶어요. 그래서 인원수를 확 늘리고 싶은데 제약이 아쉽죠. 그래도 이번에 환승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GQ 그러니까 참, X의 마음을 다시 쟁탈하기 위해 질투와 시기와 암투가 벌어지는 게 보편적인 연애 예능 구성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나의 X의 면모를 알려주는 <환승연애>의 구성이 도리어 악랄하게 느껴지기도 하단 말이죠.
JJ 저희가 조금 나쁘게 보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어요.(웃음) 그래야지 나도 ‘뉴 New’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GQ 피디님의 X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JJ 저는 저랑 다른 걸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좀 복잡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단순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러니까 나처럼 의심이 많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매력과 호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문제는 달라서 결국 헤어지게 되더라고요. 너무 공감 포인트가 없으니까. 너무 접점이 없으면 그것도 힘들더라고요.

GQ X와 출연 기회가 생기면 할 거예요?
JJ 저는 해서 ‘뉴’를 정말 열심히 찾을 거예요.
GQ X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도 하죠.
JJ 맞아요. 내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가 보이는 것 같아요. 방금 말한 그 X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과 헤어진 후에 밥 먹자고 해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왜 헤어졌는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얼굴 보고서는 내가 왜 사귀었는지 알았고, 밥을 먹으면서는 왜 헤어졌는지 알았어요. 아, 이래서 헤어졌지. 그래서 <환승연애> 출연진도 마음속에서 X의 좋은 면과 안 좋은 면, ‘얘가 이건 안 좋은데 그래도 이건 좋아’ 이렇게 막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GQ 전 연인이 쓴 나의 X 소개서에 이 내용이 꼭 적혀있으면 좋겠다, 바라는 건요? 이걸 알아봐줬다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버튼요.
JJ 나를 대입해서 생각해본 건 없는데, 뭐가 있을까···
GQ 이거 다 <환승연애> 제작진이 만든 코너인 거 알고 계시죠?
JJ (웃음) 안 좋은 말이 많이 쓰여있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없고,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고, 그런말들···. 결국 X 자기소개서에 사람들이 감동받는 부분은 말씀대로 ‘얘가 나를 진짜 잘 안다’ 생각하는 그 부분 같아요. 내가 아는 나와 네가 아는 내가 일치했을 때 ‘역시 넌 나를 잘 알아’ 이러면서 감동받는 것 같거든요. 저에 대해 제가 생각해보면, 저는 그냥 호기심이 많은 사람같기는 해요. ‘만약 이러면 어떨 것 같아?’ 상상하는 걸 재미있어하는 그런사람.“ 고기 시키고 자신은 반찬만 먹을 정도로 무척 다정하다” 이런 얘기는 못 들을 것 같고.

GQ 2023년과 함께 <환승연애 3> 기다리면 되나요?
JJ 기회와 여력이 되면 저희가 만든 IP니까 하고싶죠. 지키고 싶죠. 그런데 제가 <윤식당>도 시즌1 끝나고 거의 바로, 아 중간에 <삼시세끼 바다목장>편 한 번 했지만, 거의 바로 다음 시즌을 했거든요. 힘들긴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얼마 전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김초희 감독님이 저희 <환승연애> 보시고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되게 감동받았거든요. (문자 메시지를 찾아보며) 앞으로 무슨 프로그램이든 만들 때 마음에 새겨야겠다, 그 생각이 들었어요. 읽어드릴게요. “건강하고 힘이 있는 한 사람들한테 좋은 걸 주려고 노력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