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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를?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끼는 순간 4

2023.03.07주현욱

따돌림 문제는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이 있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따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살면서 따돌림을 당한다고 느낄 때.

나하고만 약속 안 잡을 때
주변 사람이 겹치면 겹칠수록 스케줄을 맞추는 게 어렵다. 위아래가 뚜렷한 관계라면 윗사람의 주도로 깔끔하게 약속을 잡을 수 있지만, 친구 사이나 동료 사이에서는 각각의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라면 충분히 이해하지만 유독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할 때만 다들 선약이 있거나 집에 급한 일이 있고 심지어 아프기까지 한다. 한두 번 정도면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지만 매번 반복되면 혹시 나와 시간을 보내기가 싫어서 일부러 둘러내는 핑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 빼고 같이 놀았던 후기 공유할 때
약간 서운하긴 하지만 내가 만나자고 할 때 다들 사정이 있었고, 시간이 엇갈렸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도 잠시, 개인 스케줄로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했던 이들이 내가 만나자고 한 바로 그날에 모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존감이 무너지는 듯하다.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지, 설마 했던 느낌에 강한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가 만나자고 했던 것도 알고, 현재 그 자리에 분명히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는 걸 보면 말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모르는 단톡방이 있을 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단톡방 외에 다른 단톡방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역시 배신과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나만 빼고 단톡방이 있으면 이 대화방에서는 뭐 하러 채팅을 이어가는 건지, 일부러 비참한 기분을 안겨주려고 의도적으로 이 방에서 채팅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가 다 있는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잘 모르지만 마치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 마냥 괜히 서글퍼지기도 한다. 다른 목적이나 참여 인원과는 상관없이 내가 모르는 단톡방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따돌림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서운하다 말하면 예민하다고 할 때
누구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따돌림을 받는 것 같은 느낌에 마음먹고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해 서운하다고 말하면, 왜 별일도 아닌 것에 예민하게 구냐며 오히려 나를 몰아세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뭐라고 할 게 아니라 ‘그렇게 느낄 수 있었겠구나,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서운했다면 미안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마치 다 내가 잘못된 듯한 반응을 보이면 이 관계를 계속 지속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에디터
글 / 주현욱(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